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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튀르키예 대가족 여행

(2) 튀르키예 대가족 여행 - 드디어 엄빠에게 1등석 오픈

by 그네* 202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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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위기의 가족여행

 

여행 전부터 언니 부부는 꽤나 오랜 냉전에 들어갔다. 언니는 행복하고 설레어 하며 여행을 준비해야할 시기가 엉망이 된 것에 속상해했다. 엄마와 아버지도 위태위태하다가 끝내 여행 가기 1주일 전에 대판 싸우셨다. 다음은 기린과 내 차례인가 싶을 정도였다. 좋지 않은 감정선을 가지고 불씨가 파팍하면 싸움이 바로 타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모두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에서부터 우당탕탕 사건의 연속

김해공항에 다 같이 모이기로 했다. 언니네와 엄빠는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주차를 하고 공항 셔틀을 기다리고 있는데 불현듯 “근데 설마 국내선 출발에 있는거는 아니제?”했더니 언니가 “국내선인데?”라고 답이 돌아왔다. 김해-인천-이스탄불로 가는 노선은 국제선이다. 김해에서 인천으로 가더라도 국제선이다. 바로 수하물을 맡기고 환승하는 형태라 국제선 출발이었다. 언니는 당황하며 어서 국제선으로 가야겠다고 했다. 전에 분명히 같은 노선으로 오스트리아 여행을 같이 갔는데도 언니는 단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웃었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여권 7개와 모바일 티켓을 보여드리니 승무원이 “종이 티켓으로 드리는게 낫겠죠?”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탑승할 때 보니 매번 각 폰으로 켜서 알려드리기보다 종이티켓이 편했다. 사소해보였지만 우리나라 승무원님의 세심함에 감동받았다. 엄마와 아버지의 좌석도 1등석이 함께 있는 비행기라 한 줄 더 앞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 해주겠다고 하셨다. 우와 감사해요 하자 ‘아주 쪼오금 더 나은것 뿐이에요’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셨다. 좌석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지라 프레스티지석 뒷줄에서 앞줄로 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1등석이었다. 승무원님의 많은 배려 덕분에 수월하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어 매우 감사하고 지금 생각해봐도 배려심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런데 1등석 탄다고 이제는 말해야되는데 언제 말하지? 여행 전에 엄마는 만날 때마다 10시간 비행이 걱정된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 기린은 ‘아직도 말 안했어? 언제 말씀드릴거야?’했다. 지금 말하면 엄마와 아버지가 펄쩍 뛰며 당장 취소해라고 할것 같다고 탑승 직전에 말씀드릴거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순간이 도래하였는데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엄마는 빌런이자 구세주

탑승권을 받고 짐을 다 맡기고 나왔는데 엄마가 활짝 웃으며 접이식 칼을 꺼내들어 펼쳤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 주인공이 들고 있는 큰 칼을  손가락만한 크기로 축소한 모양 같았다. 얇고 날렵하여 아름다운 칼이었다. 튀르키예에서 여러 과일을 언제 어디서든 깎아먹을 과도라고 했다. 의도는 좋으나 칼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이미 짐도 다 맡겼는데 칼을 들고 비행기에 타겠다니. 절대 안된다고 하니 엄마가 물어보고 오겠다고 했고 탑승은 불가능했다. 공항에 보관은 가능하지만 하루에 8천원이라고 했다. 일주일 여행을 생각하면 칼 하나를 살 값이었다. 엄마는 선물받은 소중한 칼이라 버릴 수는 없다며 이럴 바에 숨기자고 했다. 공항에 있는 화분에 식물 옆사귀에 위장하듯 칼을 심었다. 색깔도 티나지 않고 딱이었다. 온 가족이 ‘지독하다’며 웃으며 올라갔다. 아버지는 ‘누구를 찔러도 찌르기 참 좋은 칼이야. 허허’ 하며 웃으셨다. 

 

이번에는 국제선 탑승 전 액체류 반입금지가 문제였다. 엄마는 물도 한 가득 챙겨오고 보온통에 커피도 담아왔다. 급히 입구에서 모두가 돌아가며 물을 마셨다. 커피도 후루룩 나눠 마셨다. “더 없습니까?” 웃으며 형부가 말했고 드디어 모든 출국 과정을 넘어서 면세 구간으로 들어왔다. 

 

엄마에게 와 진짜 ‘빌런’이라며 별명이 붙었지만 후에는 ‘구세주’로 바꼈다. 엄마가 가득 실어온 라면 10개, 햇반 10개와 밑반찬은 여행 내내 요긴한 식량이 되었다. 엄마의 커피 보온통은 연서의 죽통이 되어 여행동안 연서가 버틸 힘이 되었다. 출국 직전 보안검색대 앞에서 마신 물은 긴 비행동안 먹기 쉽지 않았던 수분을 미리 보충한 격이 되었다. 엄마 말을 따르면 자다가도 떡고물이 떨어진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여행 내내 한껏 예민해져서 왜 이렇게 반찬을 많이 가져오고, 무슨 물통이냐며 엄마를 타박했는데 머쓱하고 미안했다. 

 

김해에 대한항공 라운지가 공사중이라 엔젤리너스 3만원짜리 쿠폰을 받았다. 엄마와 함께 가서 여러 샌드위치와 병음료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탑승구가 바뀐 것을 다시 체크하고 엔젤리너스를 찾으러 바삐 뛰어갔다. ‘내가 찾아볼게. 내가 할게!’하며 드릉드릉 짜증이 새어나오자 남편 기린이 걱정되냐고 안심하라고 했다. 여행 전 긴장감과 걱정이 극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자그마한 일에도 예민해졌다. 빵을 먹으며 엄마와 아버지에게 1차 공개를 시도했다. 

