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를 되돌아보기 위해 친한 언니와 인터뷰지를 나눠 가졌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답하겠다!
1. 올해 새로 만든 습관이 있다면?
- 12월부터 블로그 1일 1포스팅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주일에 7개의 콘텐츠를 올리는건데 현재까지 어기지 않고 4주차에 접어들었다. 일상에 소소한 것들을 기록해나가니 몹시 뿌듯하고 좋다. 머릿 속에서 미뤄왔던 것도 글로 써볼 수 있어 좋다. 나중에 내가 이런 글을 적었다는 것조차 기억 못할 때 블로그로 가서 다시 글을 돌아보면 신기할 것 같다.
2. 올해의 키워드
- 글쓰기. 나는 독서광도 아니고 책을 읽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책 읽는게 막 너무 즐겁고 미치겠다는 아니다. 그런데 올해 유독 계속 책이 나를 이끈 건지, 활동들이 '글'로 연결된다. 올해 이곳저곳 동네서점 여행도 다녀보고, 회사 친구들과 동네 잡지도 처음으로 만들어봤다. 한 달에 두번씩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데 궁극에는 책으로 내는 것이 목표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듣똑라 '시작은 글쓰기' 수업도 참가해서 매주 글쓰기 미션을 해봤다. 부산에서 처음 열린 북페어도 가보면서 내년 목표는 마우스북페어에 책을 만들어 나가보는 것이다. 이렇듯 올해 이어졌던 활동들을 다 엮어보면 글쓰기 내지는 책이라는 키워드가 나온다.
3. 올해의 공간
제주 책방 마고와 소리소문. 지난 책방 투어 때 갔다왔는데 계속 마음에 남는다. 작은 동네 서점이었는데 책방 마고는 주인님이 너무 친절하게 매력있고 사람 사는 동네의 책방같은 느낌이었다. 소리소문은 주인님의 통찰력과 책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서점에 들어가니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집중하면서 책을 읽다가 미래에 대한 어떤 가능성도 열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나중에 청사포 촌집 하나 개조해서 동네 서점을 해보는 꿈을 가지고 있다.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과자나 빵도 팔고, 아버지의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걸어놓고 매달 바꿔보는 공간 운영을 해보고 싶다.
4. 올해의 실패
전화영어를 매일 하겠다는 패기로운 목표 아래 점점 빈도가 줄어들어 요새는 거의 안하고 있다. 전화영어를 꾸준히 하려면 내가 예약을 해야하는데 예약 자체를 안 하고 있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ㅋㅋㅋ 전화영어 안하다가 된통 당해봐야 되는데 아직 그런 발등에 불떨어지는 상황이 없어서 전화영어를 안하고 있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 뭔가 강제적인 채찍이 필요한 시점이다.
5. 올해, 난생 처음 이걸 해봤다
7세부터 70대까지 7명 대가족 튀르키예 여행을 자유 여행으로 가보았다. 모두들 말리면서 패키지로 가라고 했지만 자유도가 중요한 성격이라 패키지는 아예 옵션에 없었다. 다사다난했지만 무사히 그래도 한국에 돌아왔다...! 어르신까지는 어떻게 맞춰서 가겠는데 아이는 정말 쉽지 않다. 잘 참고 따라와준 연서한테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래도 다같이 인생에서 정말 잊지못할 최고의 추억을 쌓고 왔다.
6. 올해 내가 가장 안심되었던 순간은?
안심. 모든 걱정을 떨쳐 버리고 마음을 편히 가짐이라는 뜻이다. 나는 본디 걱정을 좀 달고 사는 편이다. 별것 아닌 일에도 실수할까봐 혹은 오만가지 상상을 하면서 '이렇게 되면 어쩌지!'하면서 걱정을 많이 한다. 따지고 보면 모든 걱정을 떨쳐버린 순간은 없다. 어느 순간에든 걱정은 있다. 애초에 걱정이 없는 삶이 가능한가...?
7. 올해 내가 보람있었던 때는?
회사에서 최약체로 평가받는 팀원과 함께 1등을 해서 해외 단기 연수에 뽑힌 것이다. 대부분 짬순으로 어르신들과 같이 가는 '서진이네' 느낌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그냥 떨어지더라도 편하게 해외를 갈 수 있는 조합으로 팀을 구성했다. 팀원들도 다 열정 넘치고 같이 으쌰으쌰 하다보니 결과도 좋게 나왔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거나 다른 팀원들은 꿀빠네~ 같은 억울함이 전혀 들지 않고 모두 열심히 한 근래 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원활했다. 오랜만에 회사에서 어떤 성취를 이루어내는 경험을 해보았다.
8. 이걸 하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 세 가지
집에 기똥차게 포근한 흰 이불이 있는데 그 이불을 거실 소파 위에 두고서 온몸을 덮고서 앉아서 티비를 본다. 보들보들한 이불에 온 몸을 뉘이며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보다 보면 모든 것을 잊고 순간에 푹 빠지게 된다. 자매품으로 머리감고 누워서 침대에서 좋아하는 책읽으며 하루 마무리하는 것도 기분이 몹시 좋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걸 먹고 수다를 떤다. 나는 본디 사람들의 기를 쫘악 뽑아먹는 파워 외향인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오면 기운을 싸악 받는다. 자매님과도 카페를 갈 때는 제일 밤 늦게 까지 하는 가게를 찾아본다. '요즘 내가 그래서 말이야'로 시작되는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카페나 식당을 가서 맛있는 걸 먹으면 더 바랄게 없다.
