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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콘텐츠/오늘의 공간

대전 성심당과 R언니와의 굿밤

by 그네*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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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면 성심당!
대전 성심당 본점을 저녁 9시쯤에 갔더니 빵이 남아있는게 이게 다였다. 거의 다 털림… 그래도 치즈빵과 화이트롤만 급히 사서 나왔다.
들어가자마자 “여기 빵 다 털렸어! 뿌띠끄로 가자!”라는 어느 대전 토박이가 외치길래 홀린듯 따라갔다.


성심당 부띠끄는 본점에서 15걸음 정도 거리에 있다. 뿌띠끄가 사람이 훨씬 많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다양한 빵과 세트가 구비되어 있었다.

부담 없는 크기의 미니 타르트가 많았다. 냉장 보관 해야 하는 디저트류가 많아서 온 김에 먹어야겠다 싶었다.

꿈돌이 마들렌이 있었다. 대전 엑스포의 상징인 귀염둥이 꿈돌이 마들렌이라니… 머리 잘썼는데? 싶었다. 홀린듯 초코맛과 기본맛을 쟁반에 올려버렸다.

기린이 사오라던 순수 마들렌도 미니 사이즈가 있어서 쓸어 넣었다. 초코 맛도 살까 했는데 좀 담을껄… 안 담았는데 꿈돌이 초코맛이 너무 맛나서 안 담은걸 후회했다.

홀케익 사는 분도 정말 많았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결제하고 포장을 위한 진동벨을 받은 빵집은 처음이었다…!

과일 때려넣는 걸로 유명한 성심당의 명성에 걸맞게 케익들이 아주 알차 보였다.

부띠끄에서 조금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부띠끄에서만 45000원 썼다. 본점에서도 사고, 다음 날 아침에 대전역에서 파네토네 쓸어담고 한것까지 하면 성심당에서 10만원은 쓴거 같다 후후…


숙소로 와서 딸기마블링생케익과 프로마쥬 뿌셨는데 딸기 케익이 더 맛있었다. 생크림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지만 맛있었다.

오랜만에 R언니와의 재회

R언니와는 거의 1년 만에 만났다. 언니는 대전에서 대학원 수업을 듣고 10시쯤에 합류했다. 언니가 엘베를 타려면 방키가 있어야 해서 데리러 내려갔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 없을 줄 알고 누가봐도 잠옷인 옷을 입고 내려갔다. 근데 자꾸 연말 파티 하는 드레스업한 사람들과 엘베를 같이 타게 되어서 파티러들 사이에 나홀로 잠옷러가 되어 언니와 만났다. 만나자마자 언니와 계속 웃었다.

언니는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도전하고 있다. 회사 마치고 대학원이라니… 1학기에는 중간 기말이 되살아난 삶을 살다가 2학기에는 시험 대신 리포트 8번을 내야해서 허덕였다고 한다. 참 열심히 산다 싶었다. 언니가 대학원에 갔더니 동기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고 한다. 세상에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거야.. 다들 그만해 제뱔….

회사에서도 언니가 참 열심히 일하고 인정도 받는듯했다. 그런데 중요한 인사시즌이 다가오자 여성인 점이 대놓고 약점으로 언급되니 많이 힘이 빠지는 듯했다. 이 빌어쳐먹을 세상 같으니라고. 여직원은 육휴를 언젠가는 간다는게, 인사 공백이 일어날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고 해서 다들 기피한다고 한다. 회사에 여자 선배 자체가 많이 없고 일을 잘한 사람으로 평가받은 사람이 없어 여자 직원에 대한 사내 평판도 아쉬움이 많았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많이 멀었다 싶었다. 언니가 모든 부서에서 자신이 2순위로 지목되었다는 것을 안 순간 힘이 다 빠지고 하루종일 멍해졌다고 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열심히 일하는데 성별을 바꿀수 있는거도 아니고,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걸고 넘어지니 답답했다.

언니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지금 있는 회사에서의 답답함이나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급의 대화를 진행했다.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게 가장 중요한데, 그 행복을 어떻게 찾고,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건지, 세상이 심어둔 가짜 욕구인지 알아야하는데 여전히 혼란스럽고 고민이 많이 되었다. 새벽 두시까지 오만 이야기를 하며 하품 날리며 잠에 들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내면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함께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다음에는 언니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때는 또 새로운 도시에서 보게 될 것 같다! 열심히 살면서 한 뼘씩 성장하여서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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