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성취감을 가득 담아
신기하다. 24년 목표를 세우고 나니 인생이 엄청난 활기로 가득찬다. 매일 '뭘 쓸까?'라는 자세로 삶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하루하루 의미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뉴스레터 골목편을 발송하고 성취감에 젖어있는 내게 언니가 책의 한 구절을 보내주었다. 과정 자체를 예술이라 여기는 어느 부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땡비 뉴스레터가 잘 되든 되지 않든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냥 언니, 아버지와 언제 이렇게 같은 주제로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글을 써보겠는가! 그 과정의 의미를 언니가 알아주는 것 같아서 감동이고 뿌듯했다.
뉴스레터를 보내고 나면 한동안 엄청난 성취감에 젖어있다. 오늘도 하나 해냈다는, 한 걸음 나아갔다는 충만한 마음이 나를 가득 채운다. 2주 간격으로 글을 쓰려고 했다. 1주일동안 고민해서 쓰고 다음 1주일 동안 퇴고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올해 뉴스레터를 쓰면서 그 계획이 지켜진 적은 단 한번밖에 없다. 글쓰기의 고단함을 너무 무시한 탓일까...! 그런데 그 고단함을 이겨내고 멈추지 않고 그래도 해냈다 라는 것으로 스스로를 듬뿍 칭찬하고 있다. 블로그였다면 그냥 유야무야 될수도 있는데 기간이 명확한 뉴스레터라 달려가게 한다.
어젯밤 자기전에 '숲 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을 읽는데 가슴이 설렜다. 언니가 강력추천하며 읽어보라고 한 책이었다. 아무 정보없이 봐서 처음에는 무슨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사회과학서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삶을 실천해본 이의 경험을 담은 책이었다. 꼼꼼히 읽으면서 내 삶에 적용해볼것은 무엇인가 하며 고민해봐야겠다. 책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설렌다.
땡비 뉴스레터 '골목' 글쓰기 후기
이번에 땡비 뉴스레터 '골목'편 을 쓰면서 처음으로 소설이라는 장르에 글을 쓰는 것을 도전했다. 8년 전쯤 아버지와 문현 무덤 마을로 출사를 갔다. 무덤에 자리잡은 마을이라니. 갔다오고 나서 우울감이 한 주 정도 나를 지배했다.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출사지 중 하나였다.
추석 지나고 출사를 갔는데 어느 무덤 앞에 꽃이 놓여있었다. 나는 "아니 왜 무덤을 안 옮기고 여전히 이런 골목에 두는거에요?!" 하니 아버지는 내 질문이 어이없다는 듯이 답하셨다.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임마." 나는 머리를 댕하고 맞는 기분이었다. 무덤은 너무 작아 누가 봐도 아이의 무덤이었다. 연탄재 쌓여있는 골목에 자리잡은 이 무덤을 매년 찾아와 꽃을 두고 가는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이루 짐작할 수 조차 없어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 정도로 머리에 집어 넣고 어떻게 쓸까 계속 고민만 하다 시간이 갔다.
그러다 운동을 하는데 예전에도 좋아했던 Clean Bandit의 Rockabye 노래를 듣다가 가사가 궁금해졌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심지어 나는 귓병신이라 처음에는 Rock your body인 줄 알았다. 제목을 보고서야 아 처음보는 단어인데 뭔뜻인가 찾아보고서 정말 놀랐다. 이렇게 신나는 리듬과 노래에 미혼모의 이야기를 담아둔 노래였다. 아니 이렇게 흥 넘치는 리듬에 숙연해지는 가사라니... 가사가 너무 처연한데 아름답고 눈에 그려지는 노래라 더 좋아하게 되었다.
https://youtu.be/vwEq33_tXaQ?si=wLLADplFwzg64dR4
다음은 가사 전문이다.
Call it love and devotion.
사랑과 헌신이라고 불러요.
Call it a mom's adoration, foundation.
엄마의 사랑,엄마의 바탕이라고 불러요.
