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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

결혼식 준비 (4) 양가 상견례 스토리 @ 광안리 수정궁

by 그네* 202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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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상견례까지 전력질주 한 줄 요약

 

6.20 남자친구 부모님네 인사 드림

6.27 우리 형부 생파라 다음 주로!

7.4 남자친구 우리집에 인사 드림

7.11 점심에는 우리 엄빠와 식사 / 저녁에는 남친 부모님과 식사 

7.18 중딩 베프 친구들과 커플 동반 여행이라!

7.25 양가 상견례

 


상견례 꿀팁

1. TMI 남발은 자제 

엄빠에게 내 남친을 보여 드리기로 한 날까지도 엄마와 나는 냉전이었다. 우리 엄마는 가부장제의 피해자로서 살아왔다.  그래서 딸이 같은 삶을 살지 않았으면 했다. 엄마는 진심으로 나의 비혼, 딩크를 지지해주셨다. 이런 엄마에게 갑자기 결혼을 전제로 남자친구를 인사드리겠다고 하니 엄마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과 남자친구를 비교하고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렸다. 그 과정에서 나도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버렸고 엄빠와의 갈등은 극으로 달했다. 결국 아버지는 내게 너무 심한 말을 한 상처 때문에 아버지 스스로도 상처를 받았다고 하셨다. 진심이 담긴 미안하다는 편지로 사과의 뜻을 전하셨다. 엄마는 남친을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가 싸운 상태고 왜 싸웠는지 엄마가 왜 이렇게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쳤나 싶은 삶이었다. 나는 외벌이라 아껴쓰다 인생 다 가서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새 애들은 맞벌이라 난 더 윤택할줄 알았다. 그런데 애도 키우고 집안일도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더 힘든것 같다. 그래서 난 내 딸이 결혼, 아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았으면 했다. 참 특이하제?"

 

우리 엄마는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엄마가 차분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말씀하실 때마다 얼마나 노력하는지 느껴져서 자꾸 눈물이 났다. 엄마와 아버지는 내 남자친구를 만나는 자리고, 결혼이 전제이기 때문에 이미 찬성하고 말고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남자친구에게 혹여 상처되거나 기분 나쁠 말을 할까 조심하셨던것 같다.  좋은 이야기로 분위기를 자꾸 풀어나가려고 해주시는게 고마웠다. 

 

엄마는 자리가 마무리 될 때쯤 가게 문을 나서면서 남자친구 앞에서 말했다. 

"오기 전에 참 많이 불안했는데 너를 만나니 마음이 놓이네. 헤어지기 전에 한 번 안아 보자."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 자리가 마무리되었다. 남자친구에 대한 좋은 정보만 부모님께 드리면서 안심시켜드렸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 단계까지도 사실 나는 완전 확신이 있던 단계가 아니라 모든 정보를 오픈하고 엄빠의 판단을 듣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내가 결정하고 그 결정이 맞는 결정이 되게끔 상황을 만들어가는게 필요했다. 부모님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어차피 내 결정을 바꿀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마치 무당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심정이었으려나. 지금에서부터라도 남친에 대한 좋은 정보만 최대한 부모님께 전달하겠다!! 사람을 보기전에 부모님들은 조합된 정보로 최악의 사람을 빚어 상상하신다. 사람을 보여드리면 다 해결될 일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고 딸의 안목을 믿어달라 하며 설득하면 좋을 것 같다. 

 

 

2. 부모님 뵙는 일정은 신속하게 잡기!

중간중간 우리는 일정이 있어서 연타로 뵙지 못했다. 그러자 부모님들께서는 '혹시 상대 집에서는 결혼 생각이 별로 없는 것 아닌가?' 라는 넘겨짚기가 나왔다...!  최대한 일정은 신속하게 잡아야 잡음이 없다. 

 

 

3. 양가 상견례 전에 각자 상대방 부모님과 한 번씩 더 보자 

양가 상견례가 잡히고 그 전에 한 번씩 상대 부모님을 더 보자는건 남친의 아이디어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매우 좋은 생각이었다. 우리 엄빠와 함께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언니네 없이 엄빠와 먹는건 또 어떤 느낌일지 사실 상상이 어려웠다. 그러나 막상 점심 먹고 카페 까지 가서 너무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우리 엄빠의 유머와 티키타카에 남친은 현실 웃음이 자꾸 터졌다면서 좋다고 했다. 나는 저녁에 남친네 부모님이 하시는 막걸리 가게로 찾아갔다. 어머님이 일하고 계시는 부엌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8시쯤 되자 가게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대학생부터 동네 어르신들까지 이 많은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와 주문을 하고 있는것이 신기해서 계속 두리번 거렸다. 어머님은 찌짐, 감자전, 계란말이부터 복숭아 한 바가지까지 끝없이 음식을 내어 주셨다. 너무 다 맛있고 신기했고 남친을 어마나 애정하시는지 눈빛이나 행동에서 묻어나오셨다. 우리 엄마도, 남친 엄마도 자식들에게 무한 희생과 애정을 하시는 스타일인게 느껴졌다. 각자 부모님을 뵙고 나니 남친도 나도 상대방의 부모님에게서 내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서로 놀라워했다. 그래서 더 애정이 생기고 시월드나 처가살이 등등의 편견보다는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4. 양가 상견례에서 애매모호한건 다 끝내자 

예물, 예단, 양가 지원 규모, 결혼식 세부사항(예. 폐백 진행 여부 등)이 항상 골칫거리다. 양가 상견례 전에 우리는 양가의 입장을 서로 각자 부모님께 전했다. 우리가 각자 모아 놓은 돈과 경제적인 여건을 모두 오픈했다. 우리 양가의 결론은 '허례허식은 다 빼고 집에 몰빵하자'였다. 다행히 양가 입장이 비슷해서 별 이견이나 잡음 없이 서로 입장을 전할 수 있었다. 

