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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책] 살림비용 - 데버라 리비

by 그네*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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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요 내용 - 여성의 자유에 대하여

50대에 들어선 지은이가 이혼한 시점을 배경으로 사회가 여성,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를 두고 멋대로 품은 망상과 이들에게 가해 온 억압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문학과 영화, 조각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앞선 세대 여성 작가들과 교감하는 한편 젊은 여성 세대에 희망과 연대를 표한다. 

이 자전적 이야기의 메시지는 “아직 쓰이지 않은 주연급 여성 캐릭터”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림 비용』은 그런 캐릭터를 작품에서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고민을 공유하는 에세이며, 나아가 지은이 자신이 현실에서 그런 여성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전작에 이어 번역가 이예원이 간결하면서도 암시적인 지은이의 산문을 생명력 넘치는 우리말로 재탄생시켰고, 책 말미에는 소설가 백수린의 ‘후기’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과 강영숙, 강화길, 최은미의 ‘추천의 글’을 수록해 한국어판에 생생한 숨결을 더했다.
(출처 : 교보문고)

문장 수집

P. 12 느끼는 대로 삶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자유인데 우리는 대개 이 자유를 택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내가 엿본 여자의 내면은 하고 싶은 말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불가사의하게 다가오는 말들로 살아 생동하고 있었다.

 

P. 16 사랑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그 틈새로 밤이 스며든다. 밤은 끝없이 이어진다. 분한 마음과 비난으로 들끓는다. 밤새 이어지는 괴로운 내면의 독백은 해가 떠도 잦아들지 않는다. 나로선 이 점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P. 52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도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도 없이 오히려 그 중간 어디께 있는 기분이었고, 그렇게 경계에서 서성이며 한 삶에서 다른 삶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P.86 보부아르 “나는 삶의 모든 걸 누리고 싶어. 여자이고 싶고 남자이고 싶고, 친구가 많은 동시에 외로움을 누리고 싶고, 많이 일하고 좋은 책을 쓰고 여행을 하고 즐기며 지내고 싶어.”

 

P. 96 남성의 시선을 피해 눈을 돌리는 대신 정면으로 되쏘아 보며 맞서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두사는 신화중에서도 특이한 경우에 해당하고, 결국 잔혹히 참수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여자의 머리(곧 마으, 주관, 주체성)와 몸의 분리로.

 

P. 104 꿈에 젖은 어머니가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라고? 우리는 우리 너머를 바라보며 다른 곳에 있기를 갈망하는 어머니를 원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 발 디딘, 활기차고 능력있고 우리의 필요와 요구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어머니를 필요로 하지. 낡고 닳은 이야기에 따르면 주인공이자 영웅이요 꿈을 좇는 사람은 언제나 아버지다.

 

P. 130 ”내 어머니가 부엌에서 혼자 식사하는 편을 선호한건 부엌이 아무런 방해도 소음도 없이 유일하게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어서였어요. 달리 갈 곳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당신에겐 생각할 수 있는 헛간이 있죠. 헛간에도 새 시계가 있나요?“

나는 없다고 말했다.

“내 어머니는 출산이 삶의 목적인 사람이었어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살았죠. 그게 당신이 살 수 있는 최악의 삶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사인이 아니었어요. 어머니는 공인이었지. 동네 사람들이 죄다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하러 왔거든요.”

“그래서 누군가와 같이 또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적당한 거리가 있다면요.”

 

P. 144 삶이 살만한 유일한 이유는 다들 상황이 나아지기를, 무사히 집에 가닿게 되길 희망하기 때문이니까요.

 

P. 148 이모든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이며 서로 소통에 실패하면 할수록 저희의 사랑이 각자의 고독을 얼마나 깊게 만드느지, 그리고 서로가 느끼는 경멸에 얼마나 좌절감이 드는지 토로하는 모습을. 너랑함께여서 불행하고 나혼자여서 불행해.

 

P.160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 편이 낫다.

