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은 이유
알쓸인잡에서 처음 본 '천문학자' 심채경님이 꽤나 매력적이라 그녀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신비로운 직업에 비해 책을 통해 만난 그녀는 현실주의자고 솔직하였다.
중간중간 문학에서 발견되는 천문학적 오류를 말해주는 부분은 저자의 파워 이과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ㅋㅋㅋ
천문학자의 세계는 어떨까? 라는 관점으로 시작하여
비정규 계약직 노동자로서 천문학자, 워킹맘, 각 국의 연구자 중 한국인 천문학자, 시계열적으로 2024년의 천문학자, 여성 천문학자 등 다양한 관점에서 그녀의 직업과 삶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뭔가 엄청난 사명감이나 드라마틱한 사건보다 인생은 소소한 선택과 허무하리만큼 우연이 맞물려있기도 한듯하다.
대학교에서 그녀를 교수님으로 만났다면 그녀의 수업을 꼭 들어보고 싶었을만큼 재밌었다.
천문학이 주는 광활함과 팽팽팽 돌아가는 일상이 한 권에 다 담긴 에세이라 좋은 표현도 많고 술술 읽혔다.
같이 보면 좋을 저자의 인터뷰
https://www.vogue.co.kr/2024/03/25/심채경-멀쩡한-천문학자가-되고-싶다/?utm_source=naver&utm_medium=partnership
심채경 “멀쩡한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
따뜻한 말과 글로 우주와 세상을 연결하는 천문학자 심채경. 광막한 우주의 달과 별을 연구하는 그에게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지의 별이다.천문학자는 뭔가 신비로워 보인다.세상과
www.vogue.co.kr
독서모임 때 하면 좋을 질문 발제
질문1. 저자처럼 내가 무언가 순수하게 연구하거나 공부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 베이킹, 사회학, 심리학
질문2. 우연히, 막연히 천문학자를 선택한 저자처럼 나는 어떻게 해서 이 직업으로 흘러들어 왔는가?
가족과 함께 부산에 살고 싶어 부산의 문화/관광 분야 공기관을 찔러봄.
➡️ 스타트업에서 불안정성을 온몸으로 경험하던 때라 당시에 내겐 안정성이 중요.
➡️ 또한, 슬프게도 회사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도 별로 행복하지 않고 그 시기에 회사에 대한 모든 환상이 깨짐
➡️ 그렇다면 회사에서 시간을 최소화하자. = 비교적 워라밸 괜찮다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주로 지원. 그 중에도 국제 교류를 하는 일이 답답하지 않을것 같아 막연한 환상을 갖고 현재 회사에 정착
➡️ 회사와 개인을 분리하는 현재의 직업관에 이름. 회사는 회사/ 사이드 프로젝트로 개인의 성장을 풀어나가는게 내게는 더 맞지 않나 라고 판단.
(질문3)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을 보고 아파본적?
회사에서 잘리거나 부당한 처우를 받는 사회초년생들을 보면 이입이 잘된다.
(질문4) 내가 랑데부하고 싶은 것
- 랑데부. 같은 방향과 같은 속도의 궤도로 발맞추어 가고 싶은 것.
- 배우자와 일상에서 소소하게 웃으며 함께 살아나가는 것 아닐까. 거대한 업적이나 무언가가 이루어지는 삶보다는 하루하루 편하게 보내는 것. 그리고 옆에 마음 맞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충분.
(질문5) 저자의 ‘우리’라는 표현처럼 인류애를 느낀 경험은?
튀르키예 여행에서 아픈 연서를 위해 죽을 해주시고 돈도 받지 않으신 한인식당 사장님. 아픈 사람에게는 돈을 받는게 아니라며 한사코 거절하심. 여행 갔을 때 일면식도 없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알려주고 자신의 지식을 나눠주려고 할 때.
