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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박2일 가족 여행 (1) 산청 자연바루, 수선사, 카페 프레드릭

by 그네*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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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행=P여행 그 잡채

결혼 이후 오랜만에 직계끼리 여행을 떠났다.
언니는 이어진 수험생활 때문에 엄빠와 여행을 많이 못 즐겼다. 
엄빠와 여행을 안 가면 좀 한이 될거 같다는 멘트를 장전하며 형부에게 조카를 맡기고 직계 여행의 포문을 열었다. 
 
늘 그렇듯 우리 가족 여행 스타일은 그야말로 무계획이다 ㅋㅋㅋㅋㅋ
여행 전에 김해 > 진주여행이었으나 계획했던 금란다원이 예약 풀방이 되면서 김해가 바로 날아갔다. 
그러고 나서 별 대안없이 다가온 여행 당일🤫
 
아침에 짐을 부랴부랴 싸는데 카메라 CF메모리가 안 보이는 것?
그래서 어쩔 수 없이 ㅠㅠ 카메라는 못 가져가고 대신 오즈모 포켓만 가져가서 
이번에는 영상을 주로 찍었다. 
아버지 카메라랑 같이 찍고 싶었는데 졘쟝 ㅠㅠ
 
차에 타자마자 엄마가 과일과 달걀을 챙겨와서 먹었다. 
아침 안 먹고 올 줄 알았다며 손에 쥐어지는 삶은 달걀 🥚과 사과 반쪽 🍎
식사에 진심인 그녀... 고마방 엄마 🥹
항상 여행 갈 때면 먹을걸 바리바리 박스데기로 사가던 엄마인데,
이번에는 제발 자제해달라는 말에 아주 조금만 챙겼다. 큰 손 엄마 정말 장족의 발전👋🏻
 
언니는 운전을, 나는 맛집을 찾아나섰다. 
울 집에서 아무도 맛집이나 웨이팅에 관심 없음... 내가 찾아야함... ㅋㅋㅋㅋㅋ
가는 길에 점심 먹을 곳을 찾아보았다.
점심으로 함안을 가자 했는데 다들 배가 별로 안 고프다 하여 변경.
진주에서 먹을까했는데 것도 나중에 올거니까 하여 변경.
바로 산청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행의 시작은 먹부림부터, 산청 자연바루 

사찰요리 명장인 대안스님이 운영하신다는 사찰 음식점이다. 
대표메뉴 연잎밥을 제외하고는 모두 퓨전 형태로 비건 피자 등이 있다. 
가족들이 모두 속 편한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여 언니가 운전하는 동안 찾아보았다. 

 
입구에서부터 장에 진심인게 느껴졌다. 
절 음식이라 하여 식당도 왠지 모르게 좀 허름할 줄 알았는데
엄청 현대식에 테이블 모니터로 주문하는 형식이었다...!
불교는 역시 시대에 적응이 빠른 종교임에 틀림없다 ㅋㅋㅋㅋㅋ
 
https://naver.me/x3jMCUaU

네이버 지도

자연바루

map.naver.com

 

산청 자연바루 메뉴

부처님 오신날이면 비빔밥 퍼주던 절이니까 ~ 사찰음식 저렴하겠지~라고 기대한다면 아서라.
자연바루 메뉴는 조금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우리는 연잎밥 3세트와 콩스테이크 정식 1을 주문했다. 
 

너무 알차고 맛있었던 연잎밥 세트

연잎밥 향이 정말 좋았다. 
밥 한 입 베어불면 향이 쏴악 도는데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같이 나온 아욱국도 정말 쭉쭉 들어가는 맛이었다. 
시락국보다는 부드럽고 덜 간이 세서 향도 은은하고 좋았다. 국 싫어하는 언니도 다 먹음...!
 
반찬들도 다양하게 나와서 맛을 즐길 수 있고 알찬 구성이었다.
두부 위에 깻잎 같이 향이 강하고 새콤달콤한 채소무침이 올라갔는데(이름 모름) 맛있었다.  
두부 만두도 고기만두 생각 안 날정도로 증말 맛있었다. 
 
나의 넘버원 메뉴는 냉이감자전과 유부 무침이었다 ㅠㅠㅠ 진짜 개맛있엉 ㅠㅠㅠ
겉바속촉인데 냉이향 은은하게 나고 유부 무침은 정말 이거랑 밥만 있어도 한 공기 뚝딱할듯 ㅠㅠ
이 외에도 기본 나물, 버섯, 죽순무 무침도 재료 본연의 맛이 다들 살아 있어서 맛있었다. 
밥과 아주 꿀떡 꿀떡 들어갔다. 

