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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콘텐츠/오늘의 영상&음악

이재, 곧 죽습니다 강추 그리고 떠오르는 한 사람

by 그네*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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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이 달의 드라마 - 이재, 곧 죽습니다

 

줄거리

총 8부작인 드라마가 오늘 파트 2가 공개 되면서 꽉 닫힌 결말로 끝났다. 
주인공 '이재'(서인국)가 자살을 하면서 건방지게 유서를 썼는데, 이 때문에 노한 '죽음'(박소담)으로부터 벌을 받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에게 내려진 벌은 죽기 직전인 각기 다른 12번의 인생으로 들어가 죽음을 12번 경험하는 것이다. 나는 아무 정보 없이 드라마를 보는 것을 선호하는데 다른 회차 인생으로 넘어갈 때마다 배우진이 화려하여 놀라웠다. 
 
박소담은 연기를 잘해서 신도 아닌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죽음'처럼 진짜 보였고, 서인국은 다양한 감정을 입체적으로 잘 그려내서 놀라웠다. 무엇보다 서인국의 엄마 역을 하신 분은 화면에 나오기만 하면 눙물이 차올랐다. 다른 배역 캐릭터들도 정말 설정에 맞게 연기를 너무 잘하다보니 몰입이 깨지지 않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자살율 세계 1위라는 국가에서 나온 드라마 답게 그 어떤 공익광고보다 효과적으로 자살이 얼마나 큰 비극인지 보여준다. 거부감없이 멜로,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였고, 전개가 무척이나 빨라 재밌었다. 허를 찌르는 전개도 많아서, 이 배우가 나온다고? 이 배우가 여기서 끝? 하면서 봤다. 
 
다양한 형태로 학교폭력, 취업난, 묻지마 살인 등 사회 문제를 자연스럽게 다루어서 좋았다. 다양한 관점에서 각자의 삶을 쉽게 평가하지 말고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주어 좋았다. 
 

'끝까지 살자'라는 메시지와 함께 떠오르는 한 사람

최근에 내가 참 좋아했던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고등학교 때 내 스케쥴러 표지에는 그의 이름 석자와 고백하듯 하트가 함께 써져있었다. 나는 그가 가진 특유의 찌질함과 여유가 좋았다. 소탈하면서 어딘가 서글픈 그의 분위기에 끌렸다. 드라마 스페셜 후 등 단막극 주연을 할 때부터 그의 깊이있는 연기를 보고 긴 여운에 빠져 허우적거리곤 했다. 
 
내게 다른 연예인들의 죽음과는 달랐다. 10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마음이 안 좋다. 그가 마약, 불륜, 성매매 업소라는 단어와 엮인 그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뭔가 계속 시간을 돌리고 싶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를 알고 싶다. 7년 연애를 하고 그렇게 어디에서나 아이들을 생각하고 아내에게 사랑해라며 표현하던 사람인데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닌데도 계속 생각난다. 내가 모르는 어떤 속사정이 가정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의 선택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 
 
'망신주기'식 보도로 전 국민이 그를 왕따시키는 느낌으로 발가벗겨진 지난 세 달이었다. 마약 수사 결과와 상관없는 사생활 보도가 온갖 곳에서 터져나왔다. KBS 뉴스를 보는데 누가봐도 그의 목소리로 룸살롱 마담에게 고백하는 통화가 공개되었다. 왜 내가 공영방송이라 불리는 KBS에서 남배우 사생활 불륜 까발리는 뉴스를 보고 있어야 하는지 불쾌했다. 세상에 얼마나 더 중요한 이슈가 많은데 망신 주기 외에는 아무런 목적도 울림도 없는 보도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달고 내놓은 그 기자에게는 기레기라는 말도 고상해보였다. 그의 죽음으로 많은 배우들이 애도를 하고 언론들은 놀라운 태세전환으로 반성문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비겁한 결정을 내려 아쉽다. 그가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서 마약 6범의 사기꾼 여자의 업소와 집에 들락날락한 것은 사실이다. 가족들이 받았을 충격과 마음이 어떨지 감히 헤아릴수도 없다. 더 야속한 것은 온 세상이 그를 공격하다가 그가 세상을 등지자 이상한 방향으로 화살을 바꾸었다. 유튜브 댓글을 보고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잠깐의 실수로 그럴 수 있다. 가정이 얼마나 지지가 안되었으면 밖에서 그렇게 위로를 받으려고 했겠는가. 드센 부인 때문이다.' 라며 2차 가해를 다들 멈추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고통받을 사람은 생존하고 있는 아내와 두 아들이다. 그는 그냥 도망쳤다. 자신의 떨어진 사회적 명예를 견딜 수 없어 가장 비겁한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가 이재처럼 12번의 죽음을 겪으면서 어디선가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결정을 한 것인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에는 그가 벼랑 끝까지 내몰린 것 같았겠지만 그가 정말 가족을 위했다면 이 문제를 덮고 상쇄시킬만큼 오히려 열심히 살아야했다. 그가 세상을 등지면서 이제 가족들에게 그의 추악한 끝을 뗄레야 뗄수 없는 꼬리표처럼 남겨주고 갔다. 정말 이기적인 결정이었다. 그의 뒷수습까지 가족들의 몫으로 넘기면서 끝까지 아쉬웠다. 이병헌도 장동건도 주진모도 하정우도 주지훈도 다 잘 산다. 정말 그의 행동이 실수였다면 큰 흐름에서 실수로 만들 수 있게 더 큰 줄기를 그가 만들어냈어야 했다. 왜 이렇게 삶을 싹뚝 잘라냈는가. 왜 자기 자신이 얼마나 귀하고 재능있는 사람인지 모르고 한낱 가벼운 사람의 말에 넘어가 인생을 망가뜨렸는지 안타깝다.
 
이 모든 상황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아쉬우면서도 원망감이 든다.
그가 이재처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며 후회하고 있기를 바란다. 
 

과몰입 깨지게 누가 이 분들 벤츠 타고 다니는 사진 좀 찍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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