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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튀르키예 대가족 여행

(25) 튀르키예 대가족 여행 으흘랄라 계곡과 눈물의 밤

by 그네*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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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가야했던 으흐랄라 계곡

검색을 잘 안 해보고 여행지를 고른 P 이모를 만나서 고생해버린 우리 조카...😶‍🌫️

아니 계곡이라 금방 걸어서 들어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45분 정도 걸었던듯 하다. 

이 땡볕에 걸어가다보니 제일 걱정되는건 아무래도 7살 조카였다.

 

물놀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물놀이하는 계곡이 아니라 도착했을 때 모두 당황했다. 

조카가 간신히 걸어왔거늘 ㅠㅠㅠ 물놀이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발목까지 담그고 그늘에서 쉬는 분위기였다. 

물가 곳곳에 테이블과 나무 의자가 있었고, 

나무 정자같은게 있어서 조카는 거기서 재웠다. 

 

나머지 가족들은 맥주와 음료수, 감자칩을 사서 신나게 술판을 벌렸다. 

신기한게 주변 터키 사람들은 다 차를 타 마시거나 

음료수를 마시고 술을 정말 잘 안 마셨다. 

다들 차 마시고 점잖거늘 우리 가족들이 이 구역의 타락한 영혼들을 담당했다.

 

한참을 걸어와서 몸에 열기가 가득찼는데 

시원한 물이 내 발을 감싸고 바람 솔솔 부니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과 감자칩 먹으며 가족들과 낄낄 수다를 떨다보니 더위가 날아가는듯 했다. 

물가에 너무 귀여운 튀르키예 아기가 아장아장 걷고 있어서 가족들이 한참을 구경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아기를 귀여워했다.

어딜가나 튀르키예는 아기들에게 친절하고 열려있다.

그런데 또 혼란스러운게 아기를 안고서 담배피는 부모들을 보면 아동친화적인건가 아닌건가 헷갈리기도 했다. 

 

종교가 중요한 나라 튀르키예

 

나오는 길에 가이드님과 이야기하면서 

튀르키예가 얼마나 종교적인 나라인지, 술에 엄격한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유력 대선주자가 술마시는 사진 찍히면 지지율이 떨어지고, 

당장 가이드님의 엄마와 할머니 세대에서는 히잡을 허용하네 마네가 주요 정치 이슈였다고 한다. 

할머니 때는 히잡을 못 입게 하려고 실제로 폭력이나 고문도 마다하지 않았다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하니 상상이 되지 않았다. 

튀르키예 정치에서도 종교에 대한 자유도나 정책이 중요한 이슈라고 하여 완전 다른 세계 같았다. 

 

가이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또 좋기도 했다.

우리나라 삼성에서 인턴 생활하면서 한국어를 배워서

튀르키예로 넘어와 남편과 함께 가이드로 근무한다고 했다. 

튀르키예에서는 한국인 가이드는 일하지 못하고, 현지인 가이드를 반드시 고용해야되는게 정해져있다.

그래서 가이드를 업으로 삼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지금보면 너무 짠한 연서의 돌아가는 길

 

애써서 걸어가는 조카 ㅠㅠㅠㅠㅠㅠ

땡비는 으흘랄라에서 물놀이를 꿈꿨지만 ㅠㅠ물놀이도 못하고 지친 몸을 일으켜 걸어갔다. 어른도 힘든 일정인데 아이는 오죽할까. 

 

으흘랄라 계곡 쪽 화장실이 무려 유료라

가이드님 현지 팁으로 인근 편의점에 들러 일을 해결했다.

차 안에서 조카의 컨디션이 더욱 안좋아져서

원래 가려던 우치히사르를 포기하고 바로 한식당을 향했다. 

 

카파도키아 한식당 '우리집' 강추 후기...에 미담을 곁들인...

조카를 먹이는게 중요해 상황이 시급했던지라 식당 사진은 없다... ^_ㅠ

한식당 '우리집'에 가서 죽을 부탁했는데

사장님이 아픈 사람에게는 돈 안 받는다며 죽을 공짜로 해주셨다.

오랜만에 비빔밥, 김치찌개, 계란찜 먹으니 속이 편했다.

음식도 넘 맛있고 친절하고 오랜만에 한식 먹으니 너무 행벅했따 ㅠㅠ

ㅂㅏ닥까지 싹싹 긁어먹으며 온 가족 만족해했다.

 

숙소로 돌아와 가족 대전 발발

너무 지쳐버린 기린은 바로 기절해버렸다. ㅋㅋㅋㅋㅋ

나는 와이파이 연결해주러 엄마방 갔다가 엄마와 개싸움이 났다.

언니를 엄마로서 존중해주고 연서가 아픈걸 자꾸 언니탓하며 윽박지르지 마라고 했다. 

언니가 너무 불쌍하다고 했다.

그러자

부모 자식 사이에 더군다나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도 못하는거냐고엄마의 발작 버튼이 눌러졌다. 

 

카파도키아 한 복판에서 소리지르는 야수 같은 엄마.

꼭지가 도니 숙소 건물 복판에서 뛰어나와 사정없이 소리를 질렀다.

화들짝 놀라 엄마를 얼른 방에 다시 데려가 들어가서 이야기하자며 진정시켰다.

 

영문 모른 채 엄마 방에 왔다가 울고있는 나와 화나있는 엄빠를 발견하고

언니도 갑자기 대화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행히 흥분하지 않고 언니가 엄마의 지적이 어떤 마음인지 그 너머를 봐준 덕에

엄마와 잘 이야기를 하고 풀자면서 맥주를 사러 나갔다.

 

맥주 여러병을 사서 가장 넓은 언니네 방으로 온가족 넘어가서 이리저리 이야기를 했다. 

일찍 들어가 쉬니 연서는 다행히 좀 괜찮아져서 넓은 방에 흡족해하며 좋아했다. 

형부랑 엄빠랑 언니랑 모여서 맥주 마시며 여행은 좋았지만

아이와의 여행에서 놓친 점 등을 자책회로 돌리며 다들 반성하였다. 

 

휴... 그래도 여행동안 쌓였던 마음 조금이나마 전쟁으로(!) 풀며 훨씬 편해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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