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의씨앗/매일을 기록

각자 인생의 변곡점에서

by 그네* 2023. 12. 18.
반응형


오랜만에 롤링방 사람들과 만났다. 빅뉴스가 많았다. 민짱은 약 10일 후면 아들 아빠가 된다. 민짱이 아빠라니…! 민짱은 자유로운 영혼이라 아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는데 신기했다. 그의 아내가 인근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어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봐서 좋았다. 그도 이 와중에 대학원도 마쳐서 이제 석사가 되었고, 해외 학회도 다녀오고 참 열심히 살았더라. ‘바로 박사 가야지!!!!’ 하니 그가 실실 웃으며 뒷걸음질 쳤다. ㅋㅋㅋ 뜻이 없는게 느껴졌다 ㅋㅋㅋㅋㅋ 육아와 회사를 병행해갈 그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아내 림쓰가 소식좌라 걱정되고, 전치태반이라 출혈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서 또 걱정되었다!!! 부디 제발 무사히 포도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나중에 포도와 같이 놀기로 했따 후후!

JM 언니는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이번에 육휴를 끝내고 복직하면서 서울로 이사하고 바빠서 그런거냐 물으니 아들맘이라 그런거라 했다. 언니는 숲유치원 보내고 싶은데 남편은 영어유치원 보내고 싶어해서 고민이라 했다. 언니가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방향은 아들이 더 행복한건데 그 마음 꺾이지말고 잘 이어나가면 좋겠다. 부모의 욕망이 투영된 삶은 자식에게 불행을 대물림하는 것 같다. 형부가 5년 석박사 대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육아를 전담해서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 우리가 만난 날이 언니의 생일 전날이라 같이 케익을 불었다. 언니가 오랜만에 불판있는 고기집에서 고기도 먹고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떠드니 너무 기분 좋다고 했다. ㅋㅋㅋ 언니가 혼자 독박하는 동안 참 외로웠을텐데 거리도 멀고, 나도 무심하여 이리저리 챙기지 못해 육아 시기 이야기를 들으면 미안해진다. 지금부터라도 더 자주 연락해야겠다 싶었다.

쪼언니 이야기가 젤 충격이었다. 예전부터 딩크였고, 고양이를 키우길래 와 진짜 백퍼다 했는데 임신을 했다는 것이었다!!!! 쪼 언니 부부는 둘다 사실 애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태로 오래 지내오다보니 어떠한 결론 없이 시간이 흘러왔다고 한다. 그러다 어떻게 그렇게 사고관이 바꼈냐고 하니 1) 회사에서 이 모든게 부질없다는 현타가 세게 왔고 2) 노산 35세가 다가오며 내가 못 가지는 것과 안 가지는 것의 차이 3) 민짱의 시험관 이야기 가 큰 부싯돌이 되었다고 한다. 언니는 정말 열심히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 사회적 성취에 집중할 줄 알았는데 이런 엄청난 전환이라니…! 언니 회사 이야기를 들으니 임산부인데도 밤 10시까지 야근을 하고 2시간 반 넘는 거리에 운전해서 출장을 보내려고 하는 부분에서 배려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임산부인 자신이 나서서 ‘날 배려해주세요’ 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도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우리는 웃으며 지하철에 임산부 자리를 휘감은 쨍한 핑크 리본 색깔과 같은 후드라도 사서 입거나 임부복 입고 회사가라고 했다. 원래 사람들은 그렇게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람들의 무신경함에 섭섭해하기보다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영영 그녀가 임산부인걸 까먹고 어찌해야할 지 모른다고 했다. 우리 회사를 나는 맨날 까고 다녔는데 육아 제도는 생각보다 실천도가 높은 듯 하여서 재발견이었다.