푸짐했던 콩스테이크 정식

모두가 연잎밥 정식을 먹을 때 다른 거 먹는 사람 =나
근데 결론부터 말하면 연잎밥 정식이 더 맛있음 ㅋㅋㅋㅋ
근데 두 번 오기 힘든 곳이니까 간 김에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고 싶어서 다른 거 골라보았다.
 
콩스테이크 정식은 찬이 더 적다. 
대신 저 콩스테이크가 지글지글한 주물에 같이 나오는데 양이 정말 많았다 ㅋㅋㅋㅋㅋㅋ
끝도 없이 구워져 있는 콩스테이크
진짜 그냥 햄같이 탱글하고 향이 좋은데 말 안하면 그냥 햄인거 같다. ㅋㅋㅋㅋ
짭쪼름한 소스에 같이 구워져있는 양배추와 버섯도 증말 넘 맛있었다. 
흰밥도 같이 나오는데 밥은 평범해서 연잎밥 빼앗아 먹음 ㅋㅋㅋㅋ 🐷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언니는 거의 다 못 먹었다. 
엄빠는 어째서 ㅋㅋㅋㅋㅋ 절이 이렇게 자본주의에 쩔어서 비싸게 파냐고 했다. 
그냥 시주하는 셈 치고 먹으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손님 자체가 많이 오기 어려우니 오는 손님에게 뜯어야 하지 않겠냐며 
식당 입장에서 나름의 변명(!)을 하였다 ㅋㅋㅋㅋ
 
그치만 가성비가 좀 떨어지는 메뉴이긴 하다. 
아무래도 절은 공짜로도 밥 준다는 이미지가 있으니 이 뭔가 낯설음은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정말 만족스러웠던 식사!

절과 어우러진 자연바루 정말 예뻤다

고즈넉한 절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건물.
내부도 꽤나 널찍하고 예뻤다. 

 
외부는 정말 더 아름다웠다. 
벚꽃시즌에 왔으면 더 엄청 아름다웠겠다 싶었다. 

 

 

 

길목, 조경 곳곳이 잘 가꿔진 절이라 한참을 사진 찍음

 
사진 포즈와 시선에 대한 코칭을 아끼지 않는 아부짘ㅋㅋㅋㅋㅋ
중간에 허리 라인을 보여줘야 사람이 뭉티기 덩어리처럼 안 나온다고 하셨닼ㅋㅋㅋㅋ
언니랑 엄마는 상의로 하얀색 옷을 입고 왔는데 
나는 진녹색을 입고 와서 사진에서 나에게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나는 농담으로 "누가 사진 찍는데 하얀색 입고 오는데!!!!!!!"라고 하자 아부지가 만족스러워하셨다 ㅋㅋㅋ
사진찍을 때 흰 옷 입으면 안된다 회색으로 나오고 얼굴도 안 예쁘게 나옴. 암튼 그럼 ㅋㅋㅋㅋ
그러자 엄마가 상의를 벗어던지고 검은색 옷만 입고 찍으니 사진이 훨씬 잘 나왔다 귣귣

 

 
같이 있던 절도 정말 예뻤다.
자연바루는 절 보러 간 김에 밥 먹어도 되고, 우리처럼 밥먹으러 간김에 절봐도 좋았다. 
가족들 모두 모처럼 속 편한 만족스런 식사를 했다며 잘 찾았다며 칭찬샤워를 시켜주었다 컄컄
 
사람들이 없고, 조용한 절에서 밥도 먹고 
사진도 한참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다음에 산청에 간다면 또 가보고 싶은 곳!
 

산청의 유명한 절, 수선사는 굉장히 별로였다

SNS에서 핫하다고 하는 수선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정말 볼것 없어서 한 5분만에 나왔다 ㅋㅋㅋ
이럴줄 알았으면 자연바루 옆에 있던 절에서 더 시간을 보내고 올걸 할 정도였다. 

 
여기가 나름 포토스팟인데, 예.... 
그렇습니다...
위에 절도 마치 세트장 같고 '시절인연'이 절에 써있는 걸 보면
뭔가 철학도 없는 날라리 절 같아서 별로 땡기지 않았다. 
그리고 포토존 옆에 3층짜리 거대 사찰 카페가 있었다. 
 
수선사,,,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거부감이 팍 들었다.  바로 나와서 우리는 산청으로 이동했다. 
 

나의 본적지이자 아버지의 집성촌, 산청 단계리

이번 여행의 메인 코스는 아버지 추억으로의 여행이었다. 
본적지인 단계리에 오자 아버지는 어린 시절 추억과 아픔과 행복이 담긴 기억들이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오는 듯 했다. 
내가 왕왕 어렸을 때 한 번 와본적이 있는데, 동네 돌담 골목을 마주하자 전에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터만 남아있는 곳도 있고, 집 대문 뒤로는 한옥 두어채 정도가 남아있었다. 
엄마는 기와집에 살 정도면 잘 살았는데 뭣하러 부산에 왔냐며 아부지한테 뭐라했다 ㅋㅋㅋㅋㅋㅋ
아부지는 당신 만나려고 왔지라며 멘트를 날리길래, 멘트 미쳤다 굿멘트 하며 쌍따봉을 날려드렸닼ㅋㅋㅋㅋㅋㅋ
언니가 아부지 부산 안 왔으면 투 천국도 없다고 거들면서 다들 깔깔거렸다.

