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갔으면 큰일 날 뻔한 로즈밸리 투어
로즈밸리 투어는 해질녘 오후 4시쯤 시작된다. 로즈밸리는 카파도키아 지질 암석 특성 상 햇빛을 받으면 아름다운 붉은색을 내는데 이를 보기 위해 가는 곳이다.
아쉽게도 ㅠㅠ 조카의 컨디션 난조로 언니네는 숙소에서 쉬고 엄빠와 기린과 나만 떠났다.
가이드 선생님과 같이 갔는데 오늘 로즈밸리 투어가 있는지 공유가 안되어서 원피스에 샌달을 신고온 그녀...!그러나 너무나도 씩씩하게 괜찮다며 친절하게 잘 소개해주셨다.
로즈밸리 가는 곳도 사람이 살던 동굴 마을이 형성되었다.
정말 도시 전체가 돌만 보이면 다 파고 들어가서 사람이 산듯...
동굴집들이 사유재라구요?
올라가면서 가이드님이 말씀해주시길
작은 구멍은 비둘기들 위해 만들어둔 집이라고 한다.
또 와인 저장고도 저렇게 동굴 형태로 만들어둔 곳도 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저 동굴 아파트들도 속세 토지처럼 사유재라는 것...!
대대손손 땅이 이어져 오면 저 땅이 후세의 땅이 되는 것이었다.
유적지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당.연.히. 국가의 소유일거라 생각했는데 사유재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부자들은 저 동굴도시에다 와인을 저장해서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ㄷㄷㄷ
친절하신 가이드님들
지금도 사용하는 흔적인건지 쇠창살이 있다.
사진 왼쪽에 다른 팀들도 있었는데 단체로 사람을 모아 무료로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도 있다.
나는 부모님이 계셔서 프라이빗 투어로 진행했는데 가이드님과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가니 더 깊이 알 수 있어 좋았다!
우리팀 가이드님과 단체팀 가이드님이 친한 사이라 잠시 인사하는데 단체팀 가이드님도 정말 쾌활했다.
남자분인데 팔 안쪽에 '사랑해요'라고 한글로 문신을 했다.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인사와 함께 다가와서는 자신의 팔을 보여주며
"이거 어떻게 읽어요?" 하며 묻길래 "사랑해요"라고 답하니 "저도요"라고 답했다.
아버지는 그의 위트에 감탄하며 "굿 !!!!!!"하며 계속 웃으셨다.
로즈밸리 가파르고 험해요
협곡이라 그런지 길도 좁고 가팔랐다.
운동화 필수다. 조심해서 가지 않으면 무릎 다 갈아버리기에 딱 좋은 토질과 경사도...!
다 걸어보니 70대인 아버지와 60대 엄마, 30대인 기린과 나도 모두 완주했지만 7세인 조카는 오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중학생 이상은 되어야 스스로 걷지 않을까 싶다.
올라가는 중간중간에도 절경이
지질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켜켜이 쌓인 세월처럼 암석지대에 층층이 쌓인 모래층들이 인상적이다.
아직도 교수님들끼리 태초의 시기가 언제인지 싸우고 있다고 한다.
빠질 수 없는 종교 침투력
역시 이 로즈밸리 동굴마을에도 수도원은 늘 그렇듯 있었다.
정말 어두운데 대체 여기서 어떻게 예배당을 만들었을까.
인간의 집념이란 놀랍다.
마치 이슬람 시대에 온듯
우리는 도보로 올라왔지만 말을 타고 올라오는 패키지도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말을 타고 올라왔는데
멀리서 지켜보면 꼭 내가 중세 이슬람 나라에 온 것처럼 착각하게 될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그 때 그 시절이 잠시 보이는듯 한 풍경은 처음이었다.
말타는 술탄의 군대들이 모래바람 일으키며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한듯 했다.
아부지의 작품인데 이 이국적인 풍경속에서도 폰에 빠져있는 외쿡칭구를 안타까워하며 찍음 ㅋㅋㅋㅋ
카파도키아 와야 찍을 수 있는 컷이다.
가이드님이 인생샷 성지라며 알려주셨다.
단체 투어라면 찍기 쉽지 않았을텐데 프라이빗 투어라 편하게 마음껏 찍을 수 있어 좋았다.
