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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대학내일in독일

[Insight] 카니발, 찌든 일상에게 이별을 고할 시간!

by 그네* 2014.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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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2 | 태그 556호World안희진 기자월드 | by | No Comments

 


2000년이 넘는 쾰른 역사의 상징이자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대성당 앞에서 사람들은 축제 준비로 들떠있다.


 


3월 유럽은 카니발 때문에 들썩인다. 카니발은 부활절 전 금식 기간인 사순절을 맞이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금식 기간이 오기 전에 사람들은 마음껏 즐기면서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했다. 다가올 고기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유럽에서는 프랑스 니스, 스위스 바젤 등 각 지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시작된 카니발들 중 세계 3대 중 하나인 베네치아 가면 축제와 독일 최대 축제인 쾰른 카니발은 누구나 참여하고 싶어하는 축제다. 자! 이제 모두가 즐겁게 미칠 시간이다. 우린 모두 카니발이니까 !


독일=김근혜 학생리포터 fromswing@naver.com


 



가면에 담겨진 베네치아의 ‘즐거움’과 ‘중세’를 맘껏 경험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숙소가 있다는 베네치아 중심인 산마르코 광장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길치인 나에게 베네치아는 버거운 도시였다. 베네치아는 혼자 서 있는 집이 없다고 할 정도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미로를 구성한다. 원래 물이었던 곳을 150만 개의 말뚝으로 만든 복잡한 도시이기 때문. 170여 개의 운하와 400여 개의 다리가 115개의 섬을 하나로 묶고 있다. 도착한 첫날부터 방향감각 제로인 나와 친구들은 수많은 좁은 골목과 다리들을 지나면서 야경을 실컷 보게 되었다. 베네치아는 헤매는 그 순간마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골목골목마다 중세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 심지어 우리가 지냈던 숙소를 포함하여 베네치아 대부분의 건물은 3~4세기에 지어졌다. 도시는 탄생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전통 가면과 의상으로 한껏 꾸민 사람들이 넘쳐났고 길을 오가는 와중에도 이들이 눈을 맞추며 짓던 미소를 잊을 수 없다.


베네치아 가면 축제는 신분에 상관없이 풍자와 해학으로 모두가 즐기기 위해 시작된 축제로 올해로 743년째다. 지금도 베네치아는 가면 뒤에서 일탈의 즐거움을 맛보는 ‘경험’을 전 세계인에게 선물하고 있다. 3월 첫 주말 이틀 동안은 25만 명이, 축제 2주 동안에는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올해 베니스 축제는 신기록을 만들었다. 섬 곳곳에서 490개의 이벤트가 열렸고 350명 이상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여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하였다. 축제를 즐기러 왔던 사람들은 베네치아의 역사와 매력에 흠뻑 빠져 날렵하게 휘어진 곤돌라를 탄다. 또 두칼레 궁전과 산마르코 성당처럼 동서양의 양식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유적들이 재미를 더한다. 베네치아에는 죄수들이 감옥으로 가기 전에 건넌 탄식의 다리가 있는데, 이 이름은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게 너무나 슬픈 나머지 죄수들이 깊은 탄식을 냈기 때문에 붙여졌다. 베네치아를 가면 모두가 이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해질녘 곤돌라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성당과 바다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Kolle Alaaf(쾰레 알라프), 쾰른이여 영원하라!


베네치아에서의 4일을 뒤로하고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쾰른(Koln)으로 달려갔다. 쾰른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이다. 기원전 1세기에 로마인들의 식민지였던 ‘Colonia’에서 시작된 이 도시는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에 이어 독일에서 4번째로 큰 대도시로 독일의 상업 중심지이자, 30개 이상의 박물관, 100개 이상의 화랑이 있는 문화 중심지이다. 쾰른의 대표적 상징은 쾰른 카니발이다. 카니발의 절정인 3월 7일 로젠몬탁(RosenMontag)에 참여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분주해진다. 정식 명칭은 장미의 월요일인데 그 유래를 두고는 분분하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준비 위원회에서 교황이 금장미를 헌납하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첫 번째. 또는 ‘미친’이라는 뜻을 가진 Rasen이 쾰른 지역으로 오면서 Rosen으로 변화했다는 유래도 있다. 어찌됐든 확실한 것은 이날만큼은 정말 도시 전체가 미친다는 것이다. 쾰른 역에 도착하자마자 온 도시 사람들은 조금은 무섭고 우스꽝스런 차림으로 나타났다. 이는 악귀를 물리치고 한 해의 무탈함을 기원하기 위한 의도라고. 12시쯤 시작된 퍼레이드 행렬은 무려 6시까지 계속되었다. 퍼레이드 동안 뿌려지는 초콜릿과 사탕, 젤리는 천문학적 비용으로 추산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이들은 큰 주머니를 들고 와 퍼레이드 맨 앞줄에서 끝없이 알라프를 외쳐댄다. 카니발동안 아이들이 년 치 간식을 모은다는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다. 초콜릿과 장미를 준 뒤 포옹하거나 뽀뽀하는 전통도 축제를 한껏 즐겁게 한다. 퍼레이드는 과거의 문화를 되새김과 동시에 현재의 정치 풍자나 사회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고 나니 어느새 하루가 다 가버렸다. 정말 이날 하루만큼은 인생의 모든 굴레를 벗어던진 순간이었다. 두 축제를 즐기는 순간은 정말 마법 같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로 전통 의상을 입고 나와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이렇게 인생을 즐기고 격 없이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멋진 유적과 문화를 남긴 조상들 덕을 톡톡히 본다며 서유럽인들을 조롱하는 말이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다시피 자신의 언어가 만들어진 날을 안다. 개천절과 같이 나라가 시작된 날도 잘 알고 있다. 선조께서 남기신 우수한 문화, 축하할 것이 우리에게도 넘쳐 난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즐기지 못하고 인생의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Tip


베네치아에 가면 반드시 대학가를 들러야 한다. 대학가 앞에 있는 저렴한 피자와 젤라또 맛집을 놓쳐선 안 된다. 그러나 더 신나는 것은 대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 대학가 앞 공원에서는 밤새도록 전통의상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재밌는 축제의상이 넘쳐난다. 축제 기간동안만 만들어지는 달콤한 빵(FRITELLE)도 반드시 맛 보아야 한다. 쾰른 축제의 경우 여느 독일 지역과 마찬가지로 쾰른 만의 맥주 Kolsh를 맛보면 좋다. 특히나 숯불에 구운 소세지를 빵에 끼워 파는데 최고의 맛이다. 축제 동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도시 전 지역에 걸쳐 퍼레이드가 있어 이동이 힘들다. 때문에 퍼레이드 행렬이 시작할 때 자리를 잘 잡는 것이 포인트. 그리고 도시 전체가 휴일이기 때문에 대성당이나 미술관 등 관람은 불가능하다.


 



베네치아의 해질녘, 야경.


 




가면과 의상만 있으면 누구나 중세도시 베네치아의 최고 유명인처럼 카메라 세례를 받을 수 있다.


오래된 이탈리아 가면 장인의 집에서 써본 고양이 가면. 가면만 있으면 축제를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가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풍자 퍼레이드 카 위에서 수많은 사탕 젤리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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