아버지는 태백산맥이라는 책을 읽고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 시대를 생각해보면 적극적인 친일은 아니더라도 자기 이윤에 눈멀어 돈을 불렸던거 아니겠냐며 아버지는 기와집을 탐탁지 않아 하셨다. 
이승만 토지혁명 때 무상 몰수, 유상 분배라는 말도 안되는 정책에 토지가 날아갔다고 하셨다. 
진짜 아버지의 인생은 들으면 들을수록 영화 같다. 
 
지금 집 주인 명패에 적힌 사람의 이름은 아버지와 마지막 한 글자만 달라서 신기했다. 
이것이 바로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집성촌인것인가...!
아부지는 이 분도 부산에 살고 있다며, 친척이라며 설명해주셨다.
사회생활 하는동안 이리저리 오가며 몇 번 만났다고 하셨다했다.
 
어린시절에 비해서 동네가 많이 바껴서 아주 드문드문 기억이 날뿐 잘 모르겠다고 하시기도 했다. 
동네 골목골목을 한 번 쑥 돌아서 구경해보았다. 
집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있던 사랑채를 그대로 분리해서 팔아버려 저 동네 아랫쪽에 있다고 했다. 
땡비 글 속에서 '농민의 힘으로' 구절의 표지판 나오는 곳이 다리 건너였고, 정미소가 저 뒤쪽에 있었다며 떠오르는 기억을 공유해주셨다. 
외가집도 바로 근처였는데 아버지는 잠시 그 쪽을 바라보시더니 시선을 거두셨다. 
 
동네를 쭈욱 한 번 돌아보다가 아부지가 좋아하시는 사진 구도의 골목이 나왔다. 
오르막길인데 뒤에 아무렇게 걸리는게 없는 구도였다. 
타이머를 걸어놓고 가족들 단체사진을 위해서 아부지가 뛰어오시는데 
표정이 너무 윽윽하면서 오셔가지거 가족들이 다 빵터졌다. 
본적지 한옥 입구에서도 사진 찍는데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사진에 다들 빵터진 모습이 담겼다. 
 
그렇게 동네 곳곳에서 사진을 같이 찍고 돌아본 다음에 다들 당이 떨어져 카페를 향했다. 
 

산청 카페 프레드릭

 
아니 이런 한적한 곳에 카페가? 싶은 곳에 있다. 
아마 단계리 면사무소를 겨냥하여 지어진 곳이 아닐까 싶었는데 
동네 현지 주민분들이 많았다. 
 

카페 프레드릭 메뉴

 

 
로스팅 기계도 있고 커피에 진심인듯 해보이는 사장님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시골에서 카페를 하시는 분 특유의 여유로움과 친절이 느껴졌다. 
부럽고 부러운 인생...🌼
 

 
저얼대 기다려주지 않는 가족 새럼들... 🫨 이것이 가족여행 아니게쒀?
오늘의 커피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따수운 라떼와 아이스크림 라떼를 주문해보았다. 
커피가 정말 다 맛있고 양도 많고 향도 너무 좋았다.
첫 입에 탄성이 뙇 나왔다. 
 
시골에 있기에 아까울 정도라는 말을 다들 했는데, 
아마 사장님은 도시가 싫어 여기 오신거겠지? 하였다. 
그의 여유로움과 욕심부리지 않는 마인드가 좋다고 했다. 

 

카페 프레드릭 포토존

 
카페 프레드릭에 초록초록한 포토존이 있었다. 
가족들 한 명씩 가서 사진찍고 놀았다. 
 

 
 

 
다들 경망스러움의 아이콘이라 끼부리면서 찍었는데 
그건 차마 블로그에 못 남기겠다 ㅋㅋㅋㅋㅋㅋ
끼부리면 다들 '어우~'하면서 학을 뗐다. ㅋㅋㅋㅋㅋ
밖에는 비가 오는데 따수운 카페에서 비 오는 소리를 즐기며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었다.
따수운 커피를 마시며 다시 기운을 차려서 진주 숙소로 가기로 했다. 
 
예상치 않게 얻어걸린 식당과 카페에서 사진도 마음껏 찍고
좋은 음식들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아버지의 11살 때까지의 기억이 남아있는 본적지이자 나의 뿌리로 와보니 과거 시간 여행 온듯 신기했다.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함께했다. 
꿈 같았던 가족 여행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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