A special bond of creation,
hah
창조의 특별한 인연이죠.
For all the single moms out there, Going through frustration.
어려움을 겪는 모든 싱글맘들에게 바칩니다.
Clean Bandit, Sean-da-Paul,
Ann-marie
클린 밴딧,션 폴,앤마리가 노래해.
Sing, make them hear.
그녀들이 들을수있도록.
She works at nights, by the water.
그녀는 밤에 물가에서 일해요.
She's gone astray, so far away from her father's daughter.
그녀는 아주 먼 길을 잃었죠.그녀의 아버지의 딸이었지만.
She just wants a life for her baby.
그녀는 그녀의 아이를 위한 삶을 살길 원할뿐이죠.
All on her own, no one will come.
그녀 혼자 다해내고 있잖아 ,
아무도 와주지 않을거야.
She's got to save him.
(Daily struggle)
그녀만이 아들을 구해줄수 있어
.매일이 힘들어도.
She tells him, "Oh, love, no one's ever gonna hurt you, love."
그녀가 아들에게 말해요.오 아들아 누구도 너를 해치지 않을거야.
"I'm gonna give you all of my love."
나의 사랑을 모두 너에게 줄거야.
"Nobody matters like you."
(stay up there, stay up there)
누구도 너만큼 중요하지않아.
She tells him, "your life ain't gon' be nothing like my life." (straight)
그녀가 아들에게 말해요.너의 인생은 나와는 다를거야.
"You're gonna grow and have a good life."
너는 크면 좋은 인생을 살거야.
"I'm gonna do what i've got to do."
(stay up there, stay up there)
내가 할수 있는건 뭐든지 해줄게.
So, rockabye, baby, rockabye
자장자장 아가야 자장자장.
I'm gonna rock you
내가 흔들어 줄거야.
Rockabye, baby, don't you cry
자장자장 아가야 울지 마.
Somebody's got you
너는 혼자가 아니야.
Rockabye, baby, rockaby
자장자장 아가야 자장자장
I'm gonna rock you
내가 흔들어 줄거야.
Rockabye, baby, don't you cry
자장자장 아가야 울지마.
Ah, rockabye, no
Rockabye, rocka-rocka-rocka-bye
자장자장
(Rockabye, yeah, yeah)
Rockabye, rocka-rocka-rocka-bye
자장자장
Single mom, how're you doing out there?
싱글맘들이여 그곳에서
Facing the hard life, without no fear (yeah)
두려움없이 힘든 인생을 맞서고 있는거죠
Just so you know that you really care
당신은 아이를 잘보살피고 있다는걸 알고 있죠.
Cause any obstacle come,
you're well prepared (oh,no)
어떤 역경이 와도 당신은 준비되어있잖아요.
And no , mama, you never shed tear
그리고 엄마인 당신은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Cause you have to shed things
year after year (na,na,na,na)
왜냐하면 당신은 앞으로도 계속 눈물 흘릴게 많을테니까요.
And you give the your love beyond compare (yeah)
그리고 비교할수없는 당신의 사랑을 주고 있어요.
You find his school fee and the bus fare(yeah)
당신은 아이의 학비와 버스비를 마련하고 있잖아요.
Mh, all when the pops disappear
음 아이의 아빠가 사라졌을때
Inna rum bar, can't find him nowhere
술집에 가도 그를 찾을수없어요.
Steadily you workflow, heavily you know
당신은 계속 일을 해요.너무 잘알고있으니까요.
So you're non-stop,no time,no time for ya dear
당신은 멈출수없어요.시간이 없어.당신을 위한 시간이 없어요.
Now she got a six-year-old
그녀에게 여섯살짜리 아이가 있어.
Trying to keep him warm
그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애써요.
Trying to keep out the cold
추위에서도 지켜주려고해요.
When he looks in her eyes
아들이 당신의 눈을 볼때
He don't know he is safe
그는 본인이 안전한지 몰라요.
When she says, "Oh, love, no one's ever gonna hurt you, love."
