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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씨앗/매일을 기록

미래가 넘나리 고민되는 것

by 그네* 202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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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 스튜핏한 회사 ㅂㄷㅂㄷ

오늘 회사에서 현타가 세게 왔다. 

1차 위기는 작년 10월이었는데 회사의 시한폭탄이 곪아 터졌다. 이제 당연히 고치겠거니 했는데 위에 으르신들은 "문제가 터져도 외부에 들키지만 않으면 문제가 아닌거 아니냐"라는 식이었다. 우리회사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으르신들은 자기가 있는 동안에는 뭘 바꾸려하지 않는다.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식으로 다음 사람에게 계속 문제를 떠넘기다가 터졌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는데도 자기 체면 차린다고 수습을 전혀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제가 심각해지니 뒤늦게 사과하러 고객사 뒷꽁무니를 쫓아다니는데 진짜 못나보였다.

 

저 위치까지 올라가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거니라고 지켜봤지만 없었다. 우리 회사에 오기 전까지 모든 에너지를 쓰고 아무 기운 없이 여기로 왔다. 지금 우리 회사에는 뇌 빼고 요양하러 온 어른들이 수두룩 빽빽이다. 거기다가 일해야 할 실무 어르신들도 일을 안하고 젊은 실무진들이 갈려서 일한다. 

 

문제는 이 도시에서 다니기에 이 회사가 그나마 괜찮은 회사라는 점이다...! 나쁘지 않은 적당히 괜찮은 회사는 독이 든 막걸리처럼 달달함에 점점 스며들어 어느새 탈출 시기를 놓친다. 그래서 늘 그랬듯 난 또 쉽게 따박따박 월급이 주는 금융치료와 안전지대 같은 부서원들과의 행복한 하루하루 덕에 또 잊고 지냈다. 

직장인이 가진 두 개의 심장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은 어디에 ?

2차 위기는 바로 오늘이었다. 문제의 시한폭탄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담당 부서의 젊은이들이 진짜 이악물고 몸빵으로 거의 막았다. 위에 어르신들은 담당자에게 전화만 해대며 쩔쩔 맸다. 문제의 현장을 가리키며 고객사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설명해주고 통역하는데 정말 너무 부끄러웠다. 고객사도 진상이라 우리 회사에 많이 기댄 전적이 있어 그들도 유하게 넘어가고 있다. 부디 무탈하게 넘어가길 빌뿐이다. 

 

오늘 다들 고생했다 다독이며 부서 회의를 시작했다. 오전에 터진 문제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그간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도 줄줄 고구마 줄기 캐듯 연결되어 주제로 나왔다. 그러다 우리 회사의 굉장히 중요한 사업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 사업으로 앞으로의 20년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그런데 지금 그 사업이 개엉망으로 가고 있어서 한탄을 했다. 회사 뿐만 아니라 도시 정책까지 넘어가서 물고 물리는 구조적 문제들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지금 좀 책임지고 목소리를 내주어야 하는 선배가 "그 때쯤이면 나는 임피 들어가고, 여기 있는 여러분의 미래겠죠. 너는 그 때쯤 담당부서에 가있겠네."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악담하지 마세요!!!!!!"라고 당시에는 그냥 개드립이라고 넘겼다. 그런데 집에 와 생각해보니 진짜 개 못난 직장선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 일'이라 생각하며 회사가 개판으로 가든 말든 그냥 입만 나불대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차고 넘쳐 점점 추락세인 회사의 일원으로 내가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게 불안하고 싫었다. 

여기 다니는 바로 나...! 따흫 뼈 아파 ㅠ_ㅠ

나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넋놓고 있던 대학원 준비도 막 찾아봤다. 회사만 믿고 있기에는 너무나 불안하고 무엇보다 60이 되었을 때의 여기서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미래는 스스로 개척해야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사는 언니를 만난 적이 있다. 전공과도 상관없는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자발적으로 계속 배우는 언니였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사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언니가 말했다. 

 

"젊어서 편하면 늙어서 고생해"


그 대답이 오늘 왕왕 귀에 맴돈다. 내가 요새 너무 이 나쁘지 않은 회사에서 가랑비에 젖는 줄 모르고 나태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탈출하지 못해 비루한 자들만 남은 곳에 나 또한 썩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었다. 

 

그런데 대학원 준비를 하려니 또 막상 내가 원해서 하는건지, 사회가 원해서 하는건지 여전히 사실 답은 못내리겠다. 내가 원해서 좋아하는 걸 공부하고 싶은데 여전히 헷갈린다. 내가 가고 싶어서 가야 힘든 과정을 견뎌낼 힘이 있을텐데 회사와 학업을 병행하는걸 감당해낼 수 있을까 겁도 난다. 스펙쌓기는 이제 그만하고 진짜 내가 성장하는 배움을 해보고 싶은데 뭘해야할지 고민이다. 

 

어찌되든 계속 고민하자.

대학원이든 뭐든 미래를 위해서 대비하고 다른 토끼굴이든 길을 열어놔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하게 되었다. 

 

마무리는 훈훈하게 띠동갑(!) 인턴이 해방의 날에 주고간 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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