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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 오스틴 SXSW 2024

드디어 간다 오스틴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by 그네*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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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발표했다!!!!!!!!!
대학교 졸업하고 진짜 오랜만에 발표를 했다. 회사에서 단기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팀 별로 제안서를 써서 경쟁 피티 후 3팀만 선발하는 것이었다.

너무 떨려서 미쳐버릴 뻔 했다. 대학교 때 정말 열심히 준비해간 조모임이었지만 발표자가 날려버린 걸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발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그걸 알기에 발표자를 정할 때 그냥 고민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 내가 발표하는게 힘들더라고 내가 준비하는게 속도 편할거 같았다. 어차피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한 사람도 나니까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팀원 중 한 명이 스크립트를 써서 줬다.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사실 발표자가 되면 팀원들은 발표에 1도 개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프로젝트 하면서 내가 발표를 맡으니 누군가는 현지 사무국과 이메일을, 누군가는 숙소와 맛집 정보를, 누군가는 항공권 정보를. 요청한 적도 없는데 자발적으로 알아서 정보를 물어다 오고 누구 하나에게 집중되지 않고 같이 하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더 팀이 되고 더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서로 하면서 끝까지 달려갈 수 있었다.

발표 전날에는 리허설도 하자고 팀원이 제안했다. 팀원들앞에서 발표를 했고 여러 피드백을 줬다. 이런 메시지를 더 강조하면 좋겠다라고 스크립트를 수정하고 간절함 한 스푼을 추가했다.

발표날 발표장에 들어가니 회사 으르신들이 앉아계셨다. 우리 실장님도 평가위원이었는데 눈이 마주치니 웃음이 나올것 같아서 먼 산 응시를 해야했다.

발표를 하는데 줌미팅 했던 사진을 보여주니 1차로 터지고,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4일동안 32시간 자봉 한다고 하니 2차로 터지시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오죽하면 질문이 “안 보내주면 어쩌려고 이렇게 다 해놨냐.”라고 하셔서 “보스를 설득해야 된다고 말은 해놨는데 그러니까 보내주시면 됩니다.” 라고 했다. 두번째 질문은 “시차 적응하기도 힘들텐데 이게 가능한 스케쥴이냐?“였다. 웃으면서 부장님이 물으시길래 ”에너지 드링크 때려넣고 하면 됩니다.“라고 했다. 사장님이 ”갔다오자마자 병나겠는데?“라고 하셨다. 노조위원장님이 ”지금 가는게 중요하지 병 나는게 중요하겠어요?“라고 하시며 다들 화기애애했다.

심사를 마치고 돌아온 실장님이 웃으시면서 우리팀이 1등이라고 하셨다. ‘아니 이 팀은 안 보내주면 회사 망신이겠더라‘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팀의 계획을 듣고서 다른 팀들도 다 ’와 그렇다면 인정이라며’ 축하해줬다.

정말 우리는 너무 가고 싶어서 노력했다. 미국 현지 사무국과 줌미팅 하던 날도 정말 웃겼다. 오죽하면 대니쓰는 담당 행사 개막 전날이었지만 잠시 짬을 내서 줌미팅을 아침 8시에 와서 했다. 미국 사무국 매너저인 미스터 혼에게 자기소개하고 내일이 행사 오프닝이라 가야한다하니 혼도 웃으면서 무슨 상황인지 너무 이해 된다고 어서 가보라고 했다.


발표 끝마무리 때 우리 팀은 간절함과 충실한 계획으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팀이라고 했다. 근데 정말 그랬다. 으르신들을 끼우면 발탁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게 이해가 안됐다. 발탁 가능성만 보고 팀을 꾸려서, 연수 가는데 의의를 두고 싶진 않았다. 안 가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해서 마음 편한 사람들끼리 구성했는데 이 멤버들과 함께 갈 수 있어 진심으로 기쁘고 설렜다.

으르신 안 끼우고 해서 떨어질거라고 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멘트는 축하해주는데도 다들 시샘이 온 몸을 뚫고 나왔다. 우리 팀은 “알 바임?!”하면서 세상 기뻐했다. 너무 통쾌했다. 짬을 믿고 준비 대충한 으르신 팀들을 제끼고 열심히 준비한 보람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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