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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온실 수리 보고서’ 독서모임 발제 후기

그네* 2025. 2. 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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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줄거리

주인공 '영두'가 창경궁의 대온실을 수리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다. 

그녀의 역할은 대온실을 수리하고 복원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보고서를 쓰는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미완으로 남았던 삶의 어떤 영역을 마주해가는 이야기. 

 

책이 내게 준 메시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저마다의 시간으로 흘러간다. 

영화 같은 책이었다.

책의 초반부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쏟아져 속도가 더뎠다. 

건축물로서 창경궁 수리 과정, 창경궁의 역사, 영두의 유년기 등이 모두 엉켜 있었다. 

그런데 중반부로 넘어가니 대온실의 역사적인 사실과 함께 

영두를 둘러싼 관계도에서 이야기가 맞물리듯 풀리면서 몰입해서 단숨에 다 읽었다. 

오랜만에 재밌게 읽어본 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 독서모임 발제

1. 리사가 영두에게 가진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 인간을 믿는 영두에 대한 열등감도 느끼는 반면, 영두와 잘해보고 싶다는 미련도 느껴진다. 애증의 관계인듯하다. 망가뜨리고 싶기도 하면서도 조언도 하는 복잡 미묘한 관계.

2. 영두에게 순신은 어떤 존재였을까? 내게도 ‘순신’ 같은 사람이 있는지.

  • 너무 좋은데 떠올리면 아픈 사람. 애틋한 사람. 자신이 다 망쳐버렸다는 생각 때문에, 그 시절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던 관계
  • 10대 시기에 유일하게 빛나는 추억.가족과 같은 관계였으나 결국 주인공이 10대에 가졌던 한계를 보여주는 존재. 완성되지 않는 반짝임. 마음속에 미완이라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듯. 감정을 필터없이 표현할 수 있던 사람에서 거두는것이 슬픔.

3. 인상적이었던 장면

  • "영두야 해결된거니?"라는 말에도 영두가 끝내 포기하고 강화로 돌아가버리는 장면. 너무 마음이 아팠다. 
  • 스케이트 신. 스케이트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살얼음 같은 감정선이 잘 드러남.
  • 할머니의 도장. 진짜 자기 모습으로 서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안쓰러웠다. 

4. 산아와 스미의 에피소드

  •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공감되는 상처로 설정되어서 몰입이 잘 되었다. 산아가 직선적으로 내뱉는 말이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만들어주어서 속도 시원하고 좋았따. 
  • 학교 안에 모든 인간관계가 담겨있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자라야된다고 보는 시선이지만 그 때 이미 산아 같이 속깊은 애들은 이미 마음의 그릇이 크고, 약육강식에서의 생존방식을 터득.

5. 인물들의 관계에 대하여

  • 각자의 시간으로 흘러간다는 것. 할머니의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각자의 시간이 상처에 머물러 있는걸 멋지게 표현.
  • 비슷한 결로 다 고립되어 있는 관계들.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이 뛰어났다. 과거에 있던 정보, 문헌으로 있었던 일들을 보고서 그 개개인들이 겪었을 감정이 크게 왔다는 작가의 말에서 공감능력이 좋은 사람 같다.

6. 총평

  • 일본인 등 인물이 많아서 기억하기 어려웠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패전 이후의 일본인들의 삶과 애환을 접해볼 수 있어 좋았다.
  • 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던 나의 관계를 떠올리며 되돌아보게 됨.
  • 많은 관계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져서 처음에 정신없었다.
  • 리사와의 마무리가 개운하지 않았다. 벗어나지 못한 듯한 느낌이었다.
  • 책의 첫 시작이 ‘수리‘와 ’재건‘에 대해서인걸 보면, 여러 사람의 인생과 본인의 인생을 되찾아가는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치밀한 책이다.
  • 고증하는 과정을 건축물, 할머니의 삶, 자신의 삶을 다 재건해봄. 자기 맘을 들여다보는게 저항이 많은데 그게 공문 등으로 빗대어져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헤쳐서 수리보고서로 만들어서 일단락을 그 시절을 마무리지어주는 과정으로 표현되었다.
  • 계절, 강화에 대한 묘사 부분이 참 아름다웠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P.22 찬 밤바람 속에서도 여름으로의 진입은 분명히 느껴졌는데, 그건 공간이 훤하게 열리는 개방감 같은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성성하게 드러내도 될 정도로 공기가 바다가 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P.94 한탄하는 딩 아주머니 얼굴을 할머니는 별말 없이 멀거니 바라보았다. 마치 그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돌릴 수 있따는 듯이. 그 때 나는 노인들의 눈에는 아주 진득한 감정이 들어 있다고 느꼈다. 단일하고 명징한 진심 같은 것

 

P. 113 “때로는 믿어야 살 수 있어서 누군가를 믿게 된다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 ”나는 당연하게 생각되는데, 아니면 사람이 대체 어떻게 살지?“

 

P. 156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섀도 복싱해야 하는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걔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물론 동대문시장까지 밤의 자전거를 타고 오가던 계절에는 알지 못했던 일이었다.

 

P. 163 소목이 영두씨는 자기 세계가 분명한 사람이라고 그랬거든. 시간이든 생각이든 한번 하고 버리는게 아니라 남겨두었따가 거기에 다시 시간과 생각을 덧대 뭔가 큰 걸 만들어가는 사람 같다고.

 

P. 201 그날 이후의 기억은 어떤것은 상세하고 어떤 것은 듬성듬성 잘려있다. 심리상담사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트라우마가 사라진 건 아니라서 말로 꺼내 질서화하지 않는 한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리라고, 슬픔을 어떻게 질서화할까. 나이가 훨씬 들고 나서도 나는 그 부분에서는 자신이 없었다. 슬픔은 안개 같은 것이라서 서 있으면 스스로의 숨결조차 불확실해지는데.

 

P. 209 어차피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면이 유리로 된 온실의 아름다움이지 그 아래 무엇이 있었는가가 아닐 테니까. 땅 밑은 수리와 복원의 대상도 아니니까. 하지만 질서에는 어긋날 것이다. 그렇게 묻은 상태로는 전체를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공동과 침하가 계속되겠지. 개인적 상처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한쪽을 묻어버린다면 허술한 수리를 한 것이 아닐까.

 

P.224 할머니는 내게 시선을 던졌다. 그 눈길을 받자 내가 그토록 원하지 않던 용기가 나는 것을 느꼈다. 한번 싸워보고 싶은 용기, 그렇게 해서 억울함을 바로잡고 여기 남아서 내가 그토록 원했던 미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욕심. 나는 미래가 욕심나는 것이 두려웠다. 이미 차가운 실망 속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P. 403 아니란다 영두야. 그건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

 

P.410 한 때는 근대의 가장 화려한 건축물로,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대중적 야앵의 배경지로, 역사 청산의 대상으로 여러번 의의를 달리한 끝에 잔존한 창경궁 대온실은 어쩌면 ‘생존자’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건축물과 함께 그 시절 존재들이 모두 정당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신에게도 이해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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