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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빛사진관/푸드스타일링

푸드 스타트업 - 건강하게, 맛있게 그리고 즐겁게 '식샤를 합시다'

by 그네* 201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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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Shutterstock / Kiselev Andrey Valerevich


바쁜 현대인들은 돈을 주고 시간(time)과 품질(quality)을 산다. 먹거리에서 그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더 맛있는 음식을 위해, 더 건강한 음식을 위해, 더 편리하고 빠르게 누리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실리콘밸리의 뜨거운 스타트업 열기가 푸드사업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 푸드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레시피를 공급하고 식단을 짜주는 식의 온라인 콘텐츠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온ㆍ오프라인으로 넘나드는 푸드 스타트업들이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더 좋은 재료와 음식을 찾아, 온라인을 통해 더 편리하고 쉽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주목받는 푸드 스타트업들을 둘러보고 우리의 식생활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살펴보자.

Munchery: 집에서 먹는 일류 레스토랑 음식

친구들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고 초대한 어느 날, 갑작스럽게 클라이언트 미팅이 잡혔다. 원래 계획이었다면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장을 보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안 될 것 같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먼체리(Munchery)다. 먼체리 사이트(munchery.com)에 들어가 오늘의 메뉴를 확인하고 몇 가지 음식들을 주문한다. 내가 집에 도착할 즈음 음식은 반쯤 조리된 상태로 도착하고, 오븐에서 살짝 데우기만 하면, 웬만한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는 훌륭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

munchery

먼체리는 일류 셰프의 레스토랑 수준의 음식을 집에서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과 패키징도 세련되고 아름답다. 흰색을 배경으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모던한 음식 사진들, 오렌지 포인트 컬러와 타이포그래피 고담(Gotham)체의 조화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이미지의 승리다. 전형적인 조리책에서 보던 45도 측면각도에 찍은 흰색 바탕의 음식 사진이 아니라, 차콜색의 테이블 러너와 어두운 월넛 테이블을 배경으로 흰 접시가 돋보이게 카메라를 90도 직각으로 세워서 찍었다. 마치 레스토랑 테이블에 앉아 주문한 음식을 보는 느낌이다. 다른 요소 없이 음식 사진에 확실히 포인트를 맞춘 디자인을 보면서, 콘텐츠가 왕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뇌어 본다.

GoodEggs: 유통의 마진을 빼고 소비자에게 더 가깝게

많은 소비자가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채소와 과일, 고기와 유제품을 고를 때 유기농을 선택하고 있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기는 하지만, 가격의 압박은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유기농 재료는 농약을 안 치는 만큼 보관 기간도 짧다. 파머스 마켓(도시 근처의 농민들이 자신이 직접 기른 과일, 채소, 고기 등 각종 농산물을 주기적으로 파는 공공시장)이나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이어주는 팜 투 테이블(Farms to Table)과 같은 운동을 통해 유통마진을 줄이는 방법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점조직으로 이뤄지다 보니 크게 사업적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goodeggs

그러던 중 최근 굿에그(Goodeggs, www.goodeggs.com)라는 온라인 유기농 슈퍼마켓이 등장했다. 직배송으로 판매하니 식재료의 품질과 신선도도 보장된다. 가격도 배송비를 제외하면 일반 슈퍼마켓보다 그리 비싸지도 않다. 무엇보다 모든 음식재료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농부에 의해 재배됐는지 명확하게 실명제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신뢰도는 더욱 높아진다. 재료마다 농부들이 직접 작성한 당부의 노트까지 적혀 있다. “이 블러드 오렌지는 다른 품종보다 더 새콤하니 칵테일이나 샐러드에 넣으라”는 대목에서는 인간미가 느껴서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BlueApron/Plated: 더 건강한 요리를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책을 뒤적여서 뭘 먹을지 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사러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다듬고, 요리를 하는 이 일련의 과정을 어떤 사람들은 귀찮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외식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슨 재료로 얼마 만큼의 조미료와 오일, 소금 등을 사용하는지 직접 만들어보지 않고는 모르기 때문이다.

blueapron

블루에이프런(BlueApron, www.blueapron.com)과 플레이티드(Plated, www.plated.com)는 여기서 착안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서비스다. 사용자가 먹고 싶은 또는 하고 싶은 음식의 조리법을 선택하면, 그 음식을 위한 모든 재료를 개별 포장해서 조리법과 함께 배달한다. 사용자는 간단한 준비만으로 직접 집에서 요리하고 가정용 음식을 먹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plated

플레이티드와 블루에이프런은 조리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팁들과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명시한다. 또한, 특정 음식재료에 거부 반응이 있거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을 위해서는 재료를 바꿀 수 있는 옵션도 갖춰져 있다. 꽤 많은 사람이 재료 박스를 받아보는 정기구독 형식으로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블루에이프런은 한 달에 70만 개의 박스를 각 가정으로 배달한다.

UX Design Learned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가 처음 나왔을 때, 한 평론가는 ‘샌프란시스코의 게으른 청춘들을 위한 쓸모없는 서비스'라고 혹평을 했다. 움직이기 귀찮아서 찾는 서비스들이 많다. 그중에 가장 보편적인 것이 한국에서 성행하는 음식 배달 서비스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푸드 스타트업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단지 편리하기만 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푸드 스타트업은 우리가 음식을 어떻게 먹고, 어떤 식습관을 갖고 있고,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다. 더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그 노력이 서비스의 가치를 더 크게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

글. 김나영. Zipongo Creative Director / nayoung.kim.design@gmail.com
사용자의 더 나은 경험을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꿈많은 UX 디자이너. 
어도비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Flash, Edge Animate의 리드 UX 디자이너이자,
Creative Cloud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 기획과 디자인을 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Zipongo에서 Creative Director로 근무 중이다.

*월간 웹(web) 2015년 2월호와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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