 

“김해에서 인천 갈 때는 우리 같이 가는데, 인천에서 이스탄불 갈 때는 다 자리 따로 앉아.”

“어어”

언니가 “엄마랑 아버지 지금 안 들린다. 실패했다”하면서 낄낄 웃었다. 일단 음료를 마시며 배를 채우고 다시 심기일전하여 말해야겠다 싶었다. 

 

탑승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고 줄을 섰다. 이제는 말해야할 시점이었다. 

“여기 갈 때는 같이 타고 가는데 엄마랑 아버지는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 비즈니스석 탈거야. 우리랑 따로 가야돼.“

엄마랑 아버지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어? 비즈니스? 어?“를 반복했다. 엄마는 ‘비싼걸 왜~’ 하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멈출수 없었다. 아버지는 ”돈이 최고야!“하면서 웃으면서 엄지척을 날리셨다. 엄마랑 아버지는 전용 입구로 따로 더 빨리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데 웃으며 분리 불안 온다고 그러지 마라고 했다. 우리 차례가 되어 탑승권 확인하는 시점이 되어서야 엄마와 아버지는 일등석 입구로 빨리 들어갔다. 같이 김해에서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인천으로 도착했다.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뽀로로와 어린이 놀이터에 연서는 눈이 돌아갔다. 우리는 면세 구간으로 바로 들어왔고 엄마와 아버지께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으니 거기서 점심을 해결하라고 했다. 2층에 위치한 비즈니스 라운지 앞에서 엄마와 아버지를 들여보내고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공항이 넓어 못 찾을수도 있어 전화할테니 나오라하고 헤어졌는데 아뿔싸. 김해에서 인천올 때 비행기 모드를 한 것을 두 분 모두 해제하지 않으셔서 전화연결이 전혀 되지 않았다. 이야 또 빌런이네. 하며 웃었다. 

 

출발 직전에 김해공항에서 먹은 샌드위치 때문에 입맛은 없었지만 입이 심심했다. 편의점에 가서 소소한 간식거리를 샀다. 편의점에서 나오면서 건너편에 보이는 라운지를 바라보며 엄마 아버지를 눈으로 찾았다. 저 끝에서 아버지는 맥주를 엄마는 접시에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편하게 라운지를 즐기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고 좋았다. 기린은 편의점에서 불닭볶음닭 다발을 마지막 짐으로 챙겼다. 이 때는 몰랐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식량이 될지. 

 

 

 

게이트 앞에서 모두들 분주히 긴 비행시간을 대비했다. 영상을 다운로드 받고, 급히 여행 코스를 보기도 했다. 이 와중에 모두가 뜨악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형부가 영주 시부모님께 영상통화를 건 것이다. 공항이라며 인사하고 연서를 폰너머로 보여주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엄마는 어디있노?“하니 언니가 화면에 등장하지 않고 ”엄.마.는. 영.상.다.운.받.아.요.“하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답했다. ‘굳이 지금 영통을?’ 싶었다. 여태 기껏 뭐하고 공항에서 출발 직전에 영상통화를 하나 싶었다.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때에도 계속되는 의무와 도리라는 이름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언니가 많이 답답하겠다 싶었다.


 

약속시간까지 엄마와 아버지의 비행기 모드는 풀리지 않아 라운지 데스크에서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다. 라운지에서 엄마 아버지를 만나니 아버지는 와인 때문에 알딸딸하다 하시고 엄마는 맛있는 샌드위치를 보며 연서 줘야 한다고 챙겼다 했다. 정말 연서에게는 엄마가 둘이었다. 이제 진짜 출발해야할 시간이 되었다. 엄마와 아버지를 모시고 게이트에서 다같이 만났다. 이번에도 우선 입장이 된다고 했지만 같이 줄 서있다가 입장할 때쯤 엄마와 아버지는 입장구로 들어갔다. 떨어져서 비행한다 하니 아버지가 웃으면서 ‘불안해질라 하는데’하면서 농담하셨다. 엄마와 아버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 환하게 손을 흔드며 전용 입장로로 들어가셨다. 언니네 부부와 우리는 설국열차 꼬리칸으로 가자면서 웃으며 각자 자리에 앉았고 비장하게 12시간 비행을 시작했다. 

 

 

대한항공 인천-이스탄불 기내식

감자와 비프 챱스테이크 와 비빔밥 중 고를 수 있었다. 기린은 비빔밥을 나는 비프를 골랐다. 

 

 

그리고 좀 재우다가 사육(!)이 시작되었다. 아이스크림도 중간에 한 번 간식으로 줬다. 

토마토펜네파스타와 치킨 스테이크 중 고를 수 있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반복했다. 

 

대한항공 김해 - 인천 - 이스탄불 왕복 항공권 예산

겁도 없이 ㅋㅋㅋ 가족여행을 당연히 자유여행으로 가려고 했으나 후회는 없다. 다음에 가도 자유여행으로 갈것이다.

나같은 수발러들을 위해 항공권 예산 정보 공개! 여행지 밴 예약비 등도 뒤에 공개하겠다!

 

- 구매시점 : 5개월 전

- 부모님 비즈니스석 2매 : 약 1100만원

- 이코노미석 성인 4인 + 만 7세 : 약 807만원

- 이코노미석 엑스트라 레그룸 : 약 17.5만원 *2인 * 왕복 = 70만원

  (추가금이 아깝지 않다. 앞으로도 된다면 엑스트라 레그룸 해야지. 아래 사진상 A,B 자리가 엑스트라 레그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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