여행을 가서 소품샵에서 예쁜 쓰레기를 산다. 이번 강릉 여행 때는 썬캐쳐, 제주 여행 때는 예쁜 그릇과 크리스마스 장난감을 샀다. 이 아이템들이 없어도 사는데 전혀 지장 없지만 귀엽고 예뻐서 산다. 집에서 그 아이템들을 보면서 여행 때를 떠올린다.
9. 올해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은?
직장 동료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장에 터를 잡은 젊은 사장님들을 인터뷰했다. 그분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가게를 시작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평소 정말 좋아하던 디저트 사장님과 부산에서 예약하기 가장 어렵다고 손꼽히는 정육 다이닝 식당의 사장님과 인터뷰를 했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는데 궁극에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를 하는 일도 너무 재밌고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잘 정리하는 전달자 입장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국 궁금한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갈증이 더 커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인 인터뷰집으로는 갈증을 다 채울수 없겠구나 싶었다. 나는 내가 인터뷰집을 좋아할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해봐야 아는구나 싶었다. 인터뷰지를 글을 계속 보면서 다듬고 또 다듬으면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갈증이 더 생겼던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잡지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성취감 터졌다. 디자이너 친구가 정말 고생하면서 디자인 이라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갔다. ㅠㅠ 그 동안 그녀에게 쏟는 응원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그녀의 금손과 엄청난 완성도에 감동하며 책에 대한 애정이 수직상승했다. 역시 와꾸는 중요. 책의 완성은 디자인인 것도 깨달았다!
10. 올해 내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점은?
요 근래 8년 중에 가장 열심히 산 해라고 자부할 수 있다. ㅋㅋㅋㅋ 어떤 사회적 성취가 많았기 보다는 올해 정말로 뭔가를 많이 하고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한 느낌이 든다.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내가 뭘 원하는지에 좀 고민을 많이 해본 한 해다. 이전의 해는 소비적인 삶에 가까웠다면 올해는 생산성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해보았다. 요 몇년동안 사는대로 산 느낌이면 올해는 내가 뭔가 주도해서 뭘 많이 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행복하고 두근두근하게 되는 상황이 많았던 올 한 해다.
11. 가족들과 글쓰고 메일링 서비스하면서 느끼게 된 점은?
일상 속 성취감을 더하는 가장 큰 일등 공신 중 하나다. 원래는 그냥 뉴스레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누구랑 쓰지 하다가 부산에는 별 친구가 없어 고민을 했는데 옆에 가족들이 떠올랐다. 마침 언니도 휴직을 한 터라 제안을 했고 언니랑 아버지가 흔쾌히 글을 쓰자고 했다. 모두 글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순탄하게 글 주제를 정했고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금 시간, 공간, 사물, 관계라는 대주제 4개를 뽑고 그 주제 아래 소주제까지 합치면 총 35개 정도 주제가 나와있다. 그걸 다 쓰고 나면 책으로 내는 것이 목표다. 언제 아버지와 언니와 이렇게 글을 써서 뉴스레터도 써보고 책을 써보겠는가 라는 마음으로 해나가고 있다. 어떤 결과물로 돌아오든 상관없이 과정 자체가 지금 뉴스레터 보낼 때마다 성취감으로 적셔지고 있다.
물론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독자를 늘리려면 인스타그램에 글도 꾸준히 올리고 마케팅을 해야하는데 솔직히 귀찮다. 그래서 그냥 꾸준히 일단은 글만 쓰고 있다. 마케팅까지 할 여력이 없다. 현재 뉴스레터를 만들고 그 글을 브런치에 아카이빙하는 형태로 글을 올리고 있다. 이 이상의 마케팅을 하기엔 여력이 없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선에서 계속해 나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언니와 아버지와 글을 쓰면서 닮은 듯 참 다르다는게 느껴진다. 내 글 안에 아버지가 나타날 때도 있어서 흠칫 놀라기도 한다. 반면에 또 너무 달라서 글 쓰고 나서 퇴고하는 과정에서 이걸 이렇게 받아들인다고? 한 적도 있다.
생각보다 이런 주제로 아버지와 언니와 이야기를 해본 적 없고, 가족이지만 잘 모른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내 가족의 새로운 면도 알게 된다. 글이라 좀 더 정제되고 진중하게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좋은것 같다. 최근에 아버지랑 글 피드백 받는 과정에서 낭독회를 했는데 아버지의 어린시절로 내가 갔다온 느낌이었다.
마침 오늘 10호를 보냈는데 그 성취감에 적셔져 있다. ㅋㅋㅋㅋ 다음 글에 대한 압박도 2주마다 찾아와서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은 꾸준히 해나가기만 하자 를 목표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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