책 본문 중 마음에 남은 부분
p. 166 엄마가 일을 한다는 것. 이 짧은 문장 속에는 너무도 많은 한숨이 응어리져있다.
169 ‘엄마가 돌보면 더 좋은 이유’는 될수 있어도 ‘엄마가 돌보는게 당연한 이유’는 아니다.
172 그들도 여성들, ‘직장맘’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겠다.
174 사회적인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접하면서 감정의 어떤 주파수는 진폭이 줄어들고 어떤 주파수는 증폭되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
방방 뛰었다. 그건 다 거짓말 같았다. 방방 뛰는 내 모습이 내려다보이는 것만 같았다.
248 지구를 떠난 탐사선처럼, 내가 나의 삶을 향해 가열차게 나아갈수록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그렇게 점차 멀어져만 가는 것이다.
250 그 애가 마지막으로 잠시 나를 돌아본 뒤 자신만의 우주를 향해 날아갈 때, 나는 그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아주리라.
261 수성은 일몰을 사랑하는 게으름뱅이에게는 최고의 행성일지 모른다.
269 같은 방향과 같은 속도로, 소행성의 궤도에 발맞추는 ‘랑데부’다
299 초승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시작부터 그랬다. 먼 곳에서 날아온 커다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달이 생겨났다. 날아온 소행성도 거기에 부딪힌 지구의 일부도 산산조각이 났다. 조각들은 멀리 가지 못하고 지구 주위를 맴돌다가 서로 얽히고설켜 달의 씨앗이 되었다. 굴릴수록 불어나는 눈덩이처럼 씨앗은 남은 조각들을 주워 삼키며 커다란 달로 자라났다. 이번에는 또다른 소행성이 날아와 달에 부딪혔다. 한 개, 두 개, 열 개 …… 수없이 이어진 충격으로 달은 온통 불덩이가 되었다. 여러개의 화산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것처럼 땅 밑 여기저기에서 용암이 흘러나왔다. 소행성들의 대습격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달은 천천히 식어 오늘날 우리가 보는 형태를 갖출수 있었다.
대기와 자기장에 포근히 싸여 있는 지구와는 달리, 달은 어떠한 보호막도 없이 따가운 햇살을 그대로 받아내야하는 곳이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크고 작은 돌덩이가 지구에서는 아름다운 빛의 궤적을 남기며 별똥별이 되어 타오르지만, 달에서는 여과없이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힌다. 지금은 그런 유성이 가끔 하나씩 떨어지지만,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올라가면 달은 그렇게 조용하지 않았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작은 여러 위성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 받으며 아주 오랫동안 멈추지 않을 자신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404 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휙, 빠르게 돈다. 한 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춰있지 않는 속도다.
424 ‘우리’가 사람을 달에 보내서 기뻤다고 했단다. ‘우리’는 미국인도, 미항공 우주국 관계자도 아닌, 인류 전체였다. 이번엔 내가 조금 놀랐다. 과연 못난 자격지심이었구나.
과학 논문에서는 항상 저자를 우리we라고 한다. 물론 과학 논문은 대부분 여러 공동 연구자가 함께 내용을 채워넣기 때문에, 우리라고 쓰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학위논문이다. 석사학위와 박사학위 논문의 저자는 당사자 한 명인데, 그래도 논문을 쓰는 저자를 자칭할 때 ‘우리’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학위 논문을 쓸 무렵에는 교수님들도 그렇게 하라고 하시고 선배들도 그렇게 했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따라했다. 그 이유를 알게된 것은 학위를 받고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미항공우주국의 연구원이나 미국의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 인류인 것이다. 그토록 공들여 얻은 우주 탐사 자료를 전 인류와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은 그래서 당연하다.
유사 이래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교육받고 서로의 연구를 공유하고 참조해가며 쌓아온 기반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지구상의 전 인류에게 ‘우리’ 관측 자료를 내어놓을 그날을 기다린다.
뭐라도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고, 삶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안갯속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 책이 되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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