양가 상견례 당일에는 우리 아부지께서 최대한 간소화했으면 한다고 하셨고 모두 동의하면서 결혼 준비는 매우 순항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양가 상견례 전에 정보 공유가 어느정도 된 다음에 부모님들이 상견례에서는 확정을 쾅쾅할 수 있으면 최선의 시나리오인듯 하다. 

4. 아무말 대잔치가 되더라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

우리 양가 상견례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았다. 엄마는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처럼 '무한 희생'을 요구당하는 엄마로서 삶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말했다. 남친과 내가 창원-부산 장거리인것도 마음에 걸려 남친에게 자꾸 부산으로 이직할 수 없냐고 했다. 남친이 나를 잘 내조해서 내가 지금 회사의 사장이 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등 지금 돌이켜봐도 아찔한게 많았다. 중간중간 아버지가 유머코드를 넣으며 열심히 수습하며 하드캐리하셨다. 엄마와 아버지도 너무 떨려서 횡설수설 대잔치였는데 모임 말미에는 민감한 정치이야기까지 엄마의 입밖으로 나왔다.

 

엄마는 '없는 살림에 딸 하나는 정말 열심히 키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딸자랑하는 분위기가 되어 집에 와서 자꾸 곱씹으며 걸려했다. 양가 상견례가 끝나고서 언니네와 엄빠가 카페를 가서도 엄마를 몰아세우며 다들 한 소리씩 했었다. 

 

그러나 내심 나는 양가상견례 때 엄마가 고마웠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딸 가진 부모님들이 양가상견 례 때 굽히고 들어가서 딸을 보내는 느낌의 발언을 많이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엄마는 결혼이 여자에게 얼마나 손해인지, 많은 가능성을 가진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고 결혼을 하는 것이다 등등 어느 누구도 나를 쉬이 볼 수 없도록 하는 느낌의 발언을 많이 했다. 엄마의 보호막이 단단하게 쳐져서 나는 너무 고맙고 지금 돌이켜봐도 눈물이 날것 같았다. 

 

 


광안리 수정궁

양가 상견례와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식당 구하느라 정말 골치가 아팠다. 이런 자리를 정할 때 중요한 조건이 몇개 있다. 

 

 - 단품 1인 정식 메뉴 요리 추천(예. 고기집처럼 누가 구울것인가. 함께 식사 못함 등을 고려할 필요 없는) 

- 룸형태로 되어 이야기 하기가 편한(예. 고기집처럼 "뭐라고!?!? 크게 말해!!"할 필요 없는...) 

- 메뉴가 너무 저렴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호불호가 강하지도 않아야 하는...

 

남자친구네 가족들을 볼 때는 장어덮밥집을 갔다. 사실 가는 당일 오전까지도 외식1번가였는데 남친의 형이 합류하면서 메뉴가 바뀌었다. 누가 고기를 구울것이고 불판이 앞에 있으면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탈락시키셨다. (센스 크어) 장어덮밥집에 가니 룸에 우리 밖에 없었고 1인 세트로 나와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남친이 우리 가족들을 만나러 올 때는 고급 중식집 '홍유재'를 갔다. 코스 요리로 되어 있어서 적당할 때 끊고 들어와서 음식을 주고 갔다. 메뉴도 다양해서 좋았고 가격도 적당했다. 엄마와 어디를 갈지, 남친이 좋아하는 아구찜집, 샤브샤브집, 오리불고기집 등등을 찾다가 엄마가 홍유재를 추천해줬다. 사전답사까지 같이 가준 엄마인데 그 중국집에서 정말 피터지게 싸우고 돌아왔다. 

 

양가 상견례 자리는 남친이 찾아온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쉽게 결정되었다. 부산 상견례 장소 추천 블로그 포스팅이었는데 그중에 광안리 수정궁을 우리는 골랐다. 상견례 하면 대부분 한정식인데 한정식 집은 가격 대비 젓가락 가는 곳이 많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아예 회를 보았는데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광안리 수정궁 상견례 압박스러운 상차림 ㄷㄷㄷ

 

우리는 점심 특선 45,000원 정향 오찬 메뉴를 골랐다가 35,000원 수향 오찬 메뉴를 골랐다. 두 메뉴의 차이는 회를 개별로 나눠주고 해물 특선으로 해물 종류가 몇가지 추가되는 것이었다. 크게 메리트가 없다고 느꼈고 35,000원 메뉴로 바꿨는데 바꾸길 잘했다. 왜냐면 상견례 때는 모두가 긴장상태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다. 그래서 비싼 음식을 사실 할 필요는 없고 적당한 격식과 분위기만 충족되면 된다.

 

 

광안리 수정궁 메뉴

 

 

그런데 수정궁은 회도 사실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말씀 나누시는 와중에도 나는 야무지게 잘 먹어서 배도 불렀다 흫흫... 어린이 정식 메뉴도 있어서 회를 먹지 못하는 어린 조카도 나와서 상견례를 하지 않은 친구에게도 추천해줬다. 어린이 정식메뉴는 생선가스, 새우튀김, 소시지, 유부초밥 1개, 롤 1개, 밥 약간이 나온다 .

 

 

 

상견례를 앞둔 친구에게도 추천해주었다. 뷰, 음식, 격식 분위기 모두 충족해서 좋았다. 강추강추!!

광안리 수정궁의 더 자세한 위치와 메뉴 정보는 아래 클릭!!

http://naver.me/FrLplF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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