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콘텐츠/오늘의 영상&음악

뷰티 인사이드

by 그네* 2015. 8. 30.
반응형



'뷰티 아웃사이드'라고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고 있는 뷰티인사이드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는내내 그 혹평이 왜 쏟아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재미있게 몰입하면서 보았고 감정선도 사실 다 이해가 되었다. 왜 그런 나쁜 평가들이 쏟아졌는지 궁금한 마음에 리뷰를 찾아보았다. 그제서야 내가 편하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자체가 이 영화의 한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응원하고 싶다. 뷰티인사이드는 '만약 나라면~'이라는 조건으로 남주인공 우진과 여주인공 이수의 입장에 관객을 잘 이입시킨다. '정말 나는 어쩔수 없는 얼빠인가'로 시작하여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로'까지 이어지는

심오한 고민과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한 힘이 있는 영화이다. 


상상의 디테일함이 더해질수록 주인공의 감정선을 처리하기 힘들었을 텐데 무리가 없다. 

이 영화에는 몇 가지 중요한 대목이 있다. 


남주인공 우진의 매일 바뀌는 상황을 어떻게 여주인공 이수가 받아들일까?

둘의 사랑은 어떻게 계속될까? 

그 과정에서 나타날 장애물은 뭘까?


여기에서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몫이 잘생긴 남배우들이라는 것이다. 매일 다른 나이, 다른 성별, 다른 모습으로 이수 주변에서 서성거린다. 그러다 마음을 먹고 둘의 첫 만남을 고르고 고르던 남주는 로또 맞은 박서준 비쥬얼일 때 비로소 말문을 뗀다.




박서준의 눈빛에 서린 설렘, 서로 음악과 가구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예쁘게 담겼다. 잠을 자지 않으며 하루라도 더 있으려고 하는 설정이 조금은 무리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사랑에 빠진 일반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힘, 마음의 크기를 보여주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나름 의미가 있었다.  (잠을 이겨내다니...)


연애의 시작 단계에서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첫 시작의 모습이 박서준으로 시작하고 알아나가는 것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그러나 이후에 모습이 극단적으로 변하면서 나 스스로도

'아...........  저런 모습은.....' 이라며 외모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역시 얼굴은 잘생기고 봐야지 못생기면 연애 씹망 폭망이라는 생각이 강해지려는 순간

여자의 모습을 한 우진의 상태에서 감정선이 발전하면서 영화는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우진의 상황을 이해시키는 가장 중요한 시발점에는 천우희와 우에노쥬리가 있다. 






천우희는 연기를 잘 한다고 해서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사실 몰입이 잘 되지는 않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뭔가 불안해 보이는 것이 그 상황에서의 연기였지만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우희 자체도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상황이나 대사가 '나 지금 연기해요! 난 이수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연기중!'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우에노 쥬리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감탄을 하면서 보았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눈빛에서 정말로 관객을 납득시키는 힘이 있었다. 여성과 여성이 나와 서로 마음을 확인해나가는 과정인데 거기에 있어서 어떠한 불편함도 없었고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 외에 둘의 사랑이 발전되어 나가는 데이트 과정에서 대부분은 잘생긴 남배우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나는 잘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가 정말로 잘 만들어진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이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외국인, 어린 아이, 노인 등이 등장해야 한다. 실제로 어린아이도 등장하고 못생긴 남자로 여자로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중요한 씬과 감정선의 발달 과정에서는 모두 잘생긴 남배우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수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매일 바뀌면서 겪게 되는 혼란은 있지만

성별에 대한 정체성으로 흔들린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일단 우진이라는 이름이나 캐릭터 자체가 '남성성'이 뚜렷했고 영화내에서도 그것을 지지할만큼 남성 분량이 많다. 박서준, 유연석의 나레이션으로 우진의 마음이 대부분 설명된다. (혹자는 이것 또한 너무 세세하여 지루하다는데 나는 오히려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러나 사실 이 상상의 설정에 있어서 자유롭게 풀어나간다면 그 남성성을 버리고 완전한 자연인(!) 상태에서 보는 관점이 신선하지 않았을까 싶다. 상상의 조건을 더 많은 가능성을 두고 풀어나가면서 질문하는 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스토리와 설정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그 스토리를 가져가기 위해 함께 해야했던 불편함 대신 심미적 만족감을 택하여 영화를 풀어 나간다. 영화 속 가구와 공방의 분위기, 배우들 특유의 따뜻함이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로 눈이 즐겁다. 그리고 그 자체가 하나의 설득력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조달환씨와 케미가 좋다는 후기가 많다. 이진욱, 서강준 이런 미친 남신들이 나오다가 갑자기 현실감 넘치는 비쥬얼이 되니

그만큼 애정씬에서 왠지 모를 진정성이 확 느껴졌다. 상백이가 말해도 절대 안 듣던 말을 이수가 말하니 척척 듣고 

일터에 데려가고 '이수야 앉아봐'라며 정말 일상적으로 커플들이 하는 모습들에서 감정이 점점 깊어지는 것을 찬찬히 따라갈 수 있었다. 