 

책을 읽고서 던져보면 좋을 질문

  • (’노란빛 나날’ 챕터에서) 이혼한 작가에게 친구 젬마는 침실을 취향과 용도에 맞는 공간으로 바꾸고, 벽을 칠해보라고 권한다. 무너진 삶을 회복하기 위해 친구에게(혹은 자신에게) 제안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 이야기를 들어주고 일기 쓰기를 권한다. 해보고 싶었던 것 혹은 새로운 취미나 운동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같이 여행을 떠나본다.
  • (’중력’ 챕터에서) 노트 두 권에 걸쳐서는 내가 이후 결혼하게 될 남자와 처음 만난 순간과, 우리가 서로 이어지고 말 운명이라는 확신이 기록돼 있었다. 당시 나는 그이 없는 삶은 아무 소용도 없다고 느꼈다. <<라고 작가는 기록했었다. 그 시점에 실패한 결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힘든 일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있을까? 다가오는 불행을 그대로 맞는 수 밖에는 없는 걸까?
    - 내가 무엇을 원해서 이 결정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를 잘 알아야 덜 실패할 것 같다. 그러나 힘든 일을 피하기는 정말 어려운것 같다 ^_ㅠ

 

  •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 챕터에서) 작가는 전기 자전거를 타며 활력을 얻고, 한편으로는 전기 자전거가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내 삶에 전기 자전거 같은 존재가 있다면?
    - 지금은 글쓰기. 글을 쓰면서 소소한 성취와 행복을 느낌.

 

  • (’공화국’ 챕터에서) 작가는 우리가 알기를 꺼리는 것들은 이미 알지만 면밀히 바라보려 들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내가 알기를 꺼리는 것들이 있다면?
    -  배우자와의 다른 가치관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를 수면위로 올리는 것. 다른 가치관을 이해하기 어렵고 답없는 문제이기 때문. 서로 충돌을 통해서 알아갈수 밖에 없는 문제라 외면하고 싶어함.

 

  • (’방랑하는 밤’ 챕터에서) 따지고보면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 불안으로 넘쳐나기에. 어머니에게 우리의 감정을 털어놓지 않을 때조차 우리는, 불가사의하게도, 우리가 느끼는 바를 어머니가 모조리 이해해 주리라고 기대한다. <<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말에 동의하는지?
    - 엄마가 무턱대고 나를 제일 잘 알것이라 기대하는 면이 있어 내가 원하는 만큼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 때 다른 상대보다 더 화가 나고 섭섭한 경향이 있다.

 

  • 작가는 어머니에게 헤엄치는 법과 노 젓는 법을 가르쳐 주셔서 고맙다고 말한다. 내가 나의 어머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 사회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시야를 터준 것.

 

  • (내가 지금 있는 곳 X 챕터에서) 누군가와 같이 또 살 수 있을 것 같냐는 클라라의 질문에 저자는 “적당한 거리가 있다면요”라고 답한다. 적당한 거리란 어떤 정도일까?
    - 상대방을 바꾸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각자의 영역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관계. 너무 가까워서 의무를 요구하는 당연한 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 고마움이 관계의 동력이 되는 관계.

 

  • (전기신체 챕터에서) 결혼을 세번 한 남사친에게 저자는 왜 또 결혼을 하냐는 것을 우회적으로 “아니 좌초해 물에 빠질 보트에 뭐하러 돌아가?”라고 묻는다. 이에 친구는 ”상징적으로 보호를 받으니까“라고 답한다. 여기서 상징적 보호는 무슨 의미일까?
    - 사회의 대세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정상가족‘ 범위 내에 속해있다는 안정감

 

책을 읽고나니 총평

읽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다. 억압을 벗어던진 저자를 응원하게 된다. 책의 흐름도 독특하다. 저자가 일상에서의 이야기를 TMI처럼 쏟아내다가 그 속에서 찾은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방금전까지 전기자전거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철학적인 메시지가 쑥 수면위로 올라온다. 전반적으로 쉽게 술술 읽히지만 중간중간 번역투 말투가 거슬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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