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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기내식 먹는 기분 - 정은 산문집

by 그네*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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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았던 좋은 문장

  • P.49 순례자의 길에서는 오래 걷다 보면 길의 근육이 느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길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쳇바퀴를 돌리듯 지구가 땅을 돌리는 것이다. 특히 인적이 드문 숲길을 걷고 있을 때 그 길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면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진다. 내가 숲길을 걸어가는게 아니라 나는 그저 제자리를 걷고 있고 나무들이 하나씩 내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두루마리처럼 뭉쳐져있던 풍경이 끝부터 펼쳐지면서 스치듯 내 옆을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커브 길이 나를 스쳐 지나갈 땐 나무가 몸을 돌리면서 옆모습까지 다 보여주는 것 같았다.
  • P. 114 해는 항상 어둠 속을 달려와야 한다는 것을. 본인이 빛을 내지 않으면 세상이 온통 어둡다는 거 얼마나 고단한 일일까. 낯선 사람들과 계단에 앉아 해를 기다리는 것, 해를 보고 나면 짜이를 한 잔 마시는 것.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날의 해를 그렇게 기다리는게 특별한 일처럼 느껴져서 해 뜨는 걸 보고 짜이를 한 잔 마시고 나면 그날 하루치 일과를 다 해낸 기분이어서 남은 하루는 별책부록이나 자투리처럼 여기며 빈둥빈둥 보냈다.
  • P. 125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 마음이 영혼의 근원적인 이끌림 같은 게 아니라 그저 도피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바라나시에 가면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니까 한국에서 하던 고민은 다 잊어버리고 만다. 단지 그 망각이 좋았을뿐.
  • P. 169 연인은 거울을 들어주는 사람이고, 내가 나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좋은 사랑은 나 자신을 더 정확히 보게 한다. 서로 거울을 들고 서로를 비춰주는 관계는 두 사람을 다 성장시킨다.
  • P. 174 알랭 바디우는 사랑은 개인인 두 사람의 단순한 만남이나 폐쇄된 관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구축해내는 것이고, 더 이상 하나의 관점이 아닌 둘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삶이라고 했다. 인간은 거리가 약간 떨어져 있는 좌우 눈을 통해 하나의 물체를 바라보는데 이 방향 차이에 의해서 대상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3D 디스플레이도 이런 양안 시차를 이용하여 입체 영상을 구현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약간의 시차를 가진 두 개의 관점이 하나로 움직일 때 세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사랑은 두 사람이 마주 볼 때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잘 알게 된 두 사람이 마주 선 몸을 돌려 나란히 앞을 보고 각각이 하나의 눈인 듯 두 개의 관점을 가진 한 생명체처럼 움직일 때 더 큰 힘을 갖는다. 그걸 배우기까지 참 많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 P.234 행복의 조건 중 하나가 차별당하거나 거부당할 거란 두려움 없이 언제든 편하게 들를 수 있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느슨한 연대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 환대의 공간. 공간을 지키는 데는 품이 많이 든다. 만약에 어떤 공간에서 마음이 편하고 많은 것을 얻어온 기분이 든다면, 그건 그 공간을 지키는 사람이 자신의 것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한 공간을 만들고 지킨다는 건 그런 것이다.
  • P. 242 완전히 결정하기 전까지는 머뭇거림이, 주저가, 되돌아갈 기회가 있다. 어떤 일을 시작(창조)한다는 문제에 대해 중요한 진실은, 자신을 던지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순간 신도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수많은 아이디어와 멋진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많은 사건들이 그에게 일어난다.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일어나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온갖 종류의 사건과 만남, 물질적인 지원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시작한다’는 결단에서 비롯되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시작하라. 행동은 그 자체에 마술과 은총, 그리고 힘을 갖고 있다. - 괴테

 

  1. 이 책에 대한 한 줄 평
    • 표현이 예쁘고 흡입력 있어서 좋았고, 여행의 달콤함만 담는게 아니라 그 이후에 씁쓸함이 담겨있어 신선한 여행기
  2.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작가가 어떤 사람으로 느껴졌는지?
    •  있는 그대로 존중 받길 원하는 사람. 본인의 삶에 있어서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책임도 지는 사람.
  3. 작가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왜 돈만 모이면 여행을 떠났을까?
    • 한국에서 ’정상성‘을 두고서 정한 기준이 억압같이 느껴져서. 본인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아무런 배경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여행에서의 해방감을 원해서. 그 과정에서의 자기 성찰이 필요해서. 날 것의 자신을 확인하고 싶어서.
  4. 가장 마음에 든 챕터가 있다면?
    • 순례자의 길에서 걸인 이야기.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며 책을 읽어 머쓱. 사실 가장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여 편견에 갇혔던 나를 발견. 순례자의 길에서 마음에 남은 사람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도 슬펐다. 
  5. 작가는 자신이 작가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지만, 책의 마무리에는 자신이 작가라는 확신을 얻게 된다. 내가 내게 가졌던 의구심을 떨치고 스스로 믿게 된 점이 있다면?
    • 내 스스로가 자책을 많이 하였는데 상담을 통해서 제대로 화내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자책 회로를 돌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에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경험을 하면서 점점 스스로 자책할 때마다 회로를 끊으면서 의구심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믿게 됨.
  6. 커피 발전소가 차근차근 소멸하는 모습은 어떤 느낌을 주는지? 자신도 천천히 무언가와의 작별을 준비해본 적 있는지?
    • 20대 독립을 시작했던 의미있는 서울에서의 시간을 청산하고 부산행을 준비한 과정. 가족, 바다에 대한 갈증, 경쟁적 삶 속에서 어떻게 행복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점차 서울을 마음 속에서 삶의 근거지로서는 소멸시켜 감
  7. ‘연인들’에서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더욱 닮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렇게 상대방에 가까워지다가 결국에 상대방을 뚫고 지나가 서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상적인 ‘사랑하는 관계’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 서로를 끝내 완전히 알 수 없다. 내가 배우자를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자. 모르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그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가 내 예측에서 벗어나고 내가 모르는 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더라도 그 면에서 늘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갉아먹는 연애가 아닌 성장하는 관계가 되는것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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