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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씨앗/매일을 기록

엄마랑 광복동 데이뚜 + 오엘스 또간집

by 그네*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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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젊은 시절을 보낸 광복동에서 데이트

엄마가 오랜만에 같이 광복동에 가자고 했다. 엄마는 20대를 광복동 패션 매장에서 근무를 하셨다. 

엄마가 한 번쯤 생각난다며 날도 좋은데 광복동에 가자고 하여 냉큼 갔다. '광복동'이라는 어감이 참 좋다. 

 

엄마는 가는 길목마다 '어머 여기!'하며 추억에 잠겨했다.

아침에 근무 전에 콩국 파는 이모가 와서 월 결제를 하고 매일 아침을 해결했다고 한다. 

 

엄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다보면 참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 시대에 태어난 얼마나 많은 젊은 여성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갔을까. 

엄마는 그대로 있는 가게나 골목들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여전히 활력 넘치는 시장 골목골목을 보며 놀라기도 했다. 

정돈된 보수동 책방골목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았다. 

여기 장사 되려나 할 정도로 한적한 곳에 위치해있는 것에 비해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관광객들이 책을 구매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서로 가격을 확인하는게 신기했다. 

 

 

 

 

 

계단 끝자락에 가면 엄마 친구가 살던 집이 나온다고 했다. 

엄마는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인 동네가 신기한듯 계속 옛날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 골목은 엄마가 신혼 시절 구두가게를 할 뻔 했던 곳이라고 한다. 

아버지 친구가 구두가게 해보는거 어떻냐 도와줄게 라고 했는데 가게세가 비싸서 그냥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는 그 때랑 골목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신기하면서도 그 때 구두 가게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며 시간 여행에 빠져든듯 했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책방인데 입구까지 갔는데 무려 예약제 책방에 문이 닫혀 있어서 그냥 돌아왔다. 

생각보다 훨씬 구석진 곳에 있어서 많은 의지를 가지고 찾아가야겠다 싶었다. 

광복동 가면 늘 18번 완당집

엄마와 아버지가 데이트 할 때 맨날 먹었다던 18번 완당집. 

엄마는 광복동에 오면 항상 이 집을 가자고 한다. 

 

 

 

엄마가 늦은 밤 퇴근하고 와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다던 18번 완당집. 

완당과 소고기 덮밥을 시켰다. 맑은 국물에 양도 엄청나게 많다. 

엄마는 계속 가게를 두리번 거리며 '와 진짜 그때랑 하나도 변한게 없다'고. 테이블 배치까지 똑같다고 했다. 

젊은시절이 그리운거냐고 하니 딱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고 한다. 

엄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마음껏 들을 수 있었던 하루.

엄마랑 인생네컷도 한 방

엄마랑 처음으로 인생네컷도 한 방 찍어보았다. 

같이 사진 찍는데 우리 같이 가족단위로 남포동에 놀러와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엄마는 '요새 이런거도 찍냐'고 했는데 나중에 동영상이랑 찍어서 보내주니까 엄청 좋아했다. 

 

광복동 갔다와서 좋았던건지, 젊은 시절이 그리운건지 엄마가 감상에 젖었다고 한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광복동 갔다오니 20대 때가 기억에 많이 나더라~ 왜 우리 20대 때 광복동에서 한창 만났잖아~" 했는데 

아버지가 "난 그런거 관심없어!"해서 엄마가 이래서 남편은 쓸모가 없다고 했다 😅

엄마는 아버지에 대하여 기대가 없다며 마음을 접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기대를 접지 못한게 왕왕 느껴지는걸...?🥹

아버지도 그냥 "그랬구나. 그치 광복동 좋지."라고 말 한 마디면 되는데 진짜 답답하다 😶‍🌫️

60이 넘어도 부부 간 대화는 참 어렵군요 어려워 껄껄

그래도 엄마와 오랜만에 좋은 시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우리 만남의 마무리는 늘 오엘스

이제 공식처럼 되어버린 엄마와의 또간집 오엘스...!

5/1에 엄마랑 처음 갔는데 2주도 안되어서 벌써 3번이나 갔다ㅋㅋㅋㅋ

마치 다짐하듯이 '맛있는 커피 마시러 가자'는 '오엘스를 가겠다'는 말과 같은 문장이 되었다. ㅋㅋㅋㅋ

 

이번에는 진정하자며 1인 1잔해서 마시기로 했다.

아이스 라떼와 파도바를 나눠 마시며 서로 "미쳤다"를 외쳤다. 

엄마가 "너무 맛있다!!!!"하고 나도 "캬!!!!!!" 하며 서로 물개박수 치기 바빴다.

장산 가면 또마셔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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