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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튀르키예 대가족 여행

(10) 이스탄불 대가족 여행 - 이집션 바자르 후기

by 그네* 202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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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지만 습하지 않은 날씨 최고야!

이스탄불은 어지간하면 걸어다니게 된다.

예레바탄 지하궁전에서 이집션 바자르로 걸어가는거나 차를 타는거나 다 15분 정도 거리였다. 

여행자에게는 걷는 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기에 걸어가기로 했다. 

어린 연서가 조금 버겁지 않을까하여 형부가 더운 날에도 뜨끈뜨끈한 연서를 안고서 걸었다.

 

가는 길에 큰 화물 트럭 운전사가 정말 과장없이 1cm 간격을 두고 옆길로 들어가고 코 앞까지 후진을 했다. 

튀르키예에는 엄청난 강심장의 운전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 모두 경악했다. 

평일에도 사람 터져나가는 이집션 바자르

이집션 바자르에 도착을 했는데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았다.

"여기가 이집션 바자르야" 라고 했는데도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못 들어갔다.

쏟아지는 반대편의 인파를 보고 엄두가 안나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랜드바자르 Vs 이집션 바자르

이스탄불에는 그랜드 바자르와 이집션 바자르가 있는데 그랜드 바자르가 역사적으로 더 오래되었다.

다만 관광객들이 그랜드 바자르에 많이 가서 물가가 더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비교적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이집션 바자르로 갔다. 

제발 밀크쉐이크를 빨리 줘

도착하자마자 연서님이 기력이 없다하시어 아까부터 젤라또로 유인하며 이집션 바자르까지 왔다.

그런데 그 많던 터키 아이스크림 가게는 어디로 갔을까?!!

주변을 찾아다녔지만 이집션 바자르에서 세상 많던 터키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지 못했다 ^_ㅠ

 

시장 골목에 테이크아웃 전문인 조그마한 카페에서 밀크쉐이크를 팔길래 아이스크림 대신 주문했다. 

기다리는데 터키 청년이 말은 많은데 손은 어찌나 느린지 🔥 음료 하나 나오는데 10분도 훨씬 넘게 걸렸다. 

대체 왜 이렇게 늦게 나오는거냐 하여 길 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이 결국 가게 앞까지 다 왔다. 

우리나라 편의점처럼 가게 앞 간단하게 그르륵갉 같은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다. 

7인 대가족인 그 작은 가게 앞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와중에도 튀르키예 청년의 대화는 계속 되었다. 

박지성, 김민재, 손흥민, 이강인까지 축구 레전드들 다 나왔다.

K-POP 외에도 K-스포츠까지...! 국위선양을 실감했다 껄껄

 

드디어 음료가 나왔고 지쳐가던 연서에게 밀크쉐이크를 입에 물렸다. 

더위에 미치려고 하던 연서가 조금씩 진화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집션 바자르 실.내.입.성.

 

실내라 시원했다.

양 옆으로 커피, 향신료, 꿀, 악세사리 등을 판매하는 다양한 가게들이 있었다.

튀르키예 어르신들이 니하오, 곤니치와, 안녕하세요 3종세트를 외치며

한 놈만 걸려라 하며 호객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

 

연서의 샤핑 찬스 타임이었다. 

연서가 몹시 흥미를 보였다. 

친구들에게 줄 악마의 눈 팔찌를 사려고 눈이 초롱초롱했다.

가게의 주인은 더듬더듬 한국어를 하며 자신을 '지한'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엄마도 엄마의 친구들에게 줄 열쇠고리를 구입했다.

지한은 "마이 후류ㅔㄴ드!"하며 형부에게 이름을 물어보고 엄청 친근하게 대해줬다. 

연서가 팔찌를 5개 고르자 "프린슈ㅔ스!!!!!!! 추즈 원 모어!"하며 하나는 선물로 주셨다. 

연서는 부끄러워하며 "고맙습니다"하는데 다들 너무 귀여워서 빵터졌다. 

알고보니 지한은 우리가 갈 이집션 바자르의 명물 31번 가게 아저씨의 조카였다...!

 

이집션 바자르의 명소 31번 가게

나는 아무런 스포나 사전 정보 없이(?) 31번 가게를 갔다.

알고보니 한국인들 사이에서 굉장히 명물인 가게였다.

31번 가게를 갔더니 '원래 150리라인데 한국인에게는 130리라.'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다 푯말이 있었다.

 

튀르키예 전통 간식 로쿰

 

아저씨가 들어가자마자 튀르키예 전통 간식인

맛있는 로쿰을 썰어서 가족 인원수 대로 먹어봐라고 줬다.

로쿰은 우리나라로 치면 속재료 가득한 엿이라고 보면 된다.

피스타치오 쳐돌이에게 피스타치오 로쿰 건네주며 후한 인심과 함께 건넸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유창한 한국어로 이루어졌다는 점...!

분명 교포나 혼혈도 아니고 튀르키예 현지인이 주인임은 분명한데 입에서는 한국어가 나오고 있었다. 

 

미국에서 왔다는 한국 아줌마들이 좀 더 끼워달라 하니

주인 아저씨가 “아이고. 아이고”하는 추임새를 하셔서 넘어갔다.

타성에 젖은 간호사가 따-끔 하듯이 분명 한국말인데 영혼 없이 말하는데 겁나 웃겼다. 

 

알고보니 31번 가게 아저씨가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하셨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기전부터 한국인들 타겟으로 방향을 아예 잡고 가게를 꾸려나갔다고 한다. 

그 덕에 이집션 바자르를 가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필수코스가 된 31번 가게!

튀르키예 명물은 꿀!

우리나라에서 비싼 벌집 꿀과 로얄젤리가 튀르키예에서는 질도 좋고 저렴하다고 한다.

회사동료와 친구들 선물로 한 바가지 사서 나왔다!

 

역시 자본주의의 맛인가! 시원한 실내의 맛인가!

연서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온 가족이 기분이 좋아졌다!

반면에 한국에서 이마트도 안 가는 아버지는 가게 건너편에서 31번 가게를 지그시 보고 계셨다.

안 봐도 딱 영혼 털린 모습ㅋㅋㅋ

 

이집션 바자르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장터로 가서 튀르키예 분위기도 물씬 느끼고

정말 신기한 온갖 아이템 구경을 많이했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 기가 빨려서 다들 서둘러 숙소로 가자고 했다ㅋㅋㅋ

트램역을 가는 길에 인파는 정말 많은데 다들 질서 따위 없었다.

트램 타고 숙소로 올라오는 길에 쓰레기 더미에서

빵을 꺼내서 먹고 있는 남자아이를 보고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여행을 갔다오고 나서도 한창 마음에 남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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