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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씨앗/매일을 기록

혼란스러운 요즘

by 그네* 2024.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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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빠와 고민을 나누었다

저녁을 너무 거하게 먹어 청사포로 밤산책을 떠났다. 

황사가 어마무시했지만 마스크를 끼고 걸어내려갔다. 

10살 때 처음 왔던 청사포인데 여전히 같은 곳도 있고 화려하게 뒤바뀐 곳도 많았다. 

엄빠와 이리저리 골목을 구경하며 항상 가는 디아트 카페를 갔다. 

얼마전에 거센 바람에 밀려온 파도 때문에 흰 등대가 부셔졌다던데 내가 갔을 때는 멀쩡하게 복원되었다.

어떤 파도이길래 등대가 다 부서진걸까?

 

황사가 심해서 그런지 사람이 없어 왠일로 카페 창가 명당에 앉았다. 

따뜻한 음료를 받고 앉아서는 각자 고민을 털어놨다. 

엄마는 기운을 쏙빼게 하는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며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고 했다.

늘 자기자랑만 늘어놓고 알맹이가 없는 대화를 하는 사람은 곁에 두기 힘들고 어쩔 수 없이 멀어진다 했다. 

엄마 친구가 자기 남편의 친구가 금감원장이다 뭐다 쓸데 없이 주변 사람 자랑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기 싫다고 했다. 남 험담이니 어디 가서 말은 못하겠고 아버지한테 털어놨다고 한다. 아버지도 험담 듣는걸 싫어해서 아버지가 농담으로 "우리 남편 친구가 대통령이야~"라고 말하고 대화를 끝내라고 했다고 한다. 엄마랑 나는 빵터져서 아줌마가 트럼프 친구까지 끌고 오는거 아니냐고 왕왕 웃었다.

 

아버지는 친구가 포토샵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예복습을 하지 않고 수업 때도 마음대로 실습해서 실망했다고 하셨다. 친구에게 배우는게 무언가 자존심이 상한 모양인데 전혀 그럴것이 없는데 내가 알던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랐다고 하셨다. 또한, 대화에 있어서도 이념이 다르니 이 나이대쯤 오면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나 역시도 요즘 나를 둘러싼 진로,  인간관계 등에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엄마는 직면해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에 찜찜한게 있으면 묻어두지말고, 너무 직설적이지 않게 잘 이야기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라고 했다. 

 

나는 젊어서 고생 안하면 늙어서 고생할까봐 대학원이나 이것저것 알아본다고 했다. 

지난 약 9년동안 회사만 다니고 좁디좁은 우물에 고여 도태된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내가 또다른 스펙을 쌓으러 가는건지 인생에 있어 정말 배움이 필요해서 가는건지 혼란스럽다 했다.

아버지는 "스펙이어도 잃을건 없지. 인생이 또 막상 해보면 어떻게 풀릴지 몰라."라며 일단 해보라고 하셨다. 

 

그래 고민될 때는 일단 해보자. 

어떻게 말을 잘 부드럽게 해서 피드백을 줄지. 

어떻게 내 인생에서 후회없이 여러 선택지를 두고 좀 변화를 줘 볼지. 

또다른 고민이 파생되어 나왔지만 그래도 좋다. 

엄빠에게 속을 풀어놓으니 좀 편하고 후련해졌다.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오고서

일터에서 만난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같이한 프로젝트를 끝내고 각자 다른 일터로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들이 한데 모였다. 

두 명은 자영업자가 되었고, 다른 한 명은 비슷한 계열의 회사로 들어갔다. 

차장님도 왔는데 차장님이 악랄하게 일 시켜서 애들이 업계를 일찍 떠난거라고 디스했다. ㅋㅋㅋㅋ

 

'이 업계는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떠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대단하다 싶었다. 

정말 못하겠어서 주말에라도 행복하고 싶어서 배운 것들이 자신의 새로운 업이 되고 기회가 된 친구들이었다. 

신기하고 대담하다 생각했다. 

 

그들이 떠난 그 업계에 나는 여전히 남아있다.

겁이 많아서 생각만 하고 있는데 박차고 나가서 자신만의 일을 해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늘 동경과 부러움이 넘친다. 

 

그래서 난 뭘해야 좋을까

퇴사 후 이야기를 다루는 어느 인플루언서가 올린 오늘의 포스팅이 내게 질문을 던지게 했다.

우리가 매년 회사에 KPI를 내는데 내 인생에 평가 지표는 무엇일까?

어떤 걸 올해 목표로 두고 그걸 잘 해냈는지 부족한 지 회사에서는 하는데 내 인생에서는 왜 안 하냐는 일침이었다.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허망한 꿈은 아닌지 치부해버리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뭘까?라는 근원적 질문까지 가게된다.

요새는 일도, 인간관계도 기존을 유지할 지 새로운 변화를 줄 지 고민이 무척 많다. 

후회하지 않고 현명하게 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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