조금 불편했던 씬이 김희원이 되었을 때였다.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부분에서 상백이 조폭같이 생긴 애가 무슨 결혼을 꿈꾸냐는 맥락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게 왜 외모랑 연결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사였고 불편했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영화 제목이나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 외면이 거론되는 부분에서는 좀 조심해야 했었을 텐데 그런 점이 아쉬웠다. 





이진욱 등장씬은 말이 안될 정도로 정말 영화에서 가장 절정에 휩싸인다. 이진욱의 손깍지 등장씬부터 가장 강점인 사랑을 듬뿍담은 양봉 눈빛!이 계속되면서 역대급 비쥬얼과 파티라는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이 둘이 사랑에 빠진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베드신의 분위기도 너무나 아름답고 특히나 이진욱의 눈빛 클로즈업은 감탄을 자아냈다.



(개존잘)




이수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남주는 점점 더 욕심을 내게 된다.  결혼을 고심하는 부분에서 여러 다른 남성 엑스트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결혼에 대하여 운을 떼는 부분은 역시나 잘생긴 이동욱의 몫.


그런데 결혼을 생각하던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이수의 입장을 생각 해보지 못한 부분을 알 때는 고아성.

이럴 땐 잘생긴 남배우가 아니라 여자다.




어떤 사람들은 유전 설정이 맥빠진다고 하였으나 나는 이해가 되었고 또 좋았다. 왜냐면 부모님의 상황을 통해 이수가 우진의 곁에 있으면서 겪게 될 여러 시련과 고난을 엄마가 이미 겪은 상황이라 이야기 해주면서 남주의 결정 과정을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어떻게 이 판타지 설정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해가 쉽게 되었다. 그러나 아빠가 사라질 때 그를 잡을 수 없었다는 엄마의 말에 조금 맥이 빠지긴 했다. 뭐 저렇게 사라지나 싶었지만 아빠가 주위에서 그래도 맴돌고 있었을거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 쓰고나서 검색하다 보니 엔딩크레딧 쿠키 영상에 실제로 이런 내용으로 이경영씨가 아버지 역을 연기했다고 한다. 항상 보던 엔딩 크레딧을 막차 시간 때문에 못 봤는데 너무 아쉽다 ㅠㅠ)


이렇게 이수와 우진이 같이 있는 부분에서 잘생긴 남배우들이 등장함으로써 영화는 계속해서 잘생긴게 쨩 이라는 편견을 계속 견고히 해나간다. 이런 점에서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볼 때는 좋다고 헤벌쭉했움)


이 영화에서 좋았던 두 번째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이수의 감정선과 있을법한 혼란을 잘 그려냈다는 점이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이수는 혼란스럽다. 인파 속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도 없고 알아볼 수 없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손을 잡으면 놀라지만 웃는 우진의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자신도 웃는다. 하지만 매일 다른 얼굴을 보며 우진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에 하루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런 이수의 혼란스러움을 알 턱이 없는 우진은 이수에게 자신을 찾아보라며 장난을 치고 이에 이수는 몹시 화를 낸다. 

처음엔 뭐 저래 화를 냄? 감히 서강준에게? 라몈ㅋㅋㅋㅋㅋㅋ 생각했지만

뒤이어 나오는 이수의 약 복용과 정신 상담 이야기를 보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헤어지고 나서도 그 사람과 같이 간 식당과 메뉴, 냄새, 느낌까지 기억 나지만 그 사람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이수의 말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특히 보내온 의자에 앉았다가 우는 이수를 보며 다가오는 언니의 모습이 흔히들 이별후 오열하는 이수를 바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기발하고 가슴을 저려오게 했다. 