쪼 언니 남편분도 오셨는데 날 만날 때마다 부담스러워한다. 소문자 I이셔서 대문자 E인 내가 그의 옆자리 추격전을 하며 기를 쪽쪽 빨아 먹겠다고 할 때마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셨다 낄낄

모임 마무리쯤에 성심당 파네토네와 손카드를 건넸다. 언니들이 고맙다며 내가 오니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주는 정말 시간이 없어서 JM언니와 쪼 언니 카드를 휘갈겨 써서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더 시간을 들여 정성들여 카드를 써야겠다. 이번에는 대전-서울 기차표 잡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다 껄껄

시장합니다 - 인터뷰 책자도 나눠줬다. 언니들이 너무 예쁘다고 하고 감동 먹어 했다. 그리고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고 사이드 프로젝트 하는게 대단하다 했다. 회사에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는거도 참 복이라고 했다. 책자를 다 보더니 부산에 놀러가야겠다고 말해주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고마웠다.

오랜시간 이렇게 서울 - 부산 멀지만 서로 오며가며 관계가 이어지니 감사함에 관계도 되돌아보게되고 이제 다들 육아의 세계로 가니 그 전에 꼭 더 봐야겠다 싶었다.  

J언니 집으로 돌아와 2차 수다를 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서로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키워드를 말해주었다. 언니는 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부산, 글쓰는 사람, 그리고 다른 키워드는 내게 정해라 했는데 나는 언니들이 지어줬던 나의 별명 ‘어린 짐승’을 꼽았다. 언니는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이 부산과 연관되어 있고, 부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고 한다. 내게 부산은 애증인데 그만큼 나와 부산을 떼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 같다고 했다.

언니는 회사 상황 때문에 자존감이 갉힌 상황이라 안타까웠다. 언니는 내가 어떤 고민이 있어 말하든 그 고민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알려주며 나에게 결정하라고 말해준다. 또 뼈도 어찌나 찰지게 때리는지 언니의 객관성은 정말 애정에서 깊이 나온다는 걸 알아서 나는 언니의 키워드로 ‘객관성’이라 했다. 그리고 언니의 집에는 화이트 & 우드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언니는 ‘무채색’ 러버다. 그래서 무채색도 떠올렸고, 취향이 뚜렷한 사람이라 ‘취향’도 떠올랐다. 언니는 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말하는 모든 것에 의미가 있고 다 애정이 있어 나오는 팩폭이다. 또 말하다보면 나름 감정의 진폭이 있어서 되게 웃긴데 회사 사람들은 그런 면을 모르겠지? 그런걸 생각하면 참 신기했다. 내게는 이렇게 재밌는 친구인데 회사에서는 세상 각잡힌 대장이라 생각하니 놀라웠다. 언니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떠올리다 언니가 좋아하고 재밌는걸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말 숨이 턱턱 막히게 일로 뒤덮힌 언니의 일상에서 숨구멍이 될만한 좋아하는 걸 찾으면 좋겠다. 요즘 언니를 둘러싼 일상이 자꾸 언니의 약점만 드러나는 상황으로 가득차서 힘들것 같았다. 언니의 장점을 생각할 수 있게 쌍따봉 용기 발사를 하는 메세지를 종종 보내야겠다 싶었다.

언니 방에 들어가자마자 내가 감탄한 두 아이템이 있었다. 하나는 2024년 365 일을 한 눈에 보이게 한 년력이라 해야되나. 그런 캘린더였고, 하나는 틴케이스였는데 언니가 모두 내게 선물로 줬다. 캘린더는 미리 하나 사뒀고, 틴케이스는 안에 있던 핫초코까지 내게 줬다. 너무 고마웠다. 볼 때마다 언니와의 수다 떨던 밤이 생각날것 같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보니 다같이 인생의 궤도가 한 5도쯤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선들이 쭈욱 이어지다 보면 5도의 차이가 10도 20도 50도로 점점 달라지겠다 싶었다. 누군가는 육아의 삶으로, 누군가는 솔로의 삶으로. 또 회사에서의 성공가도를 달려갈것인가 아니면 개인적 삶을 추구할것인가 저마다의 가치관에 맞춰 달리 갈듯 하였다. 천둥벌거숭이였던 시절에 만나 이렇게 회사에서 살아가고 있는게 너무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이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맞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역시 사람을 함부로 예측하거나 단정짓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 또한 나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게! 새로운 계절에 만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