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의씨앗/매일을 기록

성묘 데뷔전과 설맞이 폭식 그리고 무한 수다

by 그네* 2025. 1. 27.
반응형

할머니- 사위 데려왔어요

코로나 이후 할머니 산소에 간 적이 없다. 
요즘 부쩍 외로움을 느낀다는 아버지를 위해 언니네 부부가 함께 산소에 가자고 했다. 
아차! 챙기지 못했던 부분인데 부모님과 가까이 사는 언니네가 캐치하여 다행이고 고마웠다. 
 
그렇게 결혼 이후 무려 처음 가는 산소...!
남편도 함께 가서 온 가족이 '오늘 강기린 데뷔조'라며 한껏 놀렸다.
나야나 노래를 부르며 할머니에게 절하는 사위 어떤데 -
 
할머니 산소 성묘 후 떡과 과일 한 사바리를  먹었다. 
엄마가 달걀도 삶아왔는데 반숙이라 난 좋았는데 아버지는 반숙 달걀은 지저분해서 싫다고 하셨다. 
연서도 완숙을 좋아한다해서 어찌 그리 할비랑 입맛이 똑같은지 모두가 신기해했다. 
 

누군가에게는 영광의 아이콘

모두 돗자리에 앉아 떡을 먹고 있는데 언니가 "훈훈한 이야기 하나 해줄까?"라고 운을 띄웠다.
언니의 베프 친구가 '인생에서 만나 영광스러운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했는데,
그 인물 두 명 중 한 분이 바로 우리 아버지였다. 
 
모두가 "에-? 그정도임?"라고 하며 놀라워했다. 
언니의 친구가 우울한 유년기를 보내면서 좋은 어른, 특히나 중년 남자에 대해서는 혐오에 가까웠는데,
이를 깨준 좋은 어른이 바로 아버지였다고 한다. 
 
이 훈훈한 이야기가 나오자 언니는
"니한테는 좋은 어른일지 모르지만, 내한테는 학습되지 않는 무심함 때문에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버지다."라고 했다고 한다. 
엄마가 편찮아도 죽 한 번 사오는 센스를 발휘하지 못하는 갱상도 남자.... 
 
그러자 언니 친구는 "너에게는 그런 아버지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좋은 어른이 있구나' 라고 처음으로 느끼게 해주신 분이라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했다고 한다. 아버지도 "응? 그정도라고? 뭐때문이지?"라며 돌이켜보셨다. 언니도 놀라며 친구에게 '대체 어느 행동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냐'고 물으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건 아니라고 한다. 
 
아버지는 환히 웃으며 "와- 내가 다음에 밥산다고 해라" 하니 엄마는 "밖에서는 그리 잘하면서 안에서는 왜 그래 욕을 들어먹노."했다. 
그러자 아부지는 "아따 춥네"라며 맥커터를 시도하여 모두를 웃게 하였따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땅에 눈뜬 연서

할머니 산소가 있는 양산 석계공원에는 아부지의 친형과 다름없는 친구분의 묘지가 있다. 
갈때마다 코스처럼 할머니 산소와 그 큰아버지의 묘지에도 들러 성묘를 늘 했다. 
큰아버지가 좋아하셨다던 소주와 코카콜라에 오징어 땅콩을 사들고 간다. 
 
엄마도 '내 마음 속 시숙'이라며 '살아계셨다면 참 우리랑 잘 지냈을텐데' 라고 그리워하셨다. 
아버지가 힘드셨을 때 늘 200미리 렌즈로만 주구장창 찍었는데,
어느날 큰아버지가 불러내어 봐놓은 렌즈가 있으니 사러가자 해서 108미리 렌즈를 샀던 일화를 잊지 못하셨다. 
아버지의 구직이 어려울 때 물심양면 도와주시고, 큰아버지가 공장 확장을 하던 날도 친 제수씨는 부르지 않고
엄마와 아버지를 불러 엄마가 일손을 거들고 잔치를 했다고 한다. 
고마운 친구는 어찌보면 가족이나 다름없다. 
 
성묘가 끝나면 소콜과 오징어땅콩은 우리의 몫이 된다. 
짭쪼름한 오징어땅콩을 맛본 연서는 이 과자 이름이 뭐야? 하며 신나게 먹었다. ㅋㅋㅋㅋㅋ
 

장어구이와 전복죽 폭식으로 여는 설

원래 설에는 배터지게 먹어야 한다. 
공복감 없이 쭈욱 계속 먹는게 바로 설이다. 
성묘 두탕 하며 상에 올랐던 떡과 과일을 모두 해치우고서
우리는 점심으로 기장에 장어구이와 전복죽을 먹으러 갔다. 
 
기린의 밴드 드러머 부부께서 하는 식당이었다. 
어찌나 양을 많이 주셨는지 먹으면서 다들 '와- 미쳤다'를 연발했다. 
평소에 직업도 있고 주말에는 아내를 도와서 일하신다는데
참 유쾌한 분이셔서 먹고 나오는데 맛도 좋고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 다음에 또와야징!
 
이제 자리를 옮겨 기장 카페로 가서 라떼를 드링킹했다. 
모두들 식곤증이 오려고 한다면서도 '커피 한잔은 또 먹어줘야지' 하며 들이켰다. 
여기서 잠시 '땡비 글쓰기를 한달에 한 번은 어떻냐' 했지만 
한달에 한번은 너무 적다며 바로 반려 당했따 ㅋㅋㅋㅋㅋ
그래요 자 분명히 한달에 두번 쓴다고 한겁니다. 올해도 어디 한 번 달려보자고. ㅋㅋㅋㅋㅋ
 
아버지의 화려한 취미 생활 이야기로 웃음꽃이 폈다. ㅋㅋㅋㅋㅋㅋㅋ
벼슬인양 반장을 하며 선생님을 왕따시키는 할매에게 
무례하다며 퇴출시키고 아버지가 하모니카 동아리 회장이 되었다고 하셨다 ㅋㅋㅋㅋ
여기에 더해, 그림 수업에는 아버지 자리를 늘 맡아주는 할매가 있어 사귄다고 소문이 났다고 한다 ㅋㅋㅋ
엄마는 '취미 생활 참 요란하게 한다'며 웃으면서 놀렸다 ㅋㅋㅋㅋㅋ
언니는 남의 동네 진구까지 하모니카 배우러 가서 뭐하시냐면섴ㅋㅋㅋㅋ 굴러들어온 해운대 할배가 박힌 진구 돌 빼냈다며 웃었다. ㅋㅋㅋㅋ
아버지는 무례한건 못참는다고 이미 경험 해본 류의 갈등이었기에 아주 정의실현을 제대로 하셨다. ㅋㅋㅋㅋ
 
폭식으로 공복감을 잊은 하루 속에서 
가족들과 좋아하는 것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니 
따수운 마음과 함께 설이 왔음을 실감한다. 
 
아버지가 올해 이렇게 성묘도 같이 가고 하니 좋은 한 해가 될것 같다고 하셨다. 
마쟈용❤️ 올 한 해도 우리 함께 좋은 시간 꽉꽉 채우며 잘 보내봅시다😆

반응형

'생각의씨앗 > 매일을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휴 달다 달아  (0) 2025.01.31
해피 설날  (0) 2025.01.30
연서표 책갈피를 받고  (3) 2025.01.26
러닝메이트 1월 모임 후기  (2) 2025.01.25
자도자도 잠이 와  (2) 2025.01.19
이렇게 한 수 배우는 인간 관계  (2) 2025.01.18
신나게 불태운 오늘 하루  (1) 2025.01.17
자매님과 폭풍 수다  (2) 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