그녀가 아들에게 말해요.오 아들아 누구도 너를 해치지 않을거야.
"I'm gonna give you all of my love."
나의 사랑을 모두 너에게 줄거야.
"Nobody matters like you."
누구도 너만큼 중요하지않아.
So, rockabye, baby, rockabye
자장자장 아가야 자장자장.
I'm gonna rock you
내가 흔들어 줄거야.
Rockabye, baby, don't you cry
자장자장 아가야 울지 마.
Somebody's got you
너는 혼자가 아니야.
Rockabye, baby, rockaby
자장자장 아가야 자장자장
I'm gonna rock you
내가 흔들어 줄거야.
Rockabye, baby, don't you cry
자장자장 아가야 울지마.
Ah, rockabye, no
자장자장
Rockabye, rocka-rocka-rocka-bye
(Rockabye, yeah, yeah)
Rockabye, rocka-rocka-rocka-bye
Rockabye, don't bother cry
Lift up your head, lift it up to the sky, yo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Rockabye, don't bother cry
자장자장 울지마
Angels surround you,
just dry your eye
천사들이 너를 지켜주고있어.눈물은 닦아.
Now she got a six-year-old
그녀에게 여섯살짜리 아이가 있어.
Trying to keep him warm
그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애써요.
Trying to keep out the cold
추위에서도 지켜주려고해요.
When he looks in her eyes
아들이 당신의 눈을 볼때
He don't know he is safe
그는 본인이 안전한지 몰라요.
When she says
She tells him,
"Oh, love, no one's ever gonna hurt you, love."
그녀가 아들에게 말해요.오 아들아 누구도 너를 해치지 않을거야.
"I'm gonna give you all of my love."
나의 사랑을 모두 너에게 줄거야.
"Nobody matters like you."
누구도 너만큼 중요하지않아.
(Stay up there, stay up there)
She tells him, "your life ain't gone be nothing like my life." (straight)
그녀가 아들에게 말해요.너의 인생은 나와는 다를거야.
"You're gonna grow and have a good life."
너는 크면 좋은 인생을 살거야.
"I'm gonna do what i've got to do." (yeah)
내가 할수 있는건 뭐든지 해줄게.
So,rockabye, baby, rockabye
자장자장 아가야 자장자장.
(Rockabye, rocka-rocka-rocka-bye)
I'm gonna rock you
내가 흔들어 줄거야.
Rockabye, baby, don't you cry
자장자장 아가야 울지 마.
(Badda-bang-bang-bang,alright then)
Ah, rockabye
자장자장
Rockabye, don't bother cry
자장자장 울지마
Lift up your head, lift it up to the sky (Ah,rockabye)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Rockabye , baby, don't cry
자장자장 울지마
Angels surround you, just dry your eye (yeah,ah,rockabye)
천사들이 너를 지켜주고있어.눈물은 닦아.
Rockabye, don't bother cry (no)
자장자장 울지마
Lift up your head, lift it up to the sky (oh, rockabye)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
Rockabye, don't bother cry
자장자장 울지마
Angels surround you,
just dry your eye
천사들이 너를 지켜주고있어.눈물은 닦아.
이 가사를 듣고 나니 신났던 노래가 너무 슬프게 느껴졌다. 이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니 하면서 터키에서 봤던 어느 여성이 생각났다. 화장실이 유료라 그런지 유독 꼬릿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터키 지하철 역 계단이었다. 지상과 지하의 경계인 계단에 갓난쟁이 아이를 바닥에 두고서 구걸하고 있는 어느 집시 여성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갑갑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를 보니 마음이 너무 텁텁했다. 저 노래를 듣는데 그 아이와 엄마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림은 터키 여행에서 세상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옆에 차는 쌩쌩 다니고 사람들은 거의 쏟아져나오듯 도로에 가득찼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에 정말 큰 쓰레기 통이 있었다. 아파트 한 동의 종량제 쓰레기를 모으는 사이즈의 큰 쓰레기통 옆에 한 소년이 자리를 잡고 음식물쓰레기와 다름없는 누군가가 먹다 남긴 음식이 담긴 비닐을 활짝 펼쳐놓고 먹고 있었다. 터키 여행 중 가장 숨이 턱 막히고 마음에 계속 남아있던 순간이었다.