튀르키에에도 고부갈등🫠
이 사진의 비하인드로 엄마의 빵터짐이 있었다.
가이드님이 엄마에게 "시어머니에요?" 라며 기린과 엄마가 모자관계인줄 알았다고 했다.
기린이 경사 있는 길마다 엄마를 보필하니 엄마도 서윗함에 감탄했는데 가이드님도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하셨다.
내가 엄마와 모녀이고 기린이 나의 남편이라고 하니 가이드님이 그제야 가족관계를 이해하셨다.
그러면서 "어.쩐.지. 시어머니랑 여행 가는거 상상도 하기 싫어요. 시어머니 진짜 싫어요." 하면서
능숙한 한국말로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이야기해주었다.
튀르키예에도 고부갈등이 있냐고 물으니 튀르키예는 물론이고 어느 나라에나 있을거라고 했다.
가이드님이 워낙 이야기를 재밌게 잘하시기도 했고 콘텐츠가 자극적이라 엄마는 빵빵 터져했다.
엄마는 "야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은갑다."하며 튀르키예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재밌어했다.
로즈밸리 중간 휴게소
로즈밸리 중간 휴게소가 있다. 이 곳에서는 물과 오렌지 쥬스류 음료수를 팔아 목을 축일 수 있다.
우리가 주문을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빈테이블을 두고서 이야기 하고 있자
가이드님이 음료를 개츠비처럼 테이블에 쏴주셨다. 서윗한 가이드님... ❤️
로즈밸리 하이라이트 드디어 만나다
붉은 암석지대가 오른쪽에 왼쪽에는 기암괴석이!
정말로 화성에 온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척박하고도 아름다운 대자연에 압도되었다.
기린 점프샷 장인이네...?
겁나 높이 뛰어서 사진보고 가족들 모두 대학교 홍보용 잡지 표지 같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의 완벽한 하루를 책임져주신 가이드님 ㅠㅠㅠ
이 사진도 보내드리기로 하고 메일주소도 다 받아놓고 1년 지나도록 아직도 사진 안 보냄...
우릴 잊었겠지? 어서 사진 보내야지....
완벽했다 로즈밸리
내려가는 길이 정말정말 험난했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거 같은데 마지막에는 정말 여차하면 넘어질거 같았다.
이 때 서윗하게 아버지가 먼저 내려가서 엄마에게 젠틀맨처럼 손을 건네서 엄마가 그 손을 잡고 내려왔다.
우리가 얼마만의 다정 모드냐며 영상으로 못 찍어서 한이라며 아쉬웠다.
점점 해가 져가는게 아쉬워서 계속 앞을 바라봤다.
한 발자국 걷다가 아쉬워서 하늘과 대자연 보고 다시 땅 보고 걷기를 반복했다.
해가 정말 빨리 져서 버스타고 나갈 때쯤 되니 바로 저녁이었다.
친절 맛집 카파도키아 Chubby Meatballs
카파도키아 역주변에 위치한 미트볼 맛집
후기가 좋고 찾아가기가 쉬워 가기로 했다.
쉽게 말해 미트볼이지 쾨프테라는 튀르키예 전통 완자를 만드는 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스도 고기도 넘 맛있었다!!!
친절한 기운이 너무 좋았다.
7인이라 하니 자리가 여의치 않았는데 엄청 웃으면서 우리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날도 좋아서 야외에서 먹을 수 있어 또 좋았다.
한국 사람인걸 알아챘는지 어느새 자연스럽게 한국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Y2K를 곁들인. 흥얼흥얼 케이윌 노래 나오고 다비치 노래 나오고 KCM노래가 나오고 신기했다.
밥과 채소와 고기 모두 맛있는 집
우리는 미트볼과 밥, 채소 샐러드, 깻잎에 싼 쌈밥이라고 해야 하나? 하는 요리를 주문했다. 물론 1인 1맥주도 잊지 않았다 후후 🍻
이게 깻잎에 싼 요리인데 되게 맛있엇다. 생각보다 술술 들어가고 시큼한 요리였는데 입맛이 싸악 돌았다. 7세부터 70대까지 다 야무지게 먹었다.
오이 못 먹는 나에게는 가시밭길이었던 샐러드...
