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비 뉴스레터 주제 다듬기

 

땡비 뉴스레터 긴급 영상 회의

셋이 모여 뉴스레터 주제를 재정비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연서가 독감에 걸려 언니가 참여가 어려워지자 아버지와 나는 장산 집에서 언니는 영상통화로 참여를 했다. 이번 호 주제는 '1년 중 내가 좋아하는 달'이었는데 아버지만 지금 글을 다 쓰셨다. 밀려오는 채무감...! 집에 가자마자 아버지가 다 쓴 글을 척 내놓으시며 글을 달라 하셨다. "없는데요...?"하자 아버지가 오늘 모임은 의미가 없다 하셨다. ㅋㅋㅋ 주제 조정만이라도 하자 하고 밥을 맛있게 먹고 주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니는 영상통화로 참여를 했는데 막간을 이용하여 원조 땡비 연서가 독감으로 코가 꽉막힌 채 인사를 했다. 몸은 많이 고되어 보이지만 이 와중에 딸기를 열렬히 찾는 모습을 보고 입맛은 살아있나 싶어 다행이라 여겼다. 언니가 예방 접종을 안 맞았는데 무사히 독감으로부터 살아남기를...! 연서가 안방에서 자고 언니랑 오빠가 연서방에서 잔다고 하여 모두 빵 터졌다. 명확하게 기운 권력의 추가 느껴졌다. 

 

 

땡비 뉴스레터 주제 재정비

원래 땡비 뉴스레터 주제는 각자 쓰고 싶은 주제를 들고 와서 셋이서 만장일치인 25개 주제로 골랐다. 그렇게 25개 주제를 골라서 진행을 하고 있는데 뭔가 글을 쓰기 위한 글이 되어가고 있었다. 일관된 메시지나 쓰고 싶은 바가 명확하지 않아 좀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에 배우고 온 김보희 편집자 님의 강의를 듣고 아주 1분 요약 수준으로 책의 핵심 메시지 만들기, 형식/구성 고르기, 목차 구성 등을 말하였다. 

 

내가 이 땡비라는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바는 '가족과 하기 어렵다 느끼는 다양한 대화를 아버지와 두 딸이 글로 해본 것을 읽고 깊이 있는 가족간의 대화의 가능하다 내지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기존에 뽑았던 25개의 글감 주제들을 핵심 키워드로 다시 재분류를 하고 이에 따라 균형을 맞춰보자고 했다. 

 

 

우리의 기존 25개 주제를 묶어서 키워드로 구분해보니 장소/ 시간/ 인간(관계)/ 사물로 나뉘었다. 

다시 주제들을 재분류하고 장소에 대한 주제가 양이 적어 좀 더 추가했다. 독자들이 피드백으로 남겨준 다루면 좋을 주제도 포함시켰다. 37개 정도의 주제가 정해졌고, 주제별로 쭈욱 써내려가기로 했다. 목차가 자동으로 완성된 느낌이고 뭔가 책에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마지막 키워드 '사물'이 좀 아쉬운데 이건 또 글을 써내려가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아버지의 낭독회

아버지가 다 쓴 글을 읽어주셨다. 보통 글쓰기 모임에서는 본인이 쓴 글을 실제로 읽어보고 피드백을 준다고 한다.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아버지가 실감나게 글을 읽어주시기도 하고, 아버지의 목소리로 들으니 글이 더 운치있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아버지의 어린시절 일화를 말씀하실 때 목이 매는 듯 울컥이기도 하셨다. 아버지의 글이 묘사체라 너무나도 생생하게 계절감이 느껴지고 그 공간에 할머니와 어린 아버지가 있는 곳에 내가 다녀온 느낌이었다. 그 글을 아버지가 읽어주실 때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처럼 좋았다. 처음으로 글을 읽는 낭독회를 아버지와 해봤는데 너무 좋았다. 다음에 나도 꼭 글을  써가서 아버지와 읽어보고 싶다. 

 

아버지는 내가 따로 피드백을 드릴 내용이 크게 없이 이미 딱 정리하셔서 말씀해주셨다. 바꿀 부분을 서로 정리해서 아버지는 글을 써서 주시겠다고 했다. 42년동안 한 모임을 해왔다는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만든 사진 모임이 42년째 이어지는 것인데 아버지도 이제는 좀 지치셔서 사진 모임을 놓고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시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한 개의 모임을 1년도 하기 힘들다 느꼈는데 정말 대단하다 느꼈다. 

 

아버지가 땡비가 그래도 쭈욱 이어지는거도 총대매고 가고 있는 내 덕분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이렇게 아버지와 언니와 글을 쓰는 이 경험이 몹시 특별하고 의미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책을 내고 싶은 꿈에도 한 걸음 가까워지기도 한다. 글을 통해서 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세세하고 깊게 몰랐던 부분도 있어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재밌다. 그나저나 어서 글 써야지...!

 

P.S 기대치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

 

기분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별로 친하지 않은 후배인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소소한 선물 공격(!)과 간단한 손 편지를 주었다. 오며가며 인사 건낸 것이 전부인데 고마운 마음에 너무 귀여운 선물과 향이 하루를 기분좋게 했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기대치 않았던 별 선물을 다 받아 하루가 특별해졌다. 새해에 곧장 점심을 먹자며 바로 날짜를 잡았다. 다가와주는 사람이 귀한 요즘 몹시 고맙다고 느껴졌다! 표현해주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