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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시청역의점심

1호 점심 - 최고의 점심은 아직 오지 않았다

by 그네* 2014.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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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점심은 아직 오지 않았다



쫓기는 시간, 7000원이 훌쩍 넘는 밥값, 푸석푸석한 대화는 점심의 여유를 삼키는 괴물이다.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점심의 여유를 되 찾을 수 있을까? 청계천 산책로 두 번째 벤치가 놓인 보도블럭에 발을 놓으면 나만의 시청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펼쳐진다. 그곳은 이색 점심 풍경이 펼쳐지는 매트릭스 속 시청이다.


#1. 점심시간 3시간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OECD 노동시간1위, 생산성 최하위다. 특히나 소처럼 일하는 것이 미덕인 공간이 시청이다. 한편 매트릭스 시청역에서는 변화가 일고 있다. 직원들의 땀방울이 눈물방울 되도록 일 시키기로 유명한 회사 ㈜PPAKSE에 전직 한량 출신이 사장으로 올랐다. ㈜PPAKSE의 점심시간은 12시부터 3시까지로 대폭 늘어났다. 그러자 한 무더기의 직원들은 어학원으로, 다른 한 무더기의 직원들은 성형외과, 피부과,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또 다른 무리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원하는 바를 얻었고, 생산성도 주가도 올랐다. 주주들은 점심시간을 더 늘리라고 사장에게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추신. 저는 공기업에 다닙니다만, 이 다음 대통령은 한량출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 시청역의 무상급식

매트릭스 시청역에서는 무상급식이 절찬리에 진행되고 있다. 시청역 건물에서 숨죽이던 사람들은 꽃망울이 터지듯 점심을 향해 터져 나온다. 점심은 축제다. 청계천부터 시청역까지 왕의 밥상 부럽지 않는 뷔페 행렬이 이어진다. 시청역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골라 먹을 수 있다. 그 어떤 질서도 점심의 자유를 막지 못한다. 회사에서 일하던 직장인들도, 학원에서 공부하던 학생들도, 밥을 해 먹이던 식당 이모와 삼촌들도, 노숙자도! 시청 광장과 미술관 잔디를 식탁 삼아 햇살 맞으며 점심을 즐긴다. 점심시간 마다 식당에서 연출 되던 지갑을 꺼내다 말다를 반복하는 눈치 작전도 자취를 감춘다. 무상급식은 저마다의 주머니 사정 따위 아랑곳 않는 무차별의 밥상이지만 지상낙원은 아니다. 절제 미를 잃은 사람들의 비만 지수는 급격히 상승했고, 아침과 저녁에도 무상급식을 제공하라는 시위가 점심시간마다 끊이질 않았다. 반작용으로 무상급식을 중지하고 다시 점심시간에 식당 문을 열라는 시위도 일어났다. 시청역 일대의 창조성을 구글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창조경제 정책의 일환이라는 소문과 북한 정부가 검은 의도로 움직이는 계략이라는 풍문이 밥상을 떠돌아 다녔다.


http://www.citylunch.co.kr/gobongbap/class_articles/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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