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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씨앗/매일을 기록

신혼집을 계약하고서 무지개를 보았다

by 그네* 202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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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산 - 창원 장거리 커플이다. 명지, 사상, 일광, 대연, 남천 등 무수한 후보지 중 최종 물망에 오른 곳은 일광과 문현이었다. 총 km수에서 20km 정도 문현이 일광보다 더 적은데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동서고가도로가 막히면 도로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의 선택은 문현이었다. 일광, 문현 둘 다 남친의 출퇴근에 편도 1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문현 출퇴근길이 사고 위험이 적은 시내 운전이 주를 이루고 km수가 적다. 

 

보통 첫 신혼집은 전세로 구해서 아이를 낳으면 시댁이든 처가든 부근으로 옮기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나는 사실 아이를 낳을지, 안 낳을지 정하지를 못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서로 빨리 만날 수 있는 중간지점이 낫다. 그러나 나는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해서 '만약 아기를 낳는다면'을 가정하여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아이 없이도 이 장거리 출퇴근 생활이 서로 힘들다면 아이는 포기해야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다. 

 

결혼, 정말 불확실성의 연속이고 질문할 거리가 너무 많다. 그렇지만 인생에서 스스로 확신에 가득차서 내릴 수 있는 결정이 몇이나 있을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인생에 나타나 함께 헤쳐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이고 놓치고 싶지 않다. 이 세 문장 사이에서도 왔다갔다 인생의 변곡점이 극과 극을 달리는 걸 잘 볼 수 있다. 흫흫

 

엄마, 아버지, 기린과 함께 새로운 신혼집 후보군들을 보고 같이 살아나갈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기대감이 생겼다. 집을 보고 나오는 길에 우리가 가장 1순위로 꼽았던 집이 있었다. 20년된 아파트지만 집주인의 손길이 집 곳곳에 닿아있었다. 다른 집과 달리 곳곳에 붙박이 수납장과 중문 등 손볼 곳이 거의 없었다. 모두 그 집을 1순위로 꼽았고 어머님께서 가격을 후려쳐주셔서(!) 원래 가격의 700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 우리집이 생겼구나! 하며 실감이 나지 않는 이 와중에 연화리에 놀러왔더니 눈앞에 무지개가 딱하고 나타났다. 카메라를 들이밀자 무지개는 도망치듯 사라져갔지만 선물처럼 눈 앞에 선명했던 무지개를 잊을 수가 없다. 

 

"너흰 잘 살거야" 라고 말해주는거 같았다! 고맙다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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