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콘텐츠/오늘의 책&동네서점

책 시선으로부터 독서모임 솔직 후기

by 그네* 2024. 6. 24.
반응형

2분기의 책 = 시선으로부터

주요 줄거리

순종적 여성상을 걷어차고

할말 다하는 미술가이자 작가로서 살아온 어른 '심시선'의 가족들이

하와이로 가서 심시선을 위한 단 한 번뿐인 제사를 지낸다는 사랑스러운 가족소설이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모계 중심의 3대가 구성되면서 

그 가족들이 관통하는 현대사, 가부장제, 세상의 부조리, 예술계 내 권력 등을 다룬다. 

가족 하나하나가 사이다 재질이고 캐릭터가 분명하여서 재밌다. 

킥킥 거리면서 빵빵 터지고 속이 시원하네 하는 구절도 많았다. 

 

작가의 말이 마음에 남아

나의 계보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그것이 김동인이나 이상에게 있지 않고 김명순이나 나혜석에게 있음을 깨닫는 몇년이었다. 만약 혹독한 지난 세기를 누볐던 여성 예술가가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일가를 이루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고 싶었다. 쉽지 않았을 해피엔딩을 말이다. 

 

작가가 왜 이 소설을 썼고 어떤 경험과 가족적인 이야기들이 소설에 담겼는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심시선에 대해서 허구의 인물이라 접근하며 보았는데 

마지막 장 작가의 말에 나혜석이나 김명순이 살았다면으로 가정해보고 썼다는 글에서 마음에서 느낌표가 뙇!하고 왔다. 

우리 사회에는 정말로 끈질기게 살아남은 여성 예술가가 몇 없고 다 비극적 말로를 맞이하였다. 

'어디 여자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냐'며 손가락질 당하여 그녀들의 노후 자체가 없다.

이들의 노년이 허구의 소설로 나와야 한다는게 우리 현대사의 가장 슬픈 대목이 아닐까. 

심시선이 또다른 나혜석, 김명순 등 비극적인 여성 예술가에게서 나온 인물이라 생각하니 더 마음이 갔다. 

 

책의 구성

매 챕터마다 노빠꾸 마이웨이 심시선의 인터뷰나 글이 시작되고 

이후에 가족들의 대화나 하와이에서의 일정이 시작된다. 

심시선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여러 각도에서 매 챕터마다 볼 수 있고,

그녀가 뿌린 영향을 정통으로 이어받은 가족들 간 대화나 행동도 재밌다. 

전반적으로 이상적이고 사랑스러운 가족이라 생각했다. 

글도 술술 읽혀서 필력이 좋아서 계속 웃으면서 글을 보게 된다. 

가족 소설이라고 신파나 엄마의 희생 이런걸 쥐어짜지 않고 

매우 산뜻하게 내가 꿈꾸는 제사나 가족관계가 담겨 있어 기분좋게 소설을 보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P.16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할머니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계속된다는 말은 좀 미묘하지만, 육체의 죽음을 받아들이자 육체가 아닌 부분은 지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P. 139
Eddie Would go
결정적인 순간에 타인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스스로가 다치게 되어도, 그런 의미로?

P.297
마지막으로 엄마가 우는 걸 보았을 때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고, 그 때의 엄마는 밥을 먹다가도 울고 머리를 감다가도 울어서 무서웠었다. 부모가 우는 걸 보는 것을 정말로 무섭지. 어른들이 유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로 무서워...... 그 생각을 하다가 화수와 우윤을 보니 둘 다 비슷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로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 이럴 때는 무척 가족 같군. 세 사람은 그렇게 눈빛을 주고받았다. 

P. 304
한 번에 대단한 시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알게되었달까. 어두운 곳에서 짚어가며 넘어져가며 탐색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중략)
사랑은 돌멩이처럼 꼼짝 않고 그대로 있는게 아니라 빵처럼 매일 다시,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거래. 여전히 그러고 싶어?
살면서 얻기 바라는게 달라질 것 같아. 다른 모양의 빵을 만들고 싶을 것 같아. 계획했던 모양이 아니라, 그래도 나랑 빵을 만들기 원해?

 

던져보면 좋을 질문

1.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제사'의 형태는?

 - 하와이에서 제사가 끝나고 다들 시선과의 일화를 털어놓는 부분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제사이지 않을까? 제사의 목적은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고 기리는 건데 우리의 제사는 주객전도가 되어서 상차리다 갈등이 일어날 판이다. 심지어 피 안 섞인 '며느리'가 후손인 남편은 하지 않는 상차림이라니 이게 머선일 ^^ 가장 바뀌어야할 문화가 제사가 아닐까?  

2.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정의는?

- 피로 묶인 것보다 시간이 더 큰 힘이 있지 않을까.

천륜이네 어쩌구 저쩌구 해도 피보다는 같이 연결되었던 경험이 중요하다. 

피 섞인 먼 친척보다 피 안 섞인 곁에 있는 친구가 더 가깝게 느껴지듯 말이다. 

가족에게는 내 안의 모든 필터를 해제하고 다 드러내어도 어찌할 수 없는 관계인듯하다. 

더 노력하고 잘해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관계. 

3. 시선으로부터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가상 캐스팅

 - 심시선  : 윤여정, 예수정, 손숙

- 명혜 : 전혜진, 문소리, 장혜진

- 심명은 : 엄지원

- 이명준 : 김도현, 김남희

- 김난정 : 김신록, 이보영

- 홍경아 : 최희서

- 박지수 : 고민시

4. 나라면 하와이에서 제사상에 올리고픈 한 가지는? 

 - 아버지에게는 바다가 담긴 사진과 엄마에게는 향긋한 커피 한 잔

5. 인물들 중 누구에게 가장 마음이 가는지?

- 부모가 셋이라며 개드립치는 경아의 발랄함과 은은히 돌아있는 명혜나 난정에게 정이 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