휴대폰 메모장에 써둔 그런 순간들이 모두 모여 골목의 글로 이어졌다. 신기하게 술술 써지고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오라는 아이에 대해서 성별도 일부러 기재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이 아이가 어떤 성별로 그려질지 궁금했다. 수오의 이름도 '수오지심'에서 따왔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악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라는 뜻인데 모두가 외면하는 길년이를 거두는 수오의 마음을 잘 드러낸 이름으로 쓰고 싶었다.
수오의 첫 등장도 무덤 마을에 갔을 때 셔터를 막 눌러대다가 어떤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대낮인데도 새까맣게 어두운 방에서 공부하고 있던 어떤 아이였다. 나는 막 골목 사진을 가벼운 마음으로 찍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공간을 내가 침범한 결례를 한 거 같았다. 그 어두운 방을 쳐다보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여러모로 내 인생에서 정말 기억에 남는 골목이었다. 그 골목과 먼 이국 땅인 튀르키예의 골목이 합쳐져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 무덤에 꽃을 두는 사람의 심정이 어떤 심정일까 하며 글을 썼는데 정말 마음이 아렸다. 진짜 엄청나게 슬픔이나 울음이 터진다는건 아니었다. 하루하루를 지배하는 슬픈 감정이 목 울대 아래 깊게 자리해 있지만 일상을 살아내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경험들이 모여 글감이 되었다. 아버지도 글을 보시고는 작가가 다 되었다며 칭찬해주셔서 정말 뿌듯했다. 그 골목을 몇번이나 말하더니 결국 글을 써내려가는구나! 하시면서 같이 갔던 출사지임을 바로 알아보셨다. 근데 이번 회차가 정말 질릴 때까지 아버지가 꼼꼼하게 봐주셨다. 원래 '송이'가 아니라 '설화'였는데 아이의 시각에서 '설화'는 어려운 이름이라는 피드백을 주셨다. 언니의 피드백을 더해 '눈송이'로 바꾸어서 표현했다. 오타도 매의 눈으로 찾아내셨다. 아버지가 끝부분을 읽으시고 울컥하셨다길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 감정을 사람들이 느끼면 좋겠다. 그 꽃을 두고 가는 사람의 마음을 내가 잠시나마 유추하여 써내려갔는데 글로 함께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너무 좋을듯하다. 글이 가진 힘에 또 한 번 감탄한다.
24년 목표 설정 모임 시작!
오늘 나이나이에게 모임을 제안했고 기분좋게 수락해주었다. 우리 모임의 이름은 '러닝메이트'다. 각자의 프로젝트가 있고 이것을 정하는건 본인이다.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자유도는 높지만 빈도는 꽉 막혔다. 매일 하는 프로젝트 하나, 한달에 두번 정도의 빈도를 두고 하는 프로젝트로 해서 서로 공유하기로 했다. 작심삼일이 되면 괜찮아 아직 늦지 않았어 라고 서로 다독여주고 체크해주는 모임이다. 이 모임을 만들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또 인생에서 어떤 에너지가 마구 샘솟는 기분이 든다.
나이나이와 모임을 이야기하면서 내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언젠가 작은 촌집에서 빵도 굽고, 글도 쓰고, 글쓰기 모임도 하는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다. 아직 뭣도 모르면서 쉽게 생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꿈꾸는 건데 뭐 어떤가.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이렇게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작은 발자국이 되어 꿈을 향해 다가가게 할 밑돌이 되줄것이다.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가 되는 하루하루다.
동시에 다음 뉴스레터 주제인 '무례함에 대하여'에 관한 글을 써야한다. 아직 머리에서 맴돌고 있는데 어느 순간 정리가 되면 후루룩 써내려가려고 한다. 이 고민이 힘든데 동시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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