세 번째로 이 영화가 좋은 건 여러 배우의 다양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김주혁이 담담하게 이별을 말하는 장면은 연기도, 미장센도 너무 훌륭했다. 눈이 내리지만 춥다기보다 따뜻하고 좋아하지만 헤어지는 모습이 좋았다. 계속해서 여운이 남고 기억에 남는 연기 부분이었다. 커플 의자 만들기로 해놓고 이수의 의자만을 먼저 만들어 놓고서는 왜 자기 의자만 있냐는 질문에 빨리 앉혀주고 싶어서 라며 애써 삼키며 말하는 부분이 연기를 진짜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감초 역할 상백을 연기한 이동휘씨도 엄청난 존재감이었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처럼 이 영화에서 웃음을 담당하는데 깊이있는 우정도 잘 드러냈다. 특히 우진이에게 상처주지 마라며 말하다가 나중에 만난 이수에게 싸늘해지는 모습에서 항상 유쾌하고 가벼워보이지만 우진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친구 상백의 캐릭터가 잘 보인 부분이었다.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너무 재밌었다.







이별을 하고 다시 이수가 우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영화의 이름에 내포된 메시지가 더 강화되면서 나온다.

뷰티인사이드라는 말에서 보이듯 

난 니가 외계인이든 상관없어. 갈때까지 가보자라고 외치던 그 정신을 계승한다. 


그러나 이 중요한 대목에서 또 절세미남 유연석으로 마무리 된다. 유연석도 절절한 연기를 너무 잘했다. 

문을 열었더니 그렇게 그리워하던 이수가 눈앞에 있지만 애써 모르는 척 하나 눈빛에는 절절함이 뚝뚝 묻어난다. 


'가구'를 통해 너의 손길을 기억한다 라는 메시지가 나는 너무 좋았다. 

이수가 우진의 새로운 가구들을 보고 딱 알아차리고서 둘만이 서로를 알아보는 그 매개체가

'가구'라는 점이 특색있고 보는 눈도 즐겁고 마음도 왠지 모르게 따뜻했다. 


어찌되든 둘은 외면에 상관없이 사랑하겠지 ~ 내면만 볼거야 ! 나는 너하나면 돼 ~ 라고 할 텐데

이를 어떻게 끌고 갈지가 너무 궁금한 영화였다. 

 그 과정에서 전체적인 맥락은 예상 그대로 넘어가는 영화라 맥이 빠진다고 평한 이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세세한 감정선과 상상에 디테일을 더해간 것에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막판에 문 열자마자 딱 알아보는 게 멜로 정석일텐데 이마저도 몰라보는 이수에게 처음에는 답답했다. 그런데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 정말 이 상황 자체가 쉽지 않구나 라며 알게 되었다.  사소하게 비틀어지는 전개들 자체에 있어서 만족했다. 


또한 이동욱 대신 노인 배우를 쓰거나 여자, 외국인을 투입하는 것이 영화의 취지에는 더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내 상상속에서 해도 충분하다. 실제로 시각으로 마주하였을 때 그 충격으로 인한 질문, 고민도 물론 의미가 있다. 영화 전체로 봤을 때는 그런 부분이 있다면 평론가들은 박수를 보내고 본 적없는 경험을 선사한 명작으로 평가받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잘생긴 남배우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분명히 즐거웠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미물에 미혹되고 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의 메시지와 계속 모순이 되는 이 설정과 전개 탓에 나는 사실 조금 괴롭다. 이 영화가 좋았다. 보는 내내 재밌었다. 그리고 응원하고 싶다. 그런데 외모에 대한 편견을 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관념을 강화시켰다.  그런 점에서는 나쁜 영화다.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와중에 이수의 마지막 대사. 

너 없는 시간보다 다시 또 아프게 되더라도 곁에서 사랑하고 싶다는 말이 곱씹게 된다. 


실제로 니가 변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사실 그 때는 힘들더라. 그렇지만 그 날이 고마웠다. 진짜 우진의 모습을 본 날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전체 배우들이 다가가며 키스하는 엔딩씬. 편집 기법이 몹시 세련되고 마지막까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나오는 그 여자끼리의 키스에도 흠칫하는 이 위정척사파 수준의 의식을 가진 관객으로서는 이 영화가 불편함을 택하지 않은 것에 조금은 감사함도 느낀다.(그러나 물론 영화의 발전과 편견 해소를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거듭 말한다.)


계속해서 질문하게 하고 먹먹하고 여운을 남겨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정말 저런 상황에서 내가 이수라면 결혼 할 수 있을까.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저들이 사랑하는 것과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많이 다를까.

어쩌면 저 겉모습에 다른 조건(부, 명예, 학벌, 가족 등)을 투영해보면 우리의 사랑은 진짜 사랑일까.

우리가 진짜 사랑하게 되는 것은 뭘까.

매일 바뀐다면 저것마저 저 사람이라고 규정지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역시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 대화, 추억이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움직이는 걸까.


오랜만에 본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응원합니다 뷰티 인사이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