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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콘텐츠/오늘의 공간

용리단길 먼데이모닝마켓 & HALT 커피에서 오랜만에 수다

by 그네*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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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은 정작 망했지만, 무수한 ~리단길 사이에서 떠오르는 용리단길!

용리단길 아침 11시부터의 수다 타임을 위하여 먼데이모닝마켓을 가봤다. 길치라 처음에는 입구를 찾지 못해 쭈욱 올라가다 내려오던 뽀리 언니를 만났다ㅋㅋㅋ 언니가 왜 올라오고 있냐며 가게는 밑에 있는데 라고 해서 못찾겠다 했다. 언니가 “그래~ 이제 우리 나이에는 간판 커~다래야되는데 그지~” 이래서 빵터졌다.

입장부터 다들 웃겼다. 뽀리 언니와 나는 너낌있게 포스터로만 입구를 표시해두셔서 간신히 입구를 찾고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는데 너무나도 주방을 가로질러 가야해서 뒷문으로 잘못 들어온 줄 알고 “죄송해요~” 하면서 들어갔는데 이 곳도 문이 맞다고 한다.

그리고 개가 막 짖길래 봤더니 뒤에 테라스 쪽에서 옹이 들어왔다. 그도 들어오면서 입구를 당황해 했는데 그쪽도 입구가 맞다고 했다. ㅋㅋㅋ 모두들 당황하며 오랜만에 조우하였다.


날씨 좋을 때 오면 정말 좋을것 같았다. 가게는 아주 아늑하고 조용했다. 용리단에 대형견들이 많아서 손님들이 데려오는 대형견 구경도 쏠쏠했다.

성심당에서 뽀리와 졔, 옹을 생각하며 사온 파운드 증정식을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 연말 너낌 손카드를 줬는데 다들 너무 오랜만에 이런 손카드를 받아본다며 감동적이어 했다.


먼데이모닝마켓 메뉴

오믈렛&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안에 치즈도 들어가있고 포슬포슬 보들보들 하이 너무 맛있었다.


단호박 그라탕 같은 메뉴였는데 위에는 페스츄리를 겹겹이 올려두셨는데 안에 단호박 그라탕이 너무 맛있었다.


호박 쥬키니 파스타였는데 이게 젤 맛있고 특이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나중에 생각 날 것 같은 맛이었다.


라자냐도 주인님이 오셔서 소스를 부어주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금방 순삭되었다.


전반적으로 양이 많지는 않은데 플레이팅이 너무 예쁘고 맛있었다. 옆에는 간단한 식료품과 소품을 살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HALT 커피

날이 너무 추워 먼데이모닝마켓에서 10발자국 정도 걸으면 나오는 카페를 갔다. 비건 도넛과 디저트가 있었는데 모두 맛이 좋았다.


오랜만에 옹&뽀리&J와 수다


먼데이모닝마켓에서 밥 먹고 있는데 옹의 워치에서 알람이 울렸다 ㅋㅋㅋㅋ 무려 나의 상경 소식을 알리는 ㅋㅋㅋㅋ 갬덩이었다.

다같이 귀하디 귀한 단체 사진도 찍었다. 옹은 회사에서 무려 15년차가 되었다. 옹은 참 따뜻하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그의 회사 이야기를 듣는데 15년 되도록 느껴지는 일관된 분위기가 있다. ‘옹이 말년 병장이 되어도 계속 걸레를 빨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옹이 좋은 사람이라 일을 미루지 않고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 본인이 맡은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일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본인이 더 감내하고 배려하는게 피처럼 박힌 옹이라 안쓰럽기도 하고 그의 노력이 다 그에게 돌아오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뽀리는 육아맘으로서 복직하며 다사다난했던 한 해 같았다. 뽀리 언니는 따뜻한 말로 자존감 지킴이 해주다가 웃으면서 팩폭 날리는 단짠 모드가 완성된 사람이다. ㅋㅋㅋ 한참을 웃다가도 “나 요새 연말이라 좀 멜랑꼴리해. 인생은 뭘까?”라고 해서 어디까지 가는거냐며 다같이 웃었다. 그렇게 웃다가도 언니의 고민에 집중하여 듣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다. 뽀리는 회사가 원하는 사람의 상에 언니가 점점 맞지 않아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떤 삶을 추구해야할지 고민이 많아 보였다. 나는 코오롱 패딩이 따뜻해서 좋은데 회사는 몽클레어 입고 외쿡물 먹은 갬성의 사람을 좋아하니 현타가 오는듯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진심 코오롱 패딩 최곤데 왜그래 진짜 따뜻한데 라며 웃으면서 진지하게 또 서로를 북돋아줬다.

J는 절이 싫어 중이 떠나려다가 회사가 절에서 교회가 될정도로 급변했다. 씹한국계에서 갑분 글로벌 외국계가 되어 외국인 상사가 오고 모든 보고자료를 외국어로 만든다고 했다. 영어가 정말 늘기에 좋은 환경이지만 어학연수 한 번 떠나본적 없는 언니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라고 했다. 회사가 그렇게나 변할 수 있다니. 그런데 모든 업무를 영어로 해야 된다고 할 때, 내가 한 업무가 단지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검은 머리 외국인 동료에게 넘어갈 때 현타가 세게 올거 같았다. 언니가 가진 분석력이나 기획력이 분명 엄청난 장점인데 그런 것보다 언어적 장벽에 모든게 가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언니가 너무 갈리고 있는 느낌이라 걱정이 되었다.

11시에 만나 오후 5시가 다되어서 헤어졌는데도 대화가 끊이질 않고 재밌었다. 거리가 멀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함께 깊은 내면의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을 수 있어 좋았다.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으로 에너지가 듬뿍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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