그러나 채소러버인 우리집 식구들은 아주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ㅋㅋㅋㅋ
밥이 날리는 쌀인데 병아리콩과 같이 나와서 맛있었다. 이 밥이랑 뒤에 나오는 미트볼이랑 먹으면 끝 ㅋ 장 ㅋ밥 계속 추추가해서 먹음
대망의 미트볼
고기와 케쳡을 좋아한다면 싫어할 사람 없는 미트볼... 심지어 지글지글 끓으면서 나온다...🔥위에 뿌려진 치즈와 함께 가져가서 밥이랑 먹으면 을매나 맛있게요?
찍는걸 기다려주지 않는 자매님... 낄낄
이 음식 외에도 여러개 시켰을텐데
이미 식사를 시작한 이상 끊길 수 없어 촬영 자체 종료
가격이 미치게 합리적
보통 역 주변이면 비싸게 받을 법도 한데 여기는 되게 저렴했다.
언니와 나오는 길에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와 진짜 싸다 미쳤다.'라며 감탄하며 나왔던 식당.
구글맵스 평점도 좋고 카파도키아 방문한다면 추천!
로즈밸리 해냈다에 취함
밥을 먹으며 로즈밸리 투어 후기를 언니 부부와 공유했다. 언니 부부는 사진을 보고 엄청 부러워했다. 엄마는 조카가 가지 않고 숙소에 있었던게 신의 한 수라했다.길이 하도 험해서 같이 다녔으면 중간에 돌아갔어야 했을거라고 했다. 그런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무릎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로즈밸리를 모두 걸어낸 것 자체에도 뿌듯해했다.
밥먹고 다들 기절하러 간 뒤 나홀로 폭풍 오열
밥을 먹고 바로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벌룬투어 재도전을 위해 새벽4시 픽업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이다.(개피곤)
그렇게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온 뒤 나는 눈물이 터졌다.
여행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조카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원망감도 좀 들었다.
일정을 시작하기만 하면 조카는 '빨리 집에 가자.'라고 해서 여행을 준비한 내 힘이 다 빠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조카도 정말 엄청나게 애썼다. 정말 어른도 힘든 이 일정을 어떻게든 소화해보려고 중간중간 카페에서 쉬면서 재충전해서 다시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입맛에 맞지도 않은 음식을 먹고 탈이 나기도 해서 힘들었을텐데....
조카도 힘들어하고, 힘들어하는 조카를 보는 엄마는 언니에게 화를 내고, 언니와 형부는 여기까지 와서 숙소에만 박혀있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남은 가족들도 여행을 여행답게 즐기지 못하고 불편한 눈치를 살펴야했다.
여행이 망한거 같다며 기린 품에 안겨서 눈 퉁퉁 부을 때까지 울었다.
내가 더 알아봐서 연서도 소화 가능한 일정으로 짰다면.각 코스마다 이렇게 땡볕일줄 몰라서 차라리 물놀이 중심인 휴양지로 갔다면. 코스마다 길은 얼마나 험준한지, 얼마나 야외에서 시간을 소요해야하는지 체크하지 않은 나를 자책했다. 또 잠시나마 조카를 원망해버렸던 못난 어른인 내가 싫었다. 대충 다들 가는 코스니 어른이든 아이든 걸을 수 있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서 7명 모두 와놓고 함께 즐기지 못하는 이 상황이 벌어진거 같았다. 내가 다 망쳤다 싶었다.
기린은 아니라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알고, 가족들도 다 좋아했다고 날 위로해줬지만 가이드인 내 입장에서는 들리지 않았다.조카는 조카대로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이었다. 언니네 부부는 여기까지 와서 방에만 있어야 했다. 심지어 싸운 냉전 상태에서. 엄마는 정말 너무 언니를 벼랑끝으로 몰듯 연서를 잘못 케어한다고 화를 냈다.
벌룬 또 취소되면 어뜨케
이 소용돌이 속에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여기에서 오늘처럼 내일 벌룬마저 뜨지 않는다면?우리 여행은 그야말로 망하는 거였다. 그 불안감이 내게 엄청나게 휘몰아쳤다. 열기구가 뜨지 않는건 생각조차 없던 전개인데.벌룬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여기까지 와서 언제 다같이 다시 올수 있겠냐며 너무 걱정되었다. 제발 내일 벌룬이 뜨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여행을 복기해보니 너무나 무리였던